가족의 힘

2023.01.28 07:26

백남규 조회 수:35

  욕망이란 것이 있다.배고프면 먹고 싶고 이성을 만나면 섹스하고 싶고 좋은 옷을 보면 입고 싶고 등등..이런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돈과 권력일 것이다. 그러면 그게 다 인가? 섹스하고 배불리 먹고 마시고 그게 다 인가? 물론 아닐 것이다. 그러나 막다른 골목에 이른 누구에게는 그게 다 일 수도 있다.현실적으로 홈리스를 보면 먹고 자는 것이 그들의 욕망 전부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인간이니까. 그런 홈리스를 딱 한 사람 보았다. 알라메다 길의 홈리스, 몇 년 전에는 한 손을 들고 서 있었다. 택시를 부르듯이 한 손을 높이 들고, 지금은 손을 못 든다. 허리도 굽어서 바로 서 있질 못한다. 왼쪽으로 30도 가량 접혔다. 그런 헐렁한 자세로 차도를 보고 서 있다. 왜? 그는 적어도 5년 이상 그 자리에 서서 그러고 있을까? 먹고 자고 외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는 그것밖에 없어서일까?
아무튼 돈과 권력이 어느 정도 있다 치자.그러면 섹스가 해결될까? 아닌 것 같다.물론 아주 없는 자보다 낫겠지.그렇다고 보는 대로 족족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인간 욕망은 무한대에 가깝다.어느 정도 억압,절제를 할 수 밖에 없다.그래서 원시인들은 카니발을 만들어 억눌린 욕망을 분출했다. 그래서 다음 일년을 기다리고 또 다시 차오르는 욕망을 참는 이유는 일년에 한 번이라도 해결이 되니까. 그러나 지금은 그런 카니발도 없다. 물론 매일 술집이나 매음굴을 찿아 해결하는 자도 있겠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그것을 억압하는 법률과 제도,윤리와 도덕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사회가 많지 않은가.인생에 대한 냉소와 허무가 거기서 싹튼다. 가족주의로 사람을 묶어 버리는 것.그저 가족,가족,물론 그 안에서 안온하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풍습이 바뀌고 있는 것 같다. 혼술,혼밥,혼자 캠핑,...등등.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 있다. 제목만 생각난다. '자전거 도둑' 비토리오 데시카의 '자전거 도둑'이 아니다. 김소진의 그것도 아니고.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문학잡지에서 읽었다는 기억만. 주인공은 초임교사이다. 여자다. 그런데 그 학교의 교장은 바람둥이다. 신임교사중 반반한 여선생은 모두 교장의 밥이다. 마누라가 이사장이다. 마누라의 눈치를 보면서 그 자는 자신의 욕망을 채운다. 그래서 그만 둔 여선생이 많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서울 출장을 같이 가게 된다. 전날 밤 여선생은 무슨 옷을 입고 갈까, 옷장을 다 헤집어 놓는다. 교장이 그런 자인 줄 알면서 이 선생이 왜 이러나 했다. 서울 놀이공원으로 출장간 교장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그 밤은 좀 야하다. 그리고 이사장에게 들통나고...마지막 여선생의 말이 오래 기억되었다. 이사장님, '자전거 좀 빌려타고 돌려주면 그만이지..뭘 그런 거 가지고 그러세요.' 생각했던 결말과 달라서 좀 놀랐다.
류근이란 시인이 있다. 자칭 3류 통속시인이라고 한다. 연애시에 능하다. 인터넷으로 찿아 보았다. 한 편 소개한다.
가족의 힘
애인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밤에
아내를 부등켜안고 엉엉 운다.아내는 속깊은 보호자 답게
모든 걸 안다는 듯이 등을 두둘기며 내 울음을 다 들어주고
세상에 좋은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월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는다.
나는 더 용기를 내어 울고
아내는 술상을 봐주며 응원의 술잔을 내민다.
이 모처럼 화목한 풍경에 잔뜩 고무된 어린 것들이
아빠 힘내세요.우리가 있잖아요.노래와 율동을 아끼지 않고
나는 애인에게 버림 받은 것이 다시 서러워
밤늦도록 울음에 겨워 술잔을 높이 드는 것이다.
다시 새로운 연애에 대한 희망을 갖자고
술병을 세우며 굳게 다짐하는 것이다.
미래에는 이런 가족이 탄생할 것인가? 시적 화자가 아내였다면? 아.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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