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노래
2016.04.24 11:16
아내의 노래
박영숙영
남편이
문을닫고 나가버린 집안은 새장같고
헐렁한 옷을입고 먹다남은 음식같이
먼지않은 골동품같이
버려진듯 홀로남은 부인은
날개잘린 새같다
언제였던가
긴 머리카락 바람에 휘날리며
초록 잔디위에 나비처럼 앉아서
풀밭같던 남편의 가슴에 귀를대면
들꽃처럼 피어나던 사랑
행복한 웃음처럼
푸른하늘에 뭉개구름 끝도없이 피어나고
바닷가 모래 사장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둘이앉아 눈빛 마주쳤던 그 날이 ….
가끔은 행복한 시간을 갖고싶다
수줍게도 떨리는 마음을
분홍빛 얼굴에 물들이고
향기나는 꽃등을 화안하게 켜놓고서
처음처럼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남편의 눈을 마주보고싶다
별들이 빛나는 하늘속을 걸어가듯
별들이 내려 앉은 호수가를 거닐며
먼지않은 사랑을 닦아가면서
음악회도 가보고
미술관도, 오페라도, 영화도 감상하면서
남편과 둘이서 행복한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
시집:사막에 뜨는 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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