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수필
2015.01.16 09:47
이 글은 2008년 " 해군과함께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 후기를 쓴것을
경남신문에 발표된것을 퍼온글이다.
진해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박영숙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거주)
•
•기사입력 : 2008-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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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말, 고향 소식을 들으려고 인터넷 속을 헤매다가 진해에서 해군과 함께하는 마라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마라톤일수록, 대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내년에 할 대회의 등록을 받는다. 그런데 진해마라톤이 언제 등록을 받는지를 몰라서 자주자주 인터넷을 방문했다.
•해군과 함께하는 마라톤을 뛰기 위해 7월 7일부터 10월 26일 샘 휴스턴 코알라 하프마라톤을 뛰기 전까지 총 267마일을 연습했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고 10월 26일엔 2시간 54분을 뛰었다.
그리고 11월 4일 미국을 떠나 다음 날 한국에 도착하여 시차도 극복 못한 상태에서 진해마라톤을 뛰게 되었다.
제한 시간은 3시간이라고 하니 그 안으로 뛸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을 하면서 공설운동장으로 왔다. 새벽에 보슬비가 내렸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달리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운동장에 모인 마라토너 모두들 날씬한 몸매에 힘차게 뻗은 다리의 근육을 볼 수 있었다.
•
군인들의 총검술,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스트레칭, 롤러스케이트를 탄 응급처치반, 중간중간
장구와 꽹과리를 쳐서 지쳐 가는 마라토너에게 용기를 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미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내가 태어난 진해 내 고향, 진해여고를 나온 후, 해군공창에 아버지, 오빠와 함께 나도 일을 다녔던 곳인데, 40년 만에 다시 이곳에 와서 63살 내가 23살 내 딸과 함께 달릴 수 있다니 가슴에 추억이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
봄바람이 벚꽃을 스치면, 꽃 눈이 나비처럼 내려앉던 순결한 처녀 가슴에 몰래 몰래 피어나던
사랑꽃. 진해의 그 좁은 도시에서 흑백 다방이나 돌체 다방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다음 날 출근을 하면 온 공창 안에 소문이 나고, 또 나고 해서, 그래서 결국엔 아버지의 금족령에 일을 그만두고 한동안 집에서 지내다 서울 언니 집으로 올라왔던 일….
내 첫사랑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면서 딸과 함께 달리는 이 길은 흘러버린 40년의 세월을
뒤 돌아보게 하는 그리운 길이었다.
•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해군 부대 안은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지만 바다를 향해 돌아오라, 돌아오라 소리치면 섬 뒤에 숨어 있던 첫사랑이 달려올 것 같은, 갑자기 목젖을 울리며 터져나올 것 같은 뜨거운 감정을 마음 한구석에 안고서 추억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
아버지 제대금 받아서 냉천동에 개간이 반쯤 된 5000평의 땅을 샀다. 몇 년 후 불하를 받아야만
했는데, 불하받을 돈이 없어 그 땅을 팔고서 포항 오빠네로 가 버린 부모님.
•이제는 부모님도 돌아가셨는데도 나이가 들수록 고향산천이 보고 싶고 코 흘릴 적 친구들이 보고 싶어 이렇게 진해를 찾게 되고, 63살 나이를 잊고 추억에 젖어 행복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한다. 꼴지로 달리는 나에게 앞서가는 사람들이 힘내라고 소리치며 지나간다.
•
처음 달리기를 할 때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길 위에는 언제나 앞서 가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도 있으니 모든 것 마음 쓰지 말고, 심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주위의 경치를 즐기면서 뛰어야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내 힘에 맞게 달리고 있는데, 응급처치 봉사자가 내 옆으로 와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며
한동안 함께 달리기도 했고, 어느 분이 보조를 맞추며 나에게 용기를 주기도 했었다.
•마지막 관문까지 동행하여 준 분은 지쳐 가는 나에게 용기를 주려 길거리 구경하는 사람들의
격려를 부탁했다.
•
•내 뒤에는 구급차가 따라오고, 나는 대통령이라도 된 양 즐거운 마음으로 그 상황을 즐기면서
운동장 안으로 들어왔다.
피니시 라인을 밟는 순간, 나는 춤을 추듯했다. 2시간 51분. 정말 기억에 남을 좋은 대회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념품을 받고 보니 기념품에 아무런 로고가 없었다.
• 앞 가슴에는 ‘해군+진해마라톤’, 뒤에는 ‘진해 하프마라톤 21㎞ 완주 08년’이란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냥 시장에서 사서 입은 옷 같아서 입고 나가도 뽐낼 수 없어 서운했다.
진해 달리기대회를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진해달리기 대회가,
진해 발전과 함께 해 나가기를 바란다.
•
박 영 숙 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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