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수필

2015.01.16 09:47

박영숙영 조회 수:361 추천:7

따과홤께 해프마라톤 와주.JPG


146-4630_IMG.JPG


이 글은 2008년 " 해군과함께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 후기를 쓴것을
경남신문에 발표된것을 퍼온글이다.

진해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박영숙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거주)

•기사입력 : 2008-11-25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2007년 11월 말, 고향 소식을 들으려고 인터넷 속을 헤매다가 진해에서 해군과 함께하는 마라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마라톤일수록, 대회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내년에 할 대회의 등록을 받는다. 그런데 진해마라톤이 언제 등록을 받는지를 몰라서 자주자주 인터넷을 방문했다.  

•해군과 함께하는 마라톤을 뛰기 위해 7월 7일부터 10월 26일 샘 휴스턴 코알라 하프마라톤을 뛰기 전까지 총 267마일을 연습했지만 살은 빠지지 않았고 10월 26일엔 2시간 54분을 뛰었다.

그리고 11월 4일 미국을 떠나 다음 날 한국에 도착하여 시차도 극복 못한 상태에서 진해마라톤을 뛰게 되었다. 제한 시간은 3시간이라고 하니 그 안으로 뛸 수 있을지 조금은 걱정을 하면서 공설운동장으로 왔다. 새벽에 보슬비가 내렸고 날씨는 쌀쌀했지만 달리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운동장에 모인 마라토너
모두들 날씬한 몸매에 힘차게 뻗은 다리의 근육을 볼 수 있었다.

군인들의 총검술, 한자리에 모여서 하는 스트레칭, 롤러스케이트를 탄 응급처치반, 중간중간

장구와 꽹과리를 쳐서 지쳐 가는 마라토너에게 용기를 주는 고마운 사람들은 미국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내가 태어난 진해 내 고향, 진해여고를 나온 후, 해군공창에 아버지, 오빠와 함께 나도 일을 다녔던
인데, 40년 만에 다시 이곳에 와서 63살 내가 23살 내 딸과 함께 달릴 수 있다니 가슴에 추억이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봄바람이 벚꽃을 스치면, 꽃 눈이 나비처럼 내려앉던 순결한 처녀 가슴에 몰래 몰래 피어나던

사랑꽃. 진해의 그 좁은 도시에서 흑백 다방이나 돌체 다방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다음 날 출근을 하면 온 공창 안에 소문이 나고, 또 나고 해서, 그래서 결국엔 아버지의 금족령에 일을 그만두고 한동안 집에서 지내다 서울 언니 집으로 올라왔던 일….

내 첫사랑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면서 딸과 함께 달리는 이 길은 흘러버린 40년의 세월을

돌아보게 하는 그리운 길이었다.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 해군 부대 안은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지만 바다를 향해 돌아오라, 돌아오라 소리치면 섬 뒤에 숨어 있던 첫사랑이 달려올 것 같은, 갑자기 목젖을 울리며 터져나올 것 같은
뜨거운 감정을 마음 한구석에 안고서 추억의 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버지 제대금 받아서 냉천동에 개간이 반쯤 된 5000평의 땅을 샀다. 몇 년 후 불하를 받아야만

했는데, 불하받을 돈이 없어 그 땅을 팔고서 포항 오빠네로 가 버린 부모님.
•이제는 부모님도 돌아가셨는데도 나이가 들수록 고향산천이 보고 싶고 코 흘릴 적 친구들이 보고
싶어 이렇게 진해를 찾게 되고, 63살 나이를 잊고 추억에 젖어 행복한 마음으로 달리기를 한다. 꼴지로 달리는 나에게 앞서가는 사람들이 힘내라고 소리치며 지나간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길 위에는 언제나 앞서 가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달려
오는 사람도 있으니 모든 것 마음 쓰지 말고, 심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주위의 경치를 즐기면서 뛰어야 힘들지 않다고 했다.

그렇게 내 힘에 맞게 달리고 있는데, 응급처치 봉사자가 내 옆으로 와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며

한동안 함께 달리기도 했고, 어느 분이 보조를 맞추며 나에게 용기를 주기도 했었다.
•마지막 관문까지 동행하여 준 분은 지쳐 가는 나에게 용기를 주려 길거리 구경하는 사람들의

격려를 부탁했다.

•내 뒤에는 구급차가 따라오고, 나는 대통령이라도 된 양 즐거운 마음으로 그 상황을 즐기면서

운동장 안으로 들어왔다. 피니시 라인을 밟는 순간, 나는 춤을 추듯했다. 2시간 51분. 정말 기억에 남을 좋은 대회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기념품을 받고 보니 기념품에 아무런 로고가 없었다.
• 앞 가슴에는 ‘해군+진해마라톤’, 뒤에는 ‘진해 하프마라톤 21㎞ 완주 08년’이란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냥 시장에서 사서 입은 옷 같아서 입고 나가도 뽐낼 수 없어 서운했다.

진해 달리기대회를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진해달리기 대회가,

진해 발전과 함께 해 나가기를 바란다.


박 영 숙 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거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세계 한글작가대회 ㅡ언어와 문자의 중요성ㅡ 박영숙영 2015.10.30 439
공지 내가 사랑 시를 쓰는 이유 박영숙영 2015.08.02 205
공지 사부곡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헌시ㅡ시해설 박영숙영 2015.07.18 844
공지 시와 마라톤ㅡ 재미시인 박영숙영 인터뷰기사 박영숙영 2014.10.17 514
공지 사부곡 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 헌시)ㅡ 인터뷰기사 박영숙영 2014.01.16 460
공지 시집 5 -《인터넷 고운 님이여》'시'해설 박영숙영 2013.04.20 1030
공지 시집 4 -사부곡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헌시/서문 박영숙영 2013.04.20 795
공지 시집 3ㅡ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시'해설 박영숙영 2010.11.03 1353
공지 시집을 내면서ㅡ1, 2, 3, 4, 5, 6 권 박영숙영 2010.10.27 1258
공지 빛이고 희망이신 “인터넷 고운님에게” 내'시'는 박영숙영 2009.08.24 1671
공지 시집 1 ㅡ영혼의 입맞춤/ 신달자 /명지대교수 박영숙영 2008.09.09 1583
152 "나는 대한민국의 문인이다!" 박영숙영 시인 박영숙영 2015.04.19 102
151 조국이여 영원하라 file 박영숙영 2015.04.19 28
» 진해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수필 file 박영숙영 2015.01.16 361
149 달리기를 즐겨라 / 수필 file 박영숙영 2015.01.16 181
148 노을꽃 박영숙영 2014.10.04 187
147 가을 인생 박영숙영 2014.10.04 186
146 피어라 무궁화 꽃이여 박영숙영 2014.10.04 148
145 유명품은 씨았인가 박영숙영 2014.10.04 128
144 가로수는 배 고프다 박영숙영 2014.10.04 139
143 열정과 희망사이 박영숙영 2014.10.04 153
142 사랑이 머무는 곳에 박영숙영 2014.09.02 215
141 박근혜 대통령님께 file 박영숙영 2014.08.14 338
140 죽음 연습, 이별 연습 박영숙영 2014.07.31 225
139 미리 하는 이별 박영숙영 2014.07.24 236
138 이것이 삶이다./ 수필 박영숙영 2014.07.13 296
137 죽음 뒤를 볼 수 없다 해도 / 죽음에 대한 금언 박영숙영 2014.07.02 369
136 그렇지 않느냐 백로야~ 박영숙영 2014.04.14 261
135 여보게 젊은이, 그대 부모님은 안녕하신가 박영숙영 2014.06.10 398
134 나는, 고독하다 박영숙영 2014.05.22 235
133 나는 엄마의 어린 딸 박영숙영 2014.05.14 207
132 사막에 뜨는 달 박영숙영 2014.05.08 254
131 지옥과 천당이 공존하는 에덴의 동산 박영숙영 2014.03.31 305
130 고장 난 나침반처럼 박영숙영 2014.03.18 335
129 사람이 그리울 때 시장에 간다 박영숙영 2014.03.06 354
128 선혈(鮮血 ) 한 방울 박영숙영 2014.02.14 417
127 님들께 감사합니다 박영숙영 2014.02.14 355
126 좋은 것만 보면은 박영숙영 2014.03.04 331
125 엄마의 염주 박영숙영 2014.02.12 403
124 인터넷 고운 님이여! 박영숙영 2014.01.07 372
123 사부곡(思父曲) 아리랑/ 아버님께 바치는 헌시 (獻詩) 박영숙영 2013.12.29 409
122 설중매 박영숙영 2013.12.20 415
121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박영숙영 2013.12.11 430
120 경복궁에서 시를 낭송하다ㅡ 서울 문학기행 ㅡ file 박영숙영 2013.11.25 816
119 아름다운 나이 60대 박영숙영 2013.11.22 451
118 북극성이 되어버린 아부지 박영숙영 2013.11.20 313
117 나는 용서받지 못할 대 죄인이다 박영숙영 2013.11.16 373
116 어머니도 여자였다 박영숙영 2013.11.16 412
115 보고 싶다 인터넷 님이여 박영숙영 2013.10.16 380
114 가지 끝에 내가 앉아 file 박영숙영 2014.05.28 242
113 국론분열 멈추고 단결합시다 / 수필 박영숙영 2014.08.13 331
112 미소는 사람의 향기 박영숙영 2013.08.27 482
111 사랑이여! 박영숙영 2013.08.27 398
110 그대 이름 소방관 박영숙영 2013.06.03 489
109 사랑 앞에 서면 박영숙영 2013.05.29 500
108 양심의 “눈” 박영숙영 2013.04.29 555
107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박영숙영 2014.02.02 406
106 천 년의 뿌리 아리랑 박영숙영 2014.01.15 341
105 Bataan Death March Marathon (죽음의 행군)기행문 file 박영숙영 2013.04.02 720
104 사랑이란 (2) 박영숙영 2013.03.12 735
103 사랑이란 (1) 박영숙영 2013.03.12 541
102 사랑아~ 박영숙영 2013.03.12 547
101 봄날의 사랑 박영숙영 2013.03.12 501
100 사랑보다 먼저 박영숙영 2012.09.23 704
99 사랑 싸움 박영숙영 2012.09.23 648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7
어제:
84
전체:
883,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