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의 향기
2005.03.04 05:01
섬김의 향기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중급반 조명택
조명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촛불에 불을 밝혀 단체의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잔잔하고 고요한 음악이 흐르고있어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그들은 각자의 소망을 뜨겁게 간구 하고있었다. 발가벗은 수목 속의 세미나실 밤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2,000여 년 전 그분은 제자들 곁을 떠나시면서 섬기는 자의 도리를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제자들은 섬김을 받아야할 그분이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섬기는 자로의 변신을 환영하지 않고 있었다. 한 제자가 말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 그러자 그분은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그분께서 그때 가르치셨던 섬김이 재현되고 있었다.
조명과 음악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대야를 들고 젊은 신사가 내 앞으로 닦아왔다. 그는 우리 기수보다 1기 빠른 선배 섬김이었다. 들고 온 대야를 앞에 놓더니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양복을 입은 차림으로 두 무릎을 끊더니 내 무릎에 두 손을 올려놓고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두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으로부터는 따스함이 전해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온힘을 다하여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 같았다. 기도하는 모습은 섬기는 자의 겸손함과 나에 대한 사랑 충만으로 진솔함이 담겨있었다.
나도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섬김이의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였으므로 아멘 하고 화답하면 그만이었지만 나는 다른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오직 한가지 내용이었다. "주여 이에게 믿음을 주시옵소서!" 계속해서 이 단어만을 반복했다. 나를 위해 드리고있는 기도내용을 응답 받고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욕심과 기도였다. 섬김이의 섬김이 거짓일 수 없으련만, 혹시라도 있을 형식적인 섬김일지라도 그 섬김과 기도를 나의 것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의 기도와 섬김에 믿음도 심어주고 축복하고 싶었다. 섬김의 향기를 발휘하고있는 그의 봉사에 믿음이 없다면 그는 복과 상관이 없는 자가 될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다.
가지고온 수건을 무릎에 펴더니 나의 한쪽 양발을 벗겼다. 살을 드러낸 나의 발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붙들더니 조심스럽게 대야로 옮겼다. 대야의 물은 온도조절이 적절하여 따스했다. 두 손으로 발 안마를 하기 시작했다. 물 속에 있는 나의 발을 열 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쥐었다놓고 또 쥐기를 반복하는 걸 보면서 무엇인가를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엄청난 비밀이 있는 것 같이 느꼈다. 한참이나 손놀림을 계속하더니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양발을 꺼내 신겨주는데 백색 양발이었다. 희미한 조명 속에서 백색 양발을 내려다보니 그때 그분께서 제자들에게 "발밖에는 더 씻을 필요가 없다."고 하시며 "너희는 깨끗하다."고 말씀하신 그 분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순간 나를 사랑하셨던 그분께서 나의 모든 허물을 대신 짊어지시고 피 흘리심으로 나를 흰 양발같이 깨끗케 하셨다는 확신이 들어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섬김이는 한 번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등받이 의자에 앉아있고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나를 섬기고 있었다. 나머지 발도 그렇게 섬기더니 비닐봉투에 내가 신었던 양발을 담아주고 다시 처음과 같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나를 위하여 절대자에게 간구하고 있었다. 꼭 받도록 하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나는 믿음으로 아멘 하면서도 속으로는 시작할 때와 같은 기도만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에 내가 속해있는 봉사단체 이사회를 주관하였다. 인사말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하고 말았다. 회장권위에 대한 나의 견해였다. 나는 그동안 여러 모임에서 세워진 권위는 성경적으로 절대권자가 세워주신 권위로 믿고 받들어 섬겼다는 것과 임원들이 회장에 대한 섬기는 자세가 비 성경적이라는 내용이었다. 장로들과 나보다 연상인 이사들이 집사인 회장에게 협력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공동체의식으로 섬기면서 모임을 잘 이끌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회장의견에 종종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이사들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 것을 표현하였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반성한다. 말의 실수를…….
봉사단체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섬기는 자가 되겠노라고 굳게 결심하였던 것을 잊고, 어느 순간 섬김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오늘도 이사들을 섬기기 위해서 무엇을 헌신할까? 섬김으로, 솔선수범으로, 봉사에 임하자고 다짐하고 시작하였더라면 말의 실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섬김을 받으려다 이사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직장에서 신입사원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 사회에서도 말 잘하는 사람보다는 남을 잘 섬기는 자가 존경을 받는다. 가정에서도 가사를 잘 돕는 남자가 인정을 받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항상 공손하게, 모두를 편견 없이 사랑하며 섬길 수는 없는 것일까? 무엇을 하더라도 나를 드러내지 않고 그분만을 나타내는 게 섬김의 자세요, 섬김의 향기가 아닐까? 그 날 세족식(洗足式) 섬김이와 같이, 나도 그렇게 모두를 섬기며 향기를 내뿜고 싶다.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중급반 조명택
조명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촛불에 불을 밝혀 단체의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 잔잔하고 고요한 음악이 흐르고있어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그들은 각자의 소망을 뜨겁게 간구 하고있었다. 발가벗은 수목 속의 세미나실 밤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2,000여 년 전 그분은 제자들 곁을 떠나시면서 섬기는 자의 도리를 몸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제자들은 섬김을 받아야할 그분이 겉옷을 벗고,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대야에 물을 담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는 섬기는 자로의 변신을 환영하지 않고 있었다. 한 제자가 말했다. "내 발은 절대로 씻기지 못하십니다." 그러자 그분은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씻기지 아니하면 너는 나와 상관이 없다." 그분께서 그때 가르치셨던 섬김이 재현되고 있었다.
조명과 음악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을 때, 대야를 들고 젊은 신사가 내 앞으로 닦아왔다. 그는 우리 기수보다 1기 빠른 선배 섬김이었다. 들고 온 대야를 앞에 놓더니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양복을 입은 차림으로 두 무릎을 끊더니 내 무릎에 두 손을 올려놓고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두 손은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으로부터는 따스함이 전해오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도록 온힘을 다하여 간절하게 기도하는 것 같았다. 기도하는 모습은 섬기는 자의 겸손함과 나에 대한 사랑 충만으로 진솔함이 담겨있었다.
나도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섬김이의 기도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하였으므로 아멘 하고 화답하면 그만이었지만 나는 다른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오직 한가지 내용이었다. "주여 이에게 믿음을 주시옵소서!" 계속해서 이 단어만을 반복했다. 나를 위해 드리고있는 기도내용을 응답 받고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욕심과 기도였다. 섬김이의 섬김이 거짓일 수 없으련만, 혹시라도 있을 형식적인 섬김일지라도 그 섬김과 기도를 나의 것으로 승화시키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그의 기도와 섬김에 믿음도 심어주고 축복하고 싶었다. 섬김의 향기를 발휘하고있는 그의 봉사에 믿음이 없다면 그는 복과 상관이 없는 자가 될 수도 있겠기 때문이었다.
가지고온 수건을 무릎에 펴더니 나의 한쪽 양발을 벗겼다. 살을 드러낸 나의 발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붙들더니 조심스럽게 대야로 옮겼다. 대야의 물은 온도조절이 적절하여 따스했다. 두 손으로 발 안마를 하기 시작했다. 물 속에 있는 나의 발을 열 손가락으로 꽉 쥐었다. 쥐었다놓고 또 쥐기를 반복하는 걸 보면서 무엇인가를 나에게 전해주고 싶은 엄청난 비밀이 있는 것 같이 느꼈다. 한참이나 손놀림을 계속하더니 수건으로 물기를 닦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양발을 꺼내 신겨주는데 백색 양발이었다. 희미한 조명 속에서 백색 양발을 내려다보니 그때 그분께서 제자들에게 "발밖에는 더 씻을 필요가 없다."고 하시며 "너희는 깨끗하다."고 말씀하신 그 분의 음성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순간 나를 사랑하셨던 그분께서 나의 모든 허물을 대신 짊어지시고 피 흘리심으로 나를 흰 양발같이 깨끗케 하셨다는 확신이 들어 눈시울을 적시고 말았다.
섬김이는 한 번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등받이 의자에 앉아있고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나를 섬기고 있었다. 나머지 발도 그렇게 섬기더니 비닐봉투에 내가 신었던 양발을 담아주고 다시 처음과 같이 기도하기 시작하였다. 나를 위하여 절대자에게 간구하고 있었다. 꼭 받도록 하겠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나는 믿음으로 아멘 하면서도 속으로는 시작할 때와 같은 기도만을 외우고 있었다.
나는 오늘 아침에 내가 속해있는 봉사단체 이사회를 주관하였다. 인사말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말을 하고 말았다. 회장권위에 대한 나의 견해였다. 나는 그동안 여러 모임에서 세워진 권위는 성경적으로 절대권자가 세워주신 권위로 믿고 받들어 섬겼다는 것과 임원들이 회장에 대한 섬기는 자세가 비 성경적이라는 내용이었다. 장로들과 나보다 연상인 이사들이 집사인 회장에게 협력하기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공동체의식으로 섬기면서 모임을 잘 이끌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간절하지만, 회장의견에 종종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이사들이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던 것을 표현하였던 것이다.
나는 오늘도 반성한다. 말의 실수를…….
봉사단체의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섬기는 자가 되겠노라고 굳게 결심하였던 것을 잊고, 어느 순간 섬김을 받으려 하고 있었다. 오늘도 이사들을 섬기기 위해서 무엇을 헌신할까? 섬김으로, 솔선수범으로, 봉사에 임하자고 다짐하고 시작하였더라면 말의 실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섬김을 받으려다 이사들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직장에서 신입사원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 사회에서도 말 잘하는 사람보다는 남을 잘 섬기는 자가 존경을 받는다. 가정에서도 가사를 잘 돕는 남자가 인정을 받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항상 공손하게, 모두를 편견 없이 사랑하며 섬길 수는 없는 것일까? 무엇을 하더라도 나를 드러내지 않고 그분만을 나타내는 게 섬김의 자세요, 섬김의 향기가 아닐까? 그 날 세족식(洗足式) 섬김이와 같이, 나도 그렇게 모두를 섬기며 향기를 내뿜고 싶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34 | 전주천의 억새 | 이선운 | 2005.03.11 | 42 |
| 33 | 보석 같은 친구 | 김경녀 | 2005.03.11 | 42 |
| 32 | 첫 수업 첫 느낌 | 이인기 | 2005.03.11 | 50 |
| 31 | 지붕을 수리하는 집 | 조명택 | 2005.03.10 | 119 |
| 30 | 고향에 온 봄 | 김병규 | 2005.03.09 | 60 |
| 29 | 곁에 있기만 해도 미더운 사람 | 김정자 | 2005.03.09 | 53 |
| 28 | 세탁기 | 박영임 | 2005.03.08 | 37 |
| 27 | 3월에 띄우는 편지 | 이은재 | 2005.03.08 | 48 |
| 26 | 입학의 달 3월은 | 김학 | 2005.03.08 | 90 |
| 25 | 당돌한 10대 | 유영희 | 2005.03.08 | 48 |
| 24 | 103강의실을 찾아가던 날 | 신영숙 | 2005.03.07 | 36 |
| » | 섬김의 향기 | 조명택 | 2005.03.04 | 44 |
| 22 | 토실이 | 박영임 | 2005.03.03 | 36 |
| 21 | 새벽 아르바이트 | 유영희 | 2005.02.27 | 132 |
| 20 | J씨의 꿈 | 유영희 | 2005.02.27 | 45 |
| 19 | 어머니의 세뱃돈 | 고재흠 | 2005.02.27 | 38 |
| 18 | 수필과 음식솜씨에 대하여 | 이정림 | 2005.02.26 | 49 |
| 17 | 여백,그 아름다움 | 이영열 | 2005.02.23 | 63 |
| 16 | 색연필 이야기 | 김정희 | 2005.02.23 | 68 |
| 15 | 할아버지 보시옵소서 | 김학 | 2005.02.20 | 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