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기웃거리는 기억들                                     연선 - 강화식

 

녹음이 성숙한 그늘 밑에 보이지 않는 생각들이 꿈틀대는 오후

고여 있는 물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기차 레일을 걷는 매일의 반복 속에

본능적인 지금의 식욕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갇혀 있고 과거를 헤집고 다니는

입맛들이 기억을 위로하는 잔치로 만리장성을 쌓는 8

 

엄마는 가끔씩 노란 양푼에 점심을 비빈다. 보리 밥에 연두색으로 잘 익은 열무김치와 고구마 줄기 나물을 먼저 넣는다. 그리고 멸치 국물에 감자, 양파, 고추, 애호박과 유난히 두부가 많이 들어간 된장 찌개를 넉넉히 떠 넣는다. 그 위에 고추장, 참기름까지 첨가한다. 아들 둘 딸 둘 옹기종기 둥근 상에 모여 앉아 숟가락을 입에 물고 빨리 먹기 위해 준비를 하는지 모두 침을 흘리고 있다. 엄마는 10개의 눈동자를 한 손에 달고 밥을 신나게 비빈다. 그리고 각자의 밥 그릇에 담기 전에 화식아 부엌에 가서 계란 접시 갖고 와라심부름은 꼭 둘 째 딸에게 시킨다. 남동생 둘을 쳐다 보고 언니를 훑어 보며 갖고 온다. 시간이 지나 노른자가 주저 앉고 윤기가 없어진 계란을 하나씩 올려준다. 아마도 미리 갖다 놓으면 먼저 다 먹기 때문에 엄마는 밥을 맛있게 먹으라고 나중에 나누어 준 것 같다. 밥상 옆에는 함박 꽃이 그려져 있는 하얀 양은 쟁반 위에 파란(아들용)플라스틱 컵 2개와 빨간(딸용)2개가 노란 주전자와 같이 있다. 마당 안에 있는 우물 물을 두레박으로 길어 올려 담아 놓으면 주전자도 더워 방울방울 땀을 품고 있다. 어린 그 때는 정말 주전자가 땀을 흘리는 줄 알았다. 이런 신기한 현상을 보려고 물은 항상 내가 준비했다. 우리 집 안에 우물이 있어 여름에는 이웃들이 시원하게 떠다 먹을 수 있게 대문을 열어 놓고 살았다. 한 명도 안 오는 날은 궁금해서 문 밖에 얼굴만 내밀고 살피기도 했고 때로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드나드는 것이 싫어서 문을 닫은 적도 있었다. 그러면 엄마는 슬며시 또 문을 열어 놨다. 그렇게 4형제가 여름 방학만 되면 감나무 밑 평상에서 점심을 먹었다. 서울의 외곽이자 내 고향인 고척동이 그리워진다. 엄마의 냄새가 생각나는 과거의 그곳을 자꾸 기웃거리고 있다

 

2020-08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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