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그림자 (변명을 위한 편법)                  연선 강화식

 

침대 난간에서 사투를 벌이다가

이불을 박차고 나와 된서리와 뒹구는 아침

쪽 잠을 잔 후유증이 건강한 그림자를 지우자

잊었던 흔적들이 메스꺼움을 토해낸다

유연한 관절과 이별을 한지 수 십 년

목은 좌우 11시와 1시 밖에 갈 수 없다

좁은 시야 속 공포는 고통으로 물들고

심장에 박힌 굳은 살은 느리게, 빠르게 열고 닫는다

갇힌 시간들 사이로 뚜벅뚜벅

틈을 찾아 11자로 기웃거리지만

여백은 좀처럼 가르침을 주지 않고 침묵 한다

무참하게 흘러가는 시간 위에

염증의 농도를 측량해서 다시 들어 가자

하얀 천장과 침대의 유혹이 빠르게 달라 붙지만  

뇌 속을 흩으러 놓는 단백질을

치매에게 양보 하기 싫어 또 움직인다

시간과 통증을 정복 하지 못한 서러움이

전염병 같이 스며들어, 털어내려고 흔들어 보지만

아주 먼 기억이 가까이 찾아와 속삭인다

불타는 숲을 안으라고….  

열등감이라도 벗고 편법을 저질러 볼까?

 

2020-1111 (빼빼로 데이)

 

*인턴넷 신문 - 시인뉴스 포엠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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