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같아라

2018.12.25 17:59

김상권 조회 수:4

올해만 같아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상권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의 반복된 삶을 겪으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일들을 경험하리라 생각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기쁜 일과 슬픈 일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부모님의 죽음을 가장 슬픈 일로 생각하지 않을까? 좀 더 잘해드릴 걸 하고 후회하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부모님이 이승을 떠나신 지 54년이 된 오늘도 한스러울 뿐이다. 어릴 때, 청소년 시절, 장년 시절, 노년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여움과 즐거움이 있었지만 그러한 것들은 머리에 오래 남아있지 않고 잊어버리곤 했다.  

 사는 동안 내내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다. 그래도 사람마다 때가 다를 뿐이지, 누구나 한 번쯤은 즐거움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내 경우엔 늘그막에 기쁜 일이 있었다. 67세에 늦깎이 수필가로 등단한 것이다. 첫 번째의 기쁨이었다. 20092월호 한국산문(구 에세이플러스)에서 실시한 제34회 수필공모에서 <악수>라는 작품으로 당선된 것이다. 추천이 아닌 공모에서 당선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상상 못했던 일이다. 그 뒤로 읽고 쓰고, 읽고 쓰고를 계속하여 등단한 지 1년여 만인 20109월 첫수필집《다들 어디로 갔을까》를 발간했다. 이러한 과정은 나의 노력보다는 지도교수의 첨삭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맙기 그지없다.

 두 번째 기쁜 일은 두 번째 수필집인 《뻐꾸기 소리로 아침을 열다》를 발간한 일이다. 전북일보 20141031일 금요일 (책과 세상)의 지면에 책 표지와 내 사진을 싣고 「‘종심(從心)’ 나이에 전하는 행복론」이라는 제재 아래 다음과 같은 내용을 실었다.

 책 속의 <행복 일기><할머니의 자가용>을 소거했다. <할머니의 자가용>에 대해서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대한 소중함을 전하고, 생활 속에서 얻은 성찰의 메시지를 서술했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를 보고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 발로 걸으며,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수수께끼를, 앞으로는 저녁에는 여섯 발로 걷는 이’라고 새로 내야 한다고 전한다. 세월의 변화에 따라 지팡이가 유모차로 바뀐 풍경을 기술하면서도 독자에게 인식의 전환을 요청한다. 유모차는 할머니의 자가용으로 측은지심을 경계하라고 강조한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보다 유모차를 밀며 걷는 할머니가 더 건강할지도 모른다유모차 할머니를 당당한 여성으로 다시 인식케 하는 발상의 전환이 눈에 띈다고 기술했다. 지도교수와 이세영 기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18년은 국가적으로 대변화의 해였다.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북한선수단이 참가하고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엄청난 사건이었다. 평화의 물꼬를 튼 셈이다. 이 어찌 놀라운 변화가 아닌가? 그런가 하면 나에게도 올해는 남다른 해였다. 문인화에 입문한 지 12년이 흘렀지만, 수필공부에 밀려 소홀히 했다. 두 분야를 함께 공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붓은 놓지 않았다. 그 결과 여섯 번이나 입선했다. 입선할 때마다 ‘나는 재능이 없는가 보다. 그 이상은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좌절감마저 생겨 그만둘까 하는 마음도 먹었다. 그런 과정에서 나에게 커다란 기쁨이 찾아왔다. 2018년 5월 30일 50회 전북미술대전에서 실국으로 특선을 했다. 2018623일 제32회 전국춘향미술대전에서 황국으로 특선과 입선, 2018931일 제15회 과천문화원 주최 한국추사서예대전에서 황국으로 특선, 2018111일 제19회 신사임당미술대전에서 소나무로 우수상과 입선을 했다. 우수상의 화제는 송수천년불로장춘(松壽千年不老長春 : 소나무의 수명은 천년이고 늙지도 않으며 사철 기나긴 봄이다.)였다. 내가 우수상을 타다니,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내 실력이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수필을 뒤로 미루고 문인화공부에 몰두한 것은 사실이지만 내게 이러한 기쁜 일이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여기에는 지도 선생님의 남다른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무슨 일이든 혼자서는 일구어내기가 쉽지 않다. 독불장군식으로는 안 된다. 혼자보다는 들이, 둘보다는 셋이, 셋보다는 여럿이 정을 주고받고 재능을 주고받는 가운데 그 무엇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은 물론 많은 운동선수도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코치나 감독의 지도 없이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또 연말이 되면 여러 방송국에서 연말 연예 시상식이 이루어지는데 여러 부문에서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을 시상한다. 수상자들은 수상 소감을 밝히는데 한결같이 자기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를 표시한다. 어떤 이는 메모를 해 와 호명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자기 혼자의 노력으로는 그 자리에 설 수가 없기 때문이다. 남의 도움을 받고 남을 도와주면서 사는 일상이 됐으면 좋겠다.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다 준 지도 선생님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언제나 올해와 같은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2018.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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