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행운

2018.12.29 05:16

김용권 조회 수:2

뜻밖의 행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김용권

 

 

 

  어느 여름날 더위를 식힐 겸 호숫가를 찾았다. 이 호수는 어렸을 때 멱도 감고 낚시도 하던 곳으로 나에게는 학창시절 추억이 깃든 아중저수지였다. 한 곳에 다다르니 많은 사람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낚시대회였다. 늦었지만 대회에 출전해도 되느냐고 물으니 접수를 해 주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주최 측 본부 옆 그늘진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목화꽃 구름 사이로 햇빛이 드리우는 아름다운 곳에서 옛 추억과 실력발휘도 할겸 낚시를 했다. 

 어떤 이는 여러 대의 낚싯대를 멋지게 드리우고 서서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고, 현대식 장비를 완벽하게 펼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채비를 준비하지 않아 현장에서 구입한 옛날 방식인 줄낚시를 선택했다. 생미끼를 사용하여 첫 번째 줄을 힘껏 던졌다. 그러나 내가 원하던 방향이 아닌 곳에 떨어졌다. 두 번째 줄은 원하는 곳 한가운데 정확히 던져졌고, 마지막 세 번째 줄을 던지고 주변정리를 하고 난 뒤 나만의 비장의 미끼를 준비하는데 첫 번째 줄에서 요란스럽게 방울이 울리더니 낚싯줄이 마구 딸려가고 있었다. 울리는 방울소리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쏠렸다. 줄을 잡는 순간 팽팽한 느낌이 온몸을 타고 전해졌다. 큰 고기가 걸린 것이다. 낚싯줄에 물고기가 저항하는 것을 느끼며 서서히 당기는데 주변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순간 세 번째 줄에서 방울소리가 울렸다. 이 상황을 옆에서 지켜보던 한 분이 황급히 달려가 줄을 당겨 고기를 잡아 올렸다. 나는 그것을 볼 틈도 없이 낚싯줄을 잡고 물고기를 살살 달래가며 힘겹게 걷어 올리려는데 순간 환호성소리가 울렸다. 아주 커다란 물고기를 잡은 것이다. 아주 멋지고 햇빛에 반짝이는 누런 대형 붕어를 잡았다. 본부 가까운 곳에 자리했기에 곧바로 크기를 측정했다. "42cm 월척 붕어 성공!" 하며, 관계자의 호명 소리가 높았다. 잡아 놓은 물고기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낚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경꾼들이 자리를 점령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낚시의 끝남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렸다. 누가 보아도 제일 큰 물고기를 잡았기에 대상감이라고들 했다. 낚시대회가 종료하고 시상식장에 모두 모였다. 차례차례 시상을 하고, 마지막 대상차례였다. 이미 수상자가 결정났듯이 내가 대상을 수상했다. 전년도 대상 수상자로부터 상품을 받았다. 아주 멋진 낚싯대와 부상으로 세탁기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대상수상자로 다음대회는 소양호에서 낚시대회를 계최하니 대상 수여자로서 꼭 참석해야 되며, 일체 경비는 주최 측에서 제공한다는 이야기에 서명을 했다. 즐겁고 행복한 축하를 받았다. 예기치 않은 행사에 참여했다가 뜻밖의 행운이 쏟아진 것이다. 집에 가면 아내가 무척 좋아할 것을 상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는 순간, 처마밑 풍경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너무나 생생하고 즐거운 꿈이었다. 오늘 오후에는 교회에서 제53기 두란노아버지학교 개강날인데 분명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길 것 같은 기대가 생겼다.

 

  젊은 시절에 낚시의 매력에 빠져 전북권 저수지라면 거의 다 다녀 봤을 정도로 매우 낚시를 즐겼다. 나는 낚시를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지금 생각하니 낚시 가르침이 아니라 인내심과 끈기를 직간접적으로 가르쳐 주셨던 것 같다. 어느 때는 빈 낚시에서 세월을 낚기도 했으며, 친구 아버님하고도 낚시터에서 종종 즐겼지만, 낚시보다 더 소중한 삶의 무게를 햇빛에 말려내는 법을 전수해 주셨던 것이다. 한 순간의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어 오랜만에 옛 친구와 아중저수지를 찾았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나만의 낚시터는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호수주변에는 시민들의 수변산책로가 멋지게 마련되어 있었고, 중심지에는 수변광장도 생겼다. 물가에는 수생식물들이 멋스럽게 장식이 되어있어서 시민들의 발걸음을 반겼다. 저 멀리 아름다운 찻집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내머리를 환하게 비추더니  옛날 영사기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동네사람들과 어느 추운 겨울날 저수지 안쪽 왜망실 산에서 땔감 나무를 한 짐씩 짊어지고 그림자 길어질 때 꽁꽁 얼어붙은 저수지를 가로지르던 옛 기억이 떠올랐다. 저만치 밝은 달은 물장구를 치고, 별향은 선녀를 부르는데 하늘에서는 영사기 소리만 요란했다. 

                                            (2018.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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