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錢]을 물고 있는 돈(豚)

2019.01.05 12:59

홍성조 조회 수:3

돈[]을 물고 있는 ()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홍성조

 

 

 

 지난 일요일 새로 음식점을 차린 지인의 개업식에 초대를 받았다. 밖에는 화환이 즐비하고 축제분위기가 물씬 났다. 안으로 들어가니 중앙에 상이 정성스럽게 차려졌다. 상 가운데는 돼지대가리와 떡, 그리고 몇 가지 음식들이 차려졌고 옆에는 막걸리도 있었다. 사회자가 지금부터“몽땅 퍼주는 식당” 개업식을 갖겠다고 선언하니, 주인이 상차림 앞에 나와 돼지 아가리에 5만 원짜리 지폐를 꽂고 절을 했다.“대박나게 해주십시오!”하면서 말이다. 그 뒤 차례대로 주위 사람들이  절을 하는데, 누구나 다 지폐를 돼지 주둥이에 걸치고 절을 했다. 신기한 것은 돈을 물고 있으면서도 웃는 돼지 모습이 사뭇 멋져 보였다. 돈을 물고 있는 돈()이 틀림없었다. 여기저기서 이 음식점은 분명 대박이 날 것이라며 소근대고 있었다.

 

 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돼지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목통이 굵고 삐죽한 입 위에 뚱그렇고 두꺼운 육질이 빛나며 콧구멍이 뻥 뚫린 모습이 마치 남산 터널 입구 같았다. 돼지주둥이는 코와 윗입술이 따로 없이 둘이 하나로 붙어 있었다. 공격적이고 저돌적으로 보여 저 주둥이로 한 번 물면 크게 다칠 것 같았다.

 

 금년은 “己”에 해당하는 재물의 상징인 “황색”과 “福”을 의미하는 “亥”에 해당하는 황금돼지의 해로서 모든 사람들을 설레게 한다. 또 돼지의 꿀꿀 소리가 그렇게 아름답게 들린 적은 없었다. 그 소리는  행운과 복을 부르는 소리라고 한다.

 

 예로부터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아 다산을 상징하는 길상의 동물로 인식되어,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모이거나 횡재할 운수라며 사람들은 그 이튿날 복권을 산다. 일확천금의 행운을 가져다주는 착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허나 돼지라는 내면에는 슬픈 사연도 있다. 누군가가 “돼지”라고 부르면 욕을 얻어먹는다. 욕심 많은 놀부가 떠오르고, 뚱뚱한 모습을 연상하며, 미련 곰탱이라는 뉘앙스를 풍겨서, 사람들이 싫어한다.

 

 돼지는 본인이 누울 자리를 깨끗이 하고 대소변을 가리는 똑똑하고 영리한 동물이라고도 한다. 돼지는 집안에서 든든한 재산증식의 밑천이며  자기 몸을 희생하여 인간들의 건강도 책임을 져 준다. 더불어 삼겹살과 소주 한 잔으로 애환어린  인간들에게 위로의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나는 어릴 적 시골에서 혼인날은 혼주 집에, 명절날은 마을 회관에서 돼지를 잡는 광경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돼지 멱을 딸 때는 “꽥-꽥” 동네방네가 떠나가도록 내지르던 그 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돼지가 참 가련하다고 생각했다. 허나 동네어른들은 아랑

곳하지 않고 인정사정없이 예리한 칼로 목을 따는데, 피를 함지박에 흘리기도 한다. 살려달라고 발버둥치며 애원하는 눈동자를 그 당시에는 어린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어 외면하곤 했었. 요즈음 농촌의 밭고랑을 훼손하고 도시의 상점가에 나타나 사람들을 위협하는

멧돼지의 출몰은, 생태계를 파괴한 사람들의 업보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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