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불놀이

2019.03.10 14:02

구연식 조회 수:4

쥐불놀이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구연식

 

 

 

 

 우리는 농경문화, 특히 벼농사를 주로 하는 수도작(水稻作)문화를 기초로 이루어졌다농사철에 씨를 뿌리고 가꾸기를 게을리하면 가을에 수확할 수 없기에 근면과 협동과 상부상조는 몸에 배었고, 민속놀이도 대부분이 농경문화에서 시작되었다.

 

 쥐불놀이 역시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농경문화를 공통분모로 한다.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놓아서 해충을 박멸시켜 풍년을 기약하는 민속놀이다. 아무 때 아무 곳에나 불을 놓으면 산불 등으로 번져 인명과 재산에 피해가 있으므로 정월 들어 첫 번째 쥐의 날, 즉 상자일(上子日)이나 대보름날 밤 농촌에서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일제히 불을 놓는 민속놀이다.

 

 쥐불놀이는 한자어로 서화희(鼠火戱) 또는 훈서화(燻鼠火)라 하는데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정초 쥐의 날에 마을에서 콩을 볶으면서 사람의 식량을 축내는 쥐를 향해 쥐 주둥이 지진다, 쥐 주둥이 지진다.”라는 주문을 외우고 횃불을 사른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쥐불놀이기구로는 불땀이 좋은 싸리나무나 옹이가 있는 소나무가지 또는 솜방망이로 횃대를 만들어 사용했다. 쥐불놀이는 논두렁 밭두렁을 태우는 것 외에 편을 갈라 많은 면적을 불태우는 마을이 이기는 방식도 있고, 큰 내나 둑이나 다리를 먼저 건너거나 차지하는 마을이 이기는 방식도 있다. 따라서 농악대를 앞세우고 서로 건너려고 하는 과정에서 상대편을 다리 밑으로 밀쳐 내거나 횃불을 던지거나 내리쳐서 밀쳐내기도 한다.

 

 인류 최초로 불을 사용한 호모 에렉투스는 번개와 같은 자연현상에서 우연히 얻은 불씨를 살려 동굴을 밝히거나 횃불을 만들어 짐승을 쫓았으며 추위를 쫓는 데도 불이 유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로 익힌 음식은 날 것보다 소화가 잘됐고, 풍부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 몸이 더 튼튼해졌으며, 두뇌도 발달했다.

 

 인류에게 불의 등장으로 자연 정복이 가능했고, 문명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었으며, 현대사회에서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공기와 같은 필수 요소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이 전장에 보급되었던 전투식량 C-레이션 중에서 캔(can) 껍데기(깡통)의 재활용은 우리의 생활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특히 정월 대보름날 쥐불놀이 도구로 깡통이 등장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봄철 불꽃은 잘 안 보인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봄에는 공기가 매우 건조하여 숲과 낙엽들도 최고로 건조하여 가장 낮은 발화점에서 불쏘시개로 적합하여 연기도 없이 불꽃만 훨훨 타오르기 때문에 불꽃은 계속 번져도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아 불이 무섭게 번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산불이 번지기 쉬운 가을부터 산불조심라는 깃발이 전국 산 입구의 도로변에는 어김없이 펄럭이며 입산 금지와 산불 예방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혹자는 우매한 인간인가 아니면 고도의 미필적 고의성 인간인가 잘못된 쥐불놀이나 잘못 다룬 불씨로 수십 년 자란 수목들을 불태워 온 산을 까맣게 잿더미로 만들거나 천년고찰 문화재 등을 소실(燒失)하여 발을 동동 구르며 온 국민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여 문명의 발전을 앞당겼고 삶의 윤택도 가져왔다. 아무리 묘약이라도 용법과 용량을 어기면 독약이 될 수 있다.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 찧는 토끼를 보며 횃불을 밝히고 소원을 빌었던 쥐불놀이는 어디로 갔는가? 선진국들은 달에서 계수나무를 불태우고 토끼를 몰아내어 우주까지 정복하려는 야심찬 불꽃 전쟁이 이 시간에도 주도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쥐불놀이는 흙냄새 물씬 나고 정이 넘쳤던 민족의 정서다. 끈끈한 정이 꺼지지 않는 모닥불 같은 소박한 문화다. 자연의 순리대로 살았던 착함의 직업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자손들의 문화이다. 순수와 착함은 정의의 잣대이며 진리의 횃불일진대 우리의 쥐불놀이를 인류문화에 실어 많은 민족에게 권장하고 싶다.

 

 이태백처럼 술에 취해 저 달에 가서 놀고 싶은 욕망도 아니고, 그렇다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아 불을 못 켜는 순희네 집 안방에 달아주려는 욕심도 아니다. 그대와 손을 꼭 잡고 초동들의 쥐불놀이하는 불꽃이 달무리처럼 훤하게 퍼지는 모양을 바라보면서 계수나무 아래서 오순도순 사는 토끼 부부처럼 작은 소망 빌어보며 살고 싶을 따름이다.

                                              (2019.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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