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수필 - 눈물이 왜 날까 / 김영교 4-6-2017
2017.04.06 03:11
왜 눈물이 날까 / 김영교
흐르는 게 세월 뿐이겠는가. 강물도 역사도 목숨도 사랑도 노래도 흐른다. 시간 자체는 밑도 끝도 없지만 시간에 발을 담근 것들은 잘도 흐른다. 흘러서 나도 어른이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주위에 음악이 있었다. 큰 오라버니가 틀어놓은 유성기에서 흘러나온 LP판 음악이 있었다. 바이올린 선율인데 뭘 모르면서도 너무 곱고 절묘해 어린 가슴이 에이는 듯 좋아했다. 흐르는 세월에 메말랐을 법한 눈물이 여전히 바이올린 선율에는 젖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나는 노래를 잘하지도 못하거니와 악기를 다룰 줄 모른다. 선풍기에 손가락을 댔다가 다치는 통에 피아노를 초기에 중단했다. 손가락은 다쳐도 마음가락은 열려있었다. 귀에 담고 마음에 담았던 늘 가까이 듣던 그 바이올린 곡이 ‘집시의 노래’라는 것이었다. 19세기 유럽에서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가이자 바로 치고이너바이젠(집시의 노래)작곡자 사라사테라는 것도 세월이 흐른 다음에 알았다.
자신 이외는 아무도 연주할 수 없는 곡으로 바이올린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교와 현악기의 특징을 가장 효과 있게 작곡 연주한 스페인 출생의 대가였다고 한다. 내게는 그지없이 아름다운 선율이어서 가슴을 파고들었다. 사라사테의 치고이너바이젠과 함께 LP판 뒷 곡은 아직도 기억 속에 살아있는, 지금까지 내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생상스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였다. 전 유럽 음악애호가들의 마음을 거머쥔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묘한 외모와 화려한 연주 기교로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멎게 만들었다고 했다. 항상 매진되는 연주회였다고 하니 짐작이 간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경이적인 바이올린 주법을 선보인 파가니니도 흘러흘러서 지금은 사라 장(Sarah Chang)이다.
정신이 번쩍 나는 듯 강열하게 이어가는 연주를 듣노라면 애잔하게 흐르다 격렬한 탬포로 급전환하는 경쾌한 마무리에 무의식적으로 빨려들곤 한다. 높이 올랐다 수직강하하는 그리고 굽이굽이 빠르게 또는 잔잔하게 이어주는 바이올린의 다양한 매력에 들을수록 빠져들게 된다. 황홀해진다. 세월은 흘러 유투브를 통해서 이제는 편안히 감상하는 세상이 되었다. 유명한 연주자들의 탁월한 연주기교를 쉽게 즐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 옛날 내 꿈과 함께 자란 바이올린 이 두 곡은 늘 가슴을 서늘하게 울린다. 한없이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은 바로 가족에 대한 사랑이며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다.
벌써 삼월을 건너 사월 초입이다. 이제 곧 장미도 피고 과꽃도 필 것이고, 금세 단풍잎 고운 시월로 넘어갈 것이다. 우리에겐 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고, 사랑할 사람도 많지 않다.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의 어떤 부분이 눈물 나게 하는지 꼭 집어서 말 할 만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냥 감동에 마음이 저려온다. 가슴이 미어지듯 행복해지기도 한다. 왜 그럴까. 울림통이 큰 북이 내안에 들어있기라도 한 건가? 외부의 아름다움이 파장으로 건너오면 그냥 눈물이 나는 경우가 많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다. 꼭 아름다워서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안에 있는 진폭이 깊은 울림통에 그 소리가 닿아서 긴 파장으로 진동 이엄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음악은 특히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은 사람의 마음을 특히 내 마음에 닿아 절절하게 영혼까지 움직이게 하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좋은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 늘 어딘가 다른 곳, 내 안에 있지만 평소에는 닿을 수 없는 좋은 곳으로의 문이 열리곤 한다. 밝고 맑은, 높고 편안한 그 문은 신과의 교감이 아닐까? 그리고 그 때가 바로 눈물이 나는 때가 아닐까?
일생을 통하여 무엇이 나 같은 사람 하나를 그렇게 감동시켜왔을까. 어떤 기억이나 연상 작용일까. 지금은 사라 장의 열린 무대이다. 세계적인 사라 장이다. 청색 드레스를 입고 치고이너바이젠을 연주하는 사라 장을 유튜브에서 보노라면 눈물이 글썽여진다. 전율이 온몸을 감싼다. 언제 보아도 감흥 효과는 나를 데리고 하늘로 치솟는다.
좋은 바이올린 곡을 들으면 왜 눈물이 날까? 꼭 이유가 따로 있을까 마는 그냥 너무 너무 아름다우니까 그런 거라고.
*Pablo de Sarasate 의 Zigeunerweisen
*Camille Saint-Saëns 의 Introduction & Rondo Capriccioso
*Niccolò Paganini (1782 Genova, Italy)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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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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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7 21:41
척척박사님:
네, B/M으로 깔아놓고 작업
잔잔하게
혈관을 따라 흘러드는 선율
레드카펫의 선율
뭉클, 글썽, 아림, 그리고 황홀....
감사,
많이 많이 행복 그리고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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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6 03:21
Stay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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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7 21:45
척척박사님:
제가 선호하는 연주곡,
깔주셨네요.
행복한 감상시간 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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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6 03:28
Stay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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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오
2017.04.06 05:42
금빛출님,
사라 장을 언급하셨네요
벌써 10여년전 런던 공연장에서 한번 만났지요
전후반 두개로 나눠진 콘서트인데 사라장이 전반에 그리고 저희 그룹이 후반에.
중간 휴식시간에 대기실에서 사라와 그 아버지를 함께 만나 얘기를 나누었읍니다
저는 답답할때 Brahms의 Hungarian Dance No. 5를 잘 듣읍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저는 이곡을 들으면 숨이 콱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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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7 21:32
강강술래님: 아, 그랬군요.
항가리 무곡, 저도 좋아합니다.
개인마다 음악적 뇌파가 다르게 작동하나봐요.
음악은 치료사
가슴을 트이게도, 눈물흘리게 그래서 회복으로....
카타르시스
발길, 감사
Stay t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