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 보라색 음성 / 김영교
2017.05.25 03:25
그 시절 보름 달은 밝은 등불
책들이 달을 삥 둘러서면 온 마을은 환한 이야기 주렁주렁
고향의 맑은 공기만 먹고도 잘 크는 아이들
냇가에 발 담구면 흐르는 저 냇물처럼
깨끗하고 꾸준 하라던 그리운 목소리
가족 그림 안에
세월은 흘러 먼 이역에서 듣는 고국소식
고층건물에 마이카 시대
비대해지는 서울
속도가 주눅 들게해
그리움이 엉금엉금 와 안기면
아스라이 잊고 살아온 세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오라버니 뒤를 밟는 막내
오라버니 희수 쟁반에 청포도 마음 올려드리면
반가운 휘파람 소리 사방에서 일어선다
지열을 뚫고 이민 암벽을 기어오르는 버둥거림
‘용타, 용해’
환갑이 지나도 동생은 역시 동생
언제 들어도 살맛나는 보라색 음성
거기 그렇게 늘 서있다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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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5.26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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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5.26 09:53
일년전에..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가 공연을 하는 걸 봤습니다.
이미 팔십대의 노인인데도 세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연을 하더라구요.
저도 앞으로 백세가 되어도 세 시간 운동을 계속하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그가 기타 줄을 퉁기면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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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5.26 17:55
척척박사님: 최영미의 시, 튀어서 좋아합니다. 오돌도돌 씹히는 맛,
제 협소한 시안을 넓히는데 척척박사님의 공이 큽니다.
감동, 운동, 기쁨
저를 살아가게 하는 근저 에너지
이 순간 또 다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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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6.11 09:54
Ode to joy.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이 이어붙인 24시간을,
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
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
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
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 무심코 눈에 밟힌 신록이
얼마나 시리도록 청청한지, 눈을 뜨고도 나는 보지 못했다.
유리병 안에서 허망하게 시드는 꽃들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의식주에 충실한 짐승으로 노래를 잊고
낭만을 지우고 심심한 밤에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느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 (최영미 /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