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내 마음의 소원 / 김영교
2017.04.08 18:42
내 마음의 소원 / 김영교
꽃밭에 꽃이 피면
품은 향기 바람에게 나누어주고
내 마음 받쳐주는 꽃 대궁이게 하소서
여름 푸른 뜨락에 새가 우짖으면
내 마음 소리 높이 부르는 노래가 되어
그 음계(音階) 가지이게 하소서
어두움이 깊어지면 더 반짝이는 별빛처럼
실눈에도 둥글게 환한 보름달로 떠서
후미진 골짜기 까지 비추어 주사
고개 숙인 만큼 더욱 익어가는 과일처럼
나의 작아짐으로 점점 커지는 사랑 한 톨이게 하소서
가장 시린 손을 내가 먼저 따뜻이 잡고
가장 가난한 식탁을 나로 하여금 먼저 방문케 하사
이 세상 가장 슬픈 귀를 가진 귓가에
내 마음 먼저 가 닿는 기쁜 종소리가 되게 하소서
이 세상 가장 허기진 동네에 까지
내 마음이
그나마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보듬어 줄수록 따뜻해지는 그릇이게 하소서
마침내 헐벗은 겨울 마음들을 껴안는
눈부시게 도착하는 당신의 새싹편지이게 하소서
4-5-2017 수 오랜지방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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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9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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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교
2017.04.09 12:15
척척박사님:
인규라는 시인 친구 있으신가봐요.
최희준가수의 하숙생, 법대생이었지요?
목소리가 부드럽고 리듬도 순해서 편안하고 따라 부르기도 쉽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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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9 02:43
소원시(所願詩) / 이어령(李御寧 ) **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 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千人斷崖)의 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 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는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
김영교
2017.04.09 12:24
척척박사님: 저음의 첼로소리 아프네요.
표정도 좋고요.
감사. 석학 이어령박사의 귀한 시, 잘 감상했습니다.
역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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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2017.04.09 07:30
Q씨에게 -
영자 Q는 매우 매력적인 글자 같다. Q는 일찍이 루쉰이 <아Q정전>에서주인공의 이름으로 쓴 글자고 박경리 선생도 수상집()을 통해
창조한 인물에 같은 글자를 썼다.
익명으로 쓰는 Q는 적어도 유래 있는 글자임에는 틀림이 없다.
박경리 선생의 ‘Q씨’에 이끌렸다. 선생은 왜 ‘Q’를 썼을까.나는 Q가 흔히 쓰는 ‘질문’(question)에서 온 게 아닐까 짐작하지만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선생이 Q라는 익명의, 그것도 미지의 인물을 불러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Q씨는 존재하지도 않는 부정형의 존재다. 이쪽에서 건네는 얘기에 답을 할 일도 미소 짓거나 얼굴을 찌푸릴 필요도 없다.그는 단지 상대의 얘기를 말없이 들어주면 된다.그런 Q씨에게라면 누구든 편안하게 내 마음의 풍경과 행로를조곤조곤 전할 수 있으리라.조용필의 노래 큐가 생각나네요. -
김영교
2017.04.09 12:28
척척박사님:
오늘 골고루 밥상에 올려주신 메뉴
다 섭취하고
살이되게 뼈가 되게
작은 몸집 작은 키를 뛰어넘어
산 크기의 가창력과 감동의 목소리
늘 거구의 명창입니다.
감사
- 나그네의 길
푸른 청보리가 바람에 춤추는 어느날
부는 바람은 거세어 나를 날려 보낼듯 하지만
나그네는 청보리 밭 가운데 홀로 고독을 그린다
내 잘났다 교만하거나 뽑내며 살아온 인생
숨어 흘리는 눈물을 훔쳐주는 바람따라
나그네는 발길을 멈추고 겸손을 찾아본다
조금 있으면 황금색 뽑내며 고개숙일
청보리의 위로를 받으며 바람 길에 고독을 맡기고
걸어온 길 미련스럽지 않게 남은 길 발걸음 옮긴다
저 멀리서 기다리는 인생에 미리 붓칠을 하지말고
오늘도 한걸음 미소속에 사랑을 담고 나그네 길을 간다 ( 충남 공주 고성리 인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