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거름 녘 건너 - 김영교

 

흐르는 게 강물뿐인가

시간이 흐르는 동안

때로는 잊기도

빛바래기도

사라지기도 하고

더러는 저물어 아픈 흔적으로 남아

 

땅속 깊이 뿌리내린 우정의 나무에는

봄이 오면 애쓰지 않아도 언제나 새싹의 기척소리

빈번한 왕래는 마음에 길 터

씨 뿌리는 수고를 거처

사랑의 샘 정(情)물을 퍼 올린다

 

바람 높은 추운 겨울

아랫목에 고요히 앉아

오래 묵었던 기억들을 꺼내보노라면

김 오르는 고마운 순간들 떼 자어 문안한다

 

사는 게

함께 흘러가는 것

바람과 구름,

해질녘이나 어스름한 달밤

흘러 길고 먼 강, 휘돌아 저쪽 이편 사이

사랑의 다리 하나

세월을 지탱하는 깊은 뿌리

2017년 5월 서울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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