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에 대한 명상
2019.02.01 06:16
한 걸음의 길이가 너를 생각하는 하루 같아서
눈 먼 새처럼 용감하게 과거를 쪼고
오른 발과 왼 발 그 어디쯤
젖은 저녁 절반이 서쪽에서 오고
어둠이 스며 따스한 담요가 더 필요한
발 뒤꿈치 같은 시간
하루의 무게에 꾹 눌려 잠들어야 하는 밤이
나를 밀어내고
나 대신 울던 바람의 눈이 달에 박혀
붉어지는 달 수정체가 구름과 숨박꼭질하는 사이
내게서 빠져나간 너의 옛 시간은 우주로 흩어지고
아득히 멀어져 은하수 되고
백 년을 앞 당겨 온 그리움 되고
언제나 싱싱한 아침으로 너도 깨어나
한 걸음이 하루 같은 길이로 사는 동안 그 안에서
너는 낮에도 빛나는 별이 되고
밤에도 환한 꽃이 되고.
(경@012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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