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편지
2012.02.20 02:19
저는 그동안 며칠 세도나에 있었습니다
늘 생각으로만 그려오던 그 곳에 가 보니
늙었을 때 거기서 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습니다
조용하고 깊고 겸손하고 넉넉한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같은
어머니는 길게 드러누워
손가락 마디 마디
발가락 사이 사이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겨드랑이와 허리 무릎과 허벅지 엉덩이
그리고 깊고 깊은 곳 남자도 없이 아득하고 아늑한 곳
풀들의 노래를 불러 바람을 불러 햇살을 불러
거기에 깃든 모든 것을 품고 있었습니다 아들같이 딸같이
저도 잠시 어린 아이로 있다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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