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2012.05.24 13:03
죽은 자 만이 강물을 따라 흐를 수 있다네
살아서 나를 찌르는 검은 기억
피도 없는 것이 뼈도 살도 아닌 것이
솔잎처럼 새파랗게 살아서
내 안에 돋아나서
인생이 또 멈춰지네
죽음의 문 세상 옷을 통과 시키지 않네
누옥과 거기 누웠던 아버지
사월이면 무성희 번지는 슬픔 하나
나의 그이가 이제 중년이 되었네 미워할 수 없는
거꾸로 매달리는 아버지가 되었네
번쩍이는 날 선 칼
죽은 자 만이 강물을 따라 흐를 수 있다네
노래 부르며 잡초를 뽑네
구멍마다 솟아난 가시를 잡아 빼네
번쩍이는 날 선 말씀
죽은 자 만이 강물을 따라 흐를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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