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

2013.12.10 11:56

이영숙 조회 수:634 추천:21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게다. 나폴레옹 장군이 전쟁터에서 무수히 피어있는 세잎클로버를 봤다. 모두 똑같은 모양으로 무리를 이루어 피어있는 것이 아름다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들 가운데 있는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된다. 유독 혼자만 네 잎을 가진 것을 기이하게 여긴 나폴레옹이 그 네잎클로버를 자세히 보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에 적이 쏜 총알이 머리위로 지나가게 돼 천만 다행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이때부터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뜻한다고 전해졌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것을 교회서 예배시간에 목사님을 통해 들었다. 네잎클로버는 행운, 세잎클로버는 행복. 클로버들이 많이 피어있는 곳에 가면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한번쯤 두리번 거려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듯하다. 행운을 얻고 싶은 인간의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이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를 무자비하게 밟고 다닌다. 행여 찾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찾기 어려운 그 행운을 찾으려고 주위에 널려있는 행복을 전혀 귀한 줄 모르고 밟고 다니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이다.
  난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 중 하나다. 어려서부터 운이란 나에게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교회나 학교나 어떤 모임에서 ‘행운권 추첨’이라는 게 있으면 난 그냥 나온다. 한번도 거기에 내 이름이 거론돼 본 적이 없으니까. 아예 기대를 접고 피해버린다. 그럼에도 가끔 혹시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을 때도 있지만 언제나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여태껏 살면서 복권을 단 한번도 사보지 않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불로소득의 그 복권,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아다녔을 때도 상식이상 많은 월급을 주는 곳은 아예 연락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이지 않는 것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행운’을 가진 사람은 얻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도리어 그것은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만 했을 뿐이다.
  네잎클로버는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기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 주위에는 많고 많은 세잎클로버가 있다는 것을. 주로 그렇게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태어나 어려운 가정에서 살아왔지만 한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게 주어진 삶은 신이 허락한 것이니 그저 감사하게,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행운이고 행복이라 생각 했으니까.
  물론 지금도 감사한 일들이 주위에 널려있다. 아침이면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기지개 펴는 이 세상에 나도 그들과 함께 눈부신 태양을 맞이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무런 자격도 없는데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음이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지난밤을 잘 자서 개운한 몸으로 일어나도, 잠을 좀 설쳐서 찌뿌듯한 몸으로 일어나도 다 감사하다. 새날을 맞이한다는 것만 해도 행복하지 않는가. 이 빛나는 아침을 맞이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이 있을텐대.
  바쁠 때는 바쁜 데로 감사하다. 아직도 어디에선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게 감사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아 여유가 있을 때는 그 또한 감사하다. 이렇게 넉넉한 시간을 즐기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돈이 없으면 부족한 대로 그만큼만 먹고, 쓰면 된다. 아낄 줄 아는 모습을 가지고, 어려운 사람들을 이해할 시간이 생기는 것이 감사하다.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그 또한 얼마나 감사한가. 몸이 좀 힘들 때도 있지만, 건강을 잃은 사람들을 보며 감사한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병원비 비싼 이 미국에서 병원 신세지지 않고 살아 왔던 것도 눈물 나게 감사하다.
  물 한 잔 마시고도 감사하고, 숨을 쉴 수 있음도 진심으로 감사하다. 식사 후에도 너무 감사하고 화장실에 다녀와서도 감사하다. 다리가 튼튼하지 못해 뛰지는 못하지만, 걸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입을 열어 말 할 수 있음도 감사하고, 노래를 할 수 있음도 감사하다. 딸이 있는 것도 감사하고, 그 딸이 건강하고 착하게 잘 자란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돌아보면 모든 게 감사하고 내 주위에 있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솔직히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 어찌 완벽한 감사만을 가질 수 있겠는가? 마음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 불평이나 불만은 가능한 꺼내지 않고 묻어두려 하는 거겠지. 묻어두고,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감사만 드러나는 게 아닐까?
  네잎클로버는 내 가까이 없다.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찾으려 하지 않는다. 세잎클로버는 내 주위에 가득하다. 나는 이를 귀히 여기며 감사한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귀한 세잎클로버를 밟고 다니지 않을 거다. 내가 가진, 나에게 주어진 이 아름다운 세잎클로버를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 가려한다.

11/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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