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맛있다
2014.03.14 04:38
봄이 오면 딸은 늘 조른다. 냉잇국을 끓여달라고 성화가 말이 아니다. 미국에 있는 한인 마켓을 아무리 돌아 다녀보아도 어디에도 냉이는 보이지 않는다. 수소문하여 어딘가에 냉이가 있다기에 불원천리하고 달려가 보았다. 어쩌면 냉이가 이렇게 커다랗고 볼품이 없단 말인가? 냉이가 아니라 거의 상추수준으로 크다. 그것도 냉동된 냉이라니. 아무리 뜯어보고 훑어보아도 냉이라 하기에 말이 안 된다. 맛은 말하면 무엇하리. 질기는 또 어떻고. 냉이 향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어찌 냉동된 냉이에서 봄을 찾을 수 있겠는가.
한국의 냉이는 우선 그 향이 바로 봄이다. 캘 때부터 봄은 냉이에 가득히 묻혀 나온다. 살짝 데쳐 무침을 하면 입안에서 봄은 사르르 피어난다. 콩가루에 살짝 묻혀 된장에 넣고 끓여 놓으면 감탄사를 열 개를 찍어도 모자랄 황홀감이다. 그 냉잇국을 원하는 딸의 마음을 모르지 않다. 나 역시 그 냉잇국이 얼마나 그리운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른 봄에 한국을 찾을 수 없는 형편이 아닌가. 아이는 그 봄에 학교를 다녀야 하는데.
한국의 맛이 어디 냉이뿐이던가. 미국에서 시금치를 사 먹을 때마다 느낀다. 이게 정말 시금치가 맞는가? 미국이라는 커다란 땅덩어리가 모든 사물도 크게 만드나보다. 웬 시금치가 그렇게 커서야. 자그마하고 아기자기한 한국의 시금치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파릇파릇하고 자그마한 잎에 뿌리는 빨간색을 띈 그 시금치의 모습. 그런 시금치는 찾을 수 없다. 싱겁고 닝닝한 미국의 시금치. 한국의 것은 약간은 쌉싸래하면서 특유의 달큼한 맛을 가졌다. 그것이 진정한 시금치 맛이다. 살짝 데쳐 집 간장과 참기름만 넣고 무쳐도 세상에 없이 훌륭한 맛이다. 더 이상의 아무런 양념이 필요 없다. 상상만으로도 입에 군침이 돈다.
한국의 것은 모두 맛있다. 과일도 한국의 과일이 미국의 것보다 더 맛있다. 처음 이곳에 올 때는 켈리포니아가 비가 적게 오고 햇볕이 좋아 과일이 맛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처음 과일을 먹었을 때 내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내가 능력이 없어 과일을 잘 못 골라서 그랬나보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마켓에 가니 ‘한국산’이라는 표를 커다랗게 해 놓은 것을 보고 놀랐다. 왜 이 좋은 땅에서 나는 과일들을 두고 한국에서 수입해 와야 할까? 먹어보고서 알았다. 한국 것이 얼마나 맛있는지.
쌀도 한국산이 맛있다. 미국의 쌀이 좋다 해도 한국의 일등급 품질 쌀의 반들반들 윤기 자르르 흐르는 그 모습과 쫄깃한 맛을 비교할 수 없다. 얼마나 맛있는 한국 쌀인가.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은 더 비싸다. 맛이 더 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흔하게 먹는 꽁치며 갈치며 고등어. 한국산이 월등히 맛있다. 한국산이 아닌 것은 우리 입이 벌써 거부한다. 그 맛이 아니란 말이다.
농수산물이 전부 한국의 맛을 따를 수 없는 미국이다. 신토불이를 말하자는 게 아니다. 실제 맛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한국의 토질이 더 좋아서일까? 한국의 날씨가 사계절이 더 분명해서일까? 어쨌든 한국의 모든 것이 맛있다.
한국의 밥상이 그립다. 맛있는 쌀로 윤기 반들반들하며 쫄깃한 밥을 짓고 시금치 무쳐놓고 냉잇국 한 그릇을 곁에 두고 고등어조림을 한 접시 올려놓은 밥상을 받고 싶다. 옛 임금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게다. 또 다시 한국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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