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문학서재






오늘:
0
어제:
2
전체:
281,055

이달의 작가

이선주 목사님을 추모합니다

2016.12.15 04:36

PAULCHOI 조회 수:122

 

 

이선주 목사님을 추모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존경의 마음을 품음에는 때와 장소의 구분이 없습니다. 조국을 그리워하는 마음도 이에서 지나지 않습니다. 제가 조국을 떠나온 지 삼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향산천이 몹시 그립습니다. 제가 알고 지내던 고향사람들이 못 견디게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무정하게 흘렀는데도 그들의 얼굴이 좀처럼 잊히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산에 나무며 들에 풀이며 냇물 속에 노니는 붕어 미꾸라지며 송사리 모래무지 심지어 그 작은 새우새끼까지 정든 모습으로 떠오르고, 진달래꽃빛이며 뻐꾹새울음까지 사진을 찍어 놓기라도 한 듯 조금도 변함없는 모습으로 마음속을 가득히 채우고 있음을 어찌합니까!

 그러나,이보다도 더욱 마음을 뜨겁게 데우는 것은, 곁에서 정을 나누며 사시다가 세상을 떠난 분들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입니다. 어느 누가 유구하여 인생의 무궁한 세월을 향유할 수 있겠습니까. 잠시 왔다 가는 인생! 이토록 짧은 순간의 삶인데 우리네의 아픔을 무엇으로 달랠 수 있겠습니까!

 금년 이른 봄까지 제 곁에서 글을 쓰시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로 벗해 주시던 이선주 목사님께서 홀연히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37년의 지령을 이어가는 미주기독언론의 맏이인 크리스천헤럴드의 편집고문 자리를 지키시며, 그 옆자리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논설고문인 저를 늘 마음에 두시고 사랑해주시던 분이신데......, 곧 퇴원하셔서 출근하시기만 바라던 저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듯 청천벽력과 함께 세상을 하직하셨으니, 가슴을 가누기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1989년부터 크리스천헤럴드와 연관을 갖으면서 저의 선임자이신 이 목사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당시 편집국장이셨던 이 목사님의 후임으로 제가 그 직을 맡게 되었으며, 그 뒷날 주필이셨던 이 목사님의 후임으로 또 제가 그 직을 맡았었습니다. 그런 인연에 더하여 목사님께서 떠나신 후 편집고문직은 저의 일이 되었습니다. 이 목사님께서도 대학을 졸업하시자 신문기자로 봉직하셨고 저도 대학을 나오면서 일간지 기자로 출발하였습니다. 이런 인연들을 살펴보더라도 이 목사님과 저와는 이만저만의 관계를 떠나서 각별한 사이였음이 분명합니다. 한 두 해가 아니고 참으로 여러 해 동안 동반자로서의 중책을 감내하며 역경도 고난도 함께 견디는 추억을 새겨오던 깊고 뜨거운 사이였는데, 세상을 떠나시는 일마저 선임자의 순서를 놓치지 않으시고 그리 훌훌히 떠나시었습니다.

 이선주 목사님! 지금 목사님이 계시지 않는 빈방에 혼자 앉아 목사님을 추모합니다.

이 목사님께서는 언론인으로서의 모범이셨습니다. 정확, 공정하고 신속한 기사를 빠짐없이 기록, 보도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설, 칼럼에 정론을 펴셨습니다. 영문기사는 번역도 하셨습니다. 사건 속에 뛰어들어 분명한 기사문을 이끌어 내셨습니다. 틈틈이 저술을 하시면서 집념을 기울이셨습니다. 총 6권으로 간행된 <태평양을 가로지른 무지개>의 출판위원장으로서 <고난과 영광의 100년 I, II>를 친히 저술하셨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저술입니다. 이 목사님의 저술은 모두 그만한 가치를 발현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노력과 치밀한 관찰과 판단력 그리고 문장으로의 표현은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목사님의 글만이 아니라 목사님의 어깨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메어져 있습니다. 종이와 펜과 카메라 전화기는 목사님의 일부였습니다. 언제나 기자로서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유지하셨습니다. 이 목사님께서는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주셨습니다. 코리아와 아메리카 사이에 태평양이 넘실거리고 있음을 분명하게 선을 그으시며 사시었습니다. 우리가 한국인임을 매우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특히 이민사를 빛낸 인물들을 조사 연구하여 차례로 집필하시는 노고를 서슴지 않으셨습니다. 대한민국의 통일을 누구보다 더 열망하셨습니다. 그런 관계로 진보적인 목사님이라고 하는 분도 더러 있습니다. 이 목사님은 사심이 없으신 분입니다. 동료를 사랑하시고 선후배에게 예의를 다하시며 따뜻하고 다정다감하신 목회자요, 언론인이요, 이민사회 역사학자요, 정의를 사랑하고 용기를 불태우는 분이요, 8순을 맞으면서도 시인이 되시기를 열망하셨던 순수하신 서정적인 어른이셨습니다. 이선주 목사님은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이 방에서 매일같이 글을 쓰시던 이선주 목사님을 곁에서 뵙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최선호 목사/크리스천헤럴드 편집고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 <추모의 글> 세기의 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추모함 paulchoi 2018.03.03 17
20 오랫동안 기다리던 임마누엘 곧 오소서 PAULCHOI 2017.12.10 10
19 크리스천헤럴드 창간 40 주년 paulchoi 2017.11.27 38
18 기미독립선언문 paulchoi 2017.01.30 963
17 시인 목사가 펴낸 <시편정해> 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paulchoi 2017.01.15 186
16 뉴욕 미주기독문학동우회 "단풍문학측제" 최선호 2016.12.27 2385
15 <추모의 글> 하늘나라 입성하신 고 임재순 사모님 영전에- 최선호 PAULCHOI 2016.12.17 188
14 새 천년 새해부터 PAULCHOI 2016.12.15 49
13 선교언론 사명에 최선 PAULCHOI 2016.12.15 48
12 남가주 교협 이대로 좋은가? PAULCHOI 2016.12.15 44
» 이선주 목사님을 추모합니다 PAULCHOI 2016.12.15 122
10 <추모사> 고 이선주 목사님을 추모합 PAULCHOI 2016.12.15 98
9 단편소설 <바다는 말이 없다> PAULCHOI 2016.12.10 310
8 단편소설 <적그리스도> PAULCHOI 2016.12.10 140
7 단편소설 <모성애> PAULCHOI 2016.12.10 435
6 <추모의 글> 삼가 고 임동선 총장님을 추모합니다 - 최선호 PAULCHOI 2016.12.10 488
5 <축사> 믿음의 친구 정요한 목사님 - 최선호 paulchoi 2016.12.09 143
4 <letter> 장 형께 paulchoi 2016.12.09 63
3 교우록 <하나님의 뜰에 심긴 종려나무처럼> 이정근 목사 미주성결대 명예총장 paulchoi 2016.12.09 157
2 은퇴의 변 "감사합니다" paulchoi 2016.12.09 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