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무엇인가

2002.11.18 04:00

길버트 한 조회 수:585 추천:7

※ 소설의 정의와 기원 ※

1. 소설의 정의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보다 확실한 정의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근대 시민사회 이후 소설이라는 문학장르의 의의와 가치가 부각되면서부터 이다. 그 이전에는 소설에 대한 정의가 시대와 사회에 따라 각기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논자들의 문학관에 따라 달리 표현되어 왔었다. 소설에 대한 제일 처음의 인식은 그것을 이야기로서 파악한 데 있었다. 동양에서는 소설을 경시하여 변변치 못한 잡담이나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거리를 적은 것에 소설 이라는 용어가 사용되었다.
중국의 장자는 「외물편(外物篇)」에서 飾小說以于縣令 이라 하였으며 반고(班固 )는 『한서(漢書)』「예문지(藝文志)」편에서 小說家者流蓋出於稗官街談巷語 道聽塗說者之所造也 라 하였는데, 이 말은 소설은 패관이 창작한 작품으로 거리 바닥에 마구 떠도는 부스러기 같은 이야기 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규보가 「백운소설(白雲小說 )」에서 처음으로 소설 이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이렇듯 소설이란 용어는 단순히 괴담(怪談)이나 패관소설, 수필 정도의 산문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길거리에 떠도는 잡담[시정(市井)의 잔소리]이나 변변치 못한 이야기에 불과한 의미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것은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소설을 연애모험의 이야기로 인식하고 있는 로맨스(romance)란 용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소설을 흔히 스토리(story), 숏 스토리(short-story)라고 하는데 이 단어의 의미를 보아도 소설이 가벼운 이야기를 의미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사무엘 존슨이 소설은 대체로 연애를 우습고 재미있게 쓴 이야기다 라고 하고 웻(Abbe Wet)도 소설이란 독자에게 기쁨과 교훈을 주기 위하여 기교를 부려서 쓴 연애 모험담의 픽션이다 라고 한 데서도 소설은 이야기거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근대 이후 이러한 흥미위주의 이야기라는 단계는 보다 발전하여서, 소설이 인생의 표현이요 인간성의 탐구라는 관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소설은 증류(蒸溜)된 인생이다 (해밀턴)", "소설은 실생활과 풍습과 그것이 쓰여진 시대의 그림이다 (리브)", "소설이란 생활에 대한 인상, 즉 직접적인 체험의 단계이다 (제임스)"라는 표현들을 보면, 소설은 현실이나 인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의들 속에는 소설을 삶의 반영으로서, 그리고 체험의 반영으로서 보려는 뜻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것은 르네상스 이후 영국에서 소설이란 뜻으로 쓰인 novel 의 명칭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novel은 어원적으로 new, 즉 새롭다 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novella와 라틴어novellus에서 왔는데, 여기서 새로움 이란 이야기의 단계를 넘어선 인간에 대한 새로운 탐구요, 표현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워렌은 노블(novel)은 사실적인 인간생활과 그 풍습이 작품화되던 시대의 묘사이다 라고 하여 노블을 로맨스와 구별하고 있다.
소설을 정의하는 세 번째 단계는 소설이 거짓말로 꾸며진 세계라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소설을 픽션(fic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허구 라는 뜻을 가진 말로서 소설은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상상적인 세계를 허구화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픽션은 곧 가공적인 이야기, 허구적 세계를 뜻하는 것이다.
포스터는 소설은 적당한 길이의 산문으로 된 가공적인 이야기다 라고 하고 있으며, 브룩스와 워렌은 소설은 이야기, 즉 캐릭터에 대해서 꾸며놓은 이야기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들 속에는 길이 서술방식 짜임 등에 관한 구체적인 정의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성격적 특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현대소설의 특징적인 한 면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소설은 그 시대적 조건이나 상황에 따라 개념이 다르다. 소설이 지닌 특질이나 기능의 한 면을 강조해 놓은 이러한 정의들을 종합해 볼 때, 소설은 이야기이며 꾸며서 만든 것이고 현실이나 인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소설은 인생에 대하여 꾸며진 환상적이며 사실적인 이야기로서 창작문학의 한 장르 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2. 소설의 기원

소설의 기원을 논하는 경우, 우선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가 고대의 서사문학에서, 둘째가 중세의 로맨스, 그리고 셋째가 근대사회의 출현에서 보는 경우가 그것이다.
소설의 기원을 고대 서사문학에서 보려는 경우는 소설의 특징을 이야기(story)와 서술(narration)에 있다고 보는 견해이다. 즉 서사시(epic)는 장중한 문체로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장편의 운문시로서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영웅이나 신적 존재의 행위가 중심적인 이야기가 된다. 몰튼은 『문학의 근대적 연구』에서, "서사시·서정시·희곡 및 역사·설화·웅변은 문학 형태의 여섯 가지 요소이다"라고 말하면서 앞의 세 가지를 poetry(詩-創作文學), 나머지를 prose(散文-討議文學)로 양분하고 서사시의 창조적 서술과 서정시(lyric)의 창조적 명상 및 극(drama)의 창조적 표출을 주장했다. 그는 또한, "서사시는 이미 우리가 보아온 바와 같이 고대의 운문설화와 근대소설을 포함한다" 라고 하여 근대소설의 기원을 서사시에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리 역시, 소설을 서사 형태의 창작이라고 보고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서사 형태의 창작(서사시)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먼저 서정 형태의 창작(서정시)에 대비하여 볼 때는 스토리적인 플롯이 그 특징이다. 이것은 표출 형태의 창작(희곡)과 대비하여 볼 때는 내러티브(narrative)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그 스토리적인 플롯이 어디까지나 내러티브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데에 서사시의 기본적인 성격이 있다.

둘째로는, 소설의 기원을 중세 로망(roman)에서 찾으려는 견해이다. 티보데가 『소설의 미학』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설(roman)은 그 이름이 가리키듯이 승려 문학자의 시대에 라틴어로 쓰여지던 정규의 서적에 대해서 세속의 속어로 쓰여진 것을 의미한다. 로망이란 말이 마침내는 이야기를 뜻하게 된 것은 로망어로 기록된 것의 대부분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로맨스는 원래 일반인과는 거리가 먼 귀족 중심의 문학이었으나, 고달픈 현실 속에서 잠시라도 위안을 얻고자 한 서민에게도 한때 많은 인기가 있었다. 따라서 로맨스는 현실유리의 환상적인 도피 문학으로서 기사의 무용담과 아름다운 연애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고대소설인「홍길동전」,「장끼전」,「구운몽」,「춘향전」등에서도 로맨스적인 성격을 발견할 수가 있다.
영국에서는 18세기 이전에 성행하던 이야기를 로맨스라고 하여 소설취급을 하지 않다가, 다시 18세기 이후부터는 이야기를 노블(novel)이라 불러 소설이라고 하였다. 이 노블은 원래 중세기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던 이야기 형식인 노벨라(novella)에서 온 말로서 신기한 것 새로운 것 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세태를 반영한 사실적인 이야기를 로맨스와 구분하기 위해서 썼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로맨스는 사건을 위주로 해서 쓴 이야기요, 노블은 성격과 동기를 위주로 해서 쓴 이야기라 규정 지을 수 있다. 그러나 논자에 따라서는 이 둘의 분리를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로망(roman)은 장편소설을 뜻하고 노블은 단편소설을 뜻하는 것으로 주로 쓰인다.
세번째로, 소설의 기원을 근대 산업사회 이후로 설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본격적인 근대소설의 성격은 인간성의 탐구와 인생의 표현에 있는 만큼 그러한 특질은 인간의 발견을 내세운 르네상스 이후인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근대소설은 프랑스혁명이나 미국의 독립, 산업혁명등 자유 평등 개인주의 사상의 산물이며, 따라서 자유로운 산문 형태의 문학이고 평민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구에 있어서 리차즈는 「파멜라」를 근대소설의 효시로 보고 있다. 종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비해 「파멜라」는 산문 형식으로 되어 있는 서간체 소설일 뿐만 아니라, 하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인간의 평등사상과 자아각성에 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생생한 심리묘사와 인습의 개성적 표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파멜라」를 선두로 하여 일련의 18세기 소설들에는 그 이전의 흥미나 사건 위주의 소설인 로맨스에 비하여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 근대소설은 이야기 전개가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특수한 인물의 등장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의 성격이 개성적으로 나타나고 사실적인 문체의 확립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구의 근대소설에 가까운 소설이 나타나게 된 것은 신소설이나 이광수와 김동인에 이르러서이며, 근대소설의 효시로는 이광수의 「무정」을 들고 있다.
이상의 고찰로서 소설의 기원은, 이야기와 설화에 있다고 보아 고대의 서사시에서 혹은 중세의 로맨스에서 찾을 수 있지만 본격적인 소설의 개념은 근대 산업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인간성을 탐구하고 인생을 표현하는 근대소설은 19세기 들어와서 더욱 발전하였으며 20세기에는 여러 가지로 변모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소설의 특질 ※

1. 허구의 진실
소설의 특징으로서는 먼저 허구성을 들 수 있다. 그것은 소설이 근본적으로 이야기 에 그 연원이 있는데, 이 이야기 는 상상에 의하여 꾸며진 이야기요, 가공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설은 작가에 의하여 꾸며진 가공적인 이야기요, 허구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허구, 즉 픽션이란 말은 단순히 거짓말로 꾸며진 이야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주관과 상상력의 작용에 의하여 창조된
것으로 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따라서 작가는 제2의 창조자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다양한 모습들을 소설 속에서 재현하고자 한다. 이 때 그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적인 세계 속에서 가공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통해 소설 속에 재구성하는 것이다.

한때 소설은 사회의 거울이요, 시대의 그림이라 하여 대상의 사실성(actuality)을 중요시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현실과 시대의 반영체라는 점을 강조하였을 뿐으로 소설은 현실의 복사이거나 시대의 기록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설은 허구성의 특징과 함께 실재성(reality)이 부여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그것은 소설에서 그리는 사실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간성의 진실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의 소설을 읽고 그럴싸하다 고 느꼈다면 대체로 그 소설은 리얼리티를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허드슨도 리얼리티가 없는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듯이 소설은 구체적으로 다양한 인간에 대한 탐구이고 작가의 주관에 의해 꾸며진 픽션이지만, 그것이 리얼리티를 획득할 때 비로소 생명을 얻게 되고 진실해진다. 즉 거짓말인 소설을 참말처럼 믿게할 수 있는 것이 이 리얼리티의 작용에 의한 것이고 작품 속의 인물이나 행위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호흡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이 리얼리티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리얼리티의 획득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소설 속에서 작품을 구성하는 작가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그것은 워렌이 리얼리티를 설명하면서 동기화의 논리를 포함하여 논리성은 플롯의 사건을 모두 통일성으로 묶어 놓는다 고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즉 리얼리티는 논리성이고 이 논리성으로 하여 전체적인 작품의 통일성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작품 속에서 플롯의 전개나 캐릭터의 설정 및 배경의 변화에 있어서까지 우리는 작가가 창조해 놓은 인생을 우연성이 아닌 필연성에 의한 논리의 인과관계가 따를 때만이 별다른 무리 없이 수긍할 수 있다. 따라서 소설의 리얼리티는 현실 세계에서 보는 사실 이 아닌 가능한 진실 로서의 인생의 양상을 만들어 가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대중소설이 통속소설로 전락한 데는 이 리얼리티 획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우연성에 의한 사건의 반복은 진실성을 부여할 수 없고 따라서 감동을 줄 수 없다. 왜냐하면 사건이나 사실들에 대해서 필연성이 부여될 때만이 일관성과 질서를 발견할 수 있고 나아가서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의 감동은 소설로 형성화된 진실성 위에서만 형성되는 정서적 반응이다. 따라서 소설은 만들어진 가공의 세계이면서 그 나름의 독자적인 실재성을 획득하여야 하는데 그것은 소설적 필연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2. 인간탐구와 인생표현
허드슨이 문학이란 언어를 매개로 하는 인생의 표현이며, 소설은 인생의 해석이요, 소설의 주제는 곧 인생이다 라고 하였듯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인간을 탐구하고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이 발견하고 묘사하고 창조하려는 것이 인간의 다양한 삶과 인생인 만큼 소설은 총체적으로 인간을 탐구하고 구체적으로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다. 즉 작가는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의 내면적인 동굴을 찾아 부단히 붓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단지 인간의 모습을 찾는 데에만 목적을 두지 말고 의미성을 지니는 인생, 가치성을 부여할 수 있는 인생을 탐구해야 한다.
현대소설 중에는 더러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나 김성한의 「제우스의 자살」, 황순원의 「차라리 내 목을」과 같이 동물이 주인공인 소설이 더러 있는데 이러한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려고 한 것으로 일종의 풍자라 할 수 있다.
절대적 동일성을 가진 인간형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우리는 다양한 인간 삶의 모습을 소설속에서 만나게 된다. 따라서 소설은 인생과 삶의 다양한 전시장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삶의 양상을 어떻게 보여주는가가 문제인데 모리악의 견해를 빌면 다음과 같다.

소설가는 모든 인간 속에서 가장 신을 닮았다. 그는 신을 모방하는 자이다. 그는 산 인간을 창조하고, 운명을 구명하고, 사건과 재앙을 짜 올리고, 그것을 뒤섞고, 종국에로 인도한다. 그것은 끝내 허공 속에서 그려진 인물일까, 아마 그러하리라. 그러나 「전쟁과 평화」의 로스토프와 카라마조프의 형제는 살아있는 어느 인간에 못지 않은 실재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영원한 본질은 우리의 본질과 같이 형이상의 신념이 아니며, 현재의 우리가 그 증인이다. 이들 인물은 약동하는 생명을 가지고 우리 사이에 대대로 전달되고 있다.

뛰어난 고전작품에는 독창적인 인간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은 물론이거니와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되고 있음을 잘 명시하고 있다. 즉 인간의 탐구는 개성의 특징이나 사고방식, 심리현상 등 인물로서의 전형을 창조해내기 위한 인간성의 발굴이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리악의 말대로 인간을 창조하는 작가는 신의 입장에서 인간을 구출하는 휴머니스트인 것이다. 따라서 고대소설이 스토리 중심의 소설이었지만 근대소설에 와서는 구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 캐릭터 중심의 소설로 바뀌고 있다. 즉 성격창조,심리묘사, 인물표현 등이 주요 특질로서 다루어진다.

이러한 인간탐구와 인생표현에 그 목적을 두는 소설은 그것이 언어의 예술인만큼 구체적인 구조나 스타일 등 표현방식이나 형태에 있어서 예술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무엇을 보여주는가 하는 문제와 함께 어떻게 보여주느냐도 고려되어야 한다. 즉 소설이 인간의 사상을 표현하고 인간성을 탐구한다는 점에서는 철학적이지만 소설은
근본적으로 캐릭터의 형상화요, 창조적 표현의 구체화라는 점에서 단연코 예술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훌륭한 소설은 인간과 인생에 대한 탐구와 함께 사상성이 나타나야 하며, 동시에 예술적인 기교와 형식미도 갖추어야 한다.

※ 소설의 유형 ※
소설의 종류는 그 분류기준이나 관점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우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분류방법에 따르면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소설의 주제에 따른 분류
: 정치소설/ 종교소설/ 계몽소설/ 비극소설/ 순정소설 등으로 나눌 수 있다.
(2) 소설의 소재에 따른 분류
: 농촌소설/ 해양소설/ 도시소설/ 역사소설/ 과학소설/ 탐정소설 등이 있다.
(3) 문예사조를 중심으로 한 소설의 종류
: 사실주의 소설/ 자연주의소설/ 낭만주의소설/ 사회주의소설/ 실존주의소설/ 심리주의소설/ 상징주의소설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4) 소설 미학적 가치를 기준으로 한 분류
: 순수소설/ 통속소설/ 본격소설/ 중간소설 등이 있다.
(5) 소설의 분량에 따른 분류
: 콩트(掌篇)/ 단편소설/ 중편소설/ 장편소설/ 대하소설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상에서 나눈 분류는 소설을 이해하는 방편으로서의 도움을 줄 뿐이다. 그것은 소설의 장르 자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성으로 인해 그렇게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슈탄첼이 소설 유형학은 소설이란 장르가 내어 놓은 수많은 현상들과 형식들에다가 그것을 조감하고 서술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질서와 원리를 부여하려는 소설비평 및 소설이론의 노력의 산물이다 라고 말하고 있듯이 어느 한 유형에다가 한 작품을 넣고 보는 방법으로 해당 작품을 완전 무결하게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작품해석을 하는 데 있어 사소한 개별적 문제나 하찮은 문제에 빠지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어떤 방향 제시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소설의 내적 형식에 입각한 유형분류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1. 뮤어의 분류

(1) 행동소설 : 플롯이 없는 스토리 위주의 소설로서 행동소설은 초보단계의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즉 근대 이후의 사실주의 소설과는 달리 호기심의 연속으로 이어져 있는 로맨스가 그 원초적인 것이다. 행동소설은 호기심과 박력 있는 사건들로 인하여 독자에게 한없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모험소설, 탐정소설들이 많으며 로맨스와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뮤어는 트웨인의 「톰소여의 모험」이나 스코트의 「아이다호」등을 행동소설로 꼽고 있는데, 스토리 중심에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우리나라 고대소설 「홍길동전」도 행동소설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2) 성격소설 : 본격적인 소설의 첫 단계로서 행동소설이 스토리 중심의 시간소설이라면 성격소설은 등장인물의 성격을 공간적으로 탐구하는 소설이다. 행동소설은 개개의 사건에 특별한 초점이 맞추어지지만, 성격소설에서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개성적이며 새로운 성격이 도출된다.
따라서 성격소설은 공간적·평면적인 사회를 배경으로 삼아 당시의 풍속을 보여주고 주인공의 성격과 생활의 양상을 나타내는 소설 유형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터키베리의 「허영의 시장」인데, 이러한 성격소설은 근대소설과 관계가 깊다고 할 수 있다. 뮤어는 "행동 소설에서는 인물이 플롯에 맞게 만들어지지만 성격소설에 있어서 인물을 분명히 나타내기 위하여 플롯이 마련된다" 라고 그 특징을 말하고 있다.
(3) 극적소설 : 극적소설은 작중 인물과 플롯이 완전에 가깝게 결합된 소설로서 행동소설과 성격소설이 종합된 경우라 할 수 있다. 뮤어는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멜빌의 「백경」, 오스틴의「오만과 편견」등을 극적소설의 전형으로 들고 있다.
(4) 연대기소설 :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가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연대기소설은 개인의 편력을 거대한 사회를 배경삼아 그리기 때문에 극적소설과 성격소설의 양효과를 거둘 수 있다. 흔히 총체 소설이라고도 하는데, 극적소설의 시간성과 성격소설의 공간성을 조화시킨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대기소설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시간개념이다. 그러나 극적 소설에서의 내면적 시간이 아니라, 외면적 시간에 의해서 탄생 성장 죽음, 그리고 탄생 이라는 순환이 거듭되는 인간의 편력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극적소설의 플롯이 긴밀한 논리적 발전임에 비하여 연대기소설의 플롯은 몇 개의 삽화로 엮어지는 외적 진행, 즉 시간의 순서 속에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뮤어에 의하면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외에도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 로렌스의 「아들과 연인」등을 연대기소설 속에 넣고 있다.
(5) 시대소설 : 한 세대의 풍속을 보여주는 시대소설은 모든 세대에 공통되는 삶과 인간을 제시하거나 탐구하려 하지 않는다. 단지 변화 있는 한 사회와 그 사회만을 대변하는 인물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한다. 따라서 지속적인 소설의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한 시기에만 매여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유형을 부정하기도 한다. 뮤어에 의하면, 드라이저의 「아메리카의 비극」, 웰즈의 「새로운 마키아벨리」등의 소설이 이에 속한다.

2. 티보데의 분류

(1) 총체소설 : 개개의 등장인물보다 집단적인 사회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그리는 소설을 말한다. 따라서 작가는 개인적 존재를 초월하여 거대한 사회생활의 리듬을 표현해야 한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이에 속한다.

(2) 피동소설 : 가장 단순하면서 평범한 소설유형으로 특별한 창작상의 원리나 기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인생 그 자체에서 원리를 섭취할 뿐이다. 시간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다는 점, 통일을 잃지 않고 무한히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피동소설은 다시 기록소설, 원만한 진행을 보이는 진행성 소설, 돌발적 변이의 진행성 소설로 나누어진다. 이에 해당하는 소설로 디킨즈의 「데이빗 카퍼필드」, 스탕달의 「적과 흑」,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각각 들 수 있다.

(3) 능동소설 : 소설의 구성이 특정한 시대라든가 인간의 생활이라고 하는 통일에 의해서 외부로부터 부여된 것이 아니라, 작가의 자유로운 처리에 의해서 창조되는 소설이다. 즉 어떤 의미를 지닌 삽화가 특별히 추출되어 전개되는 것으로서 부르제의 「한낮의 악마」등이 이에 속한다.

3. 루카치의 분류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주인공의 존재양식을 기준으로 하여 19세기의 소설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었다가, 1920년대에 들어와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같은 서사시를 지향하는 소설들을 톨스토이 소설유형이라 하여 제 4유형으로 첨가한다.
(1) 추상적 이상주의 소설 : 맹목적인 신앙에 가까운 의식을 지배받고 있는 소설 유형으로서 복잡한 자기 세계와 연결된 주인공의 행동양식이 매우 협소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 주인공은 거의 광신에 가까운 자기 나름대로의 일정한 가치를 추구한다. 「동키호테」와 「적과 흑」이 이 유형에 속한다.
(2) 심리소설 : 작중 인물의 내면 세계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소설유형으로, 주인공이 수동적이지만 그의 의식세계가 매우 넓어서 인습의 세계가 부여하는 모든 것에 만족을 못한다. 따라서 정신분석학에 힘입어 인간의 의식세계를 더욱 깊게 파고 들어가는 의식의 흐름 이나 내적 독백 에 의한 현대 심리주의 소설이 이에 속한다. 이 유형이 소설로는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율리시즈」등이 있다.
(3) 교양소설 : 주인공이 일정한 생의 형성이나 성취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세계와의 대립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추구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인습으로 가득찬 세계를 맹목적으로 수용하지도 않으며 사회의 모든 내적인 가치체계를 포기하지도 않는다. 이 때의 주인공은 성인으로서의 성숙 에 의해 특징지어진다. 괴테의 「빌헴름 마이스터」가 이에 속한다.

4. 소설의 길이에 의한 분류

(1) 단편소설 : 불어로 콩트(conte), 영어로는 숏 스토리(short-story)라 한다. 포우를 시조로 하여 체홉 모파상 헨리 등의 대가들이 있는데, 이들은 한때 산문시대의 총아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포우가 "단편 소설은 적절한 길이로 한번 앉아서 읽어낼 정도의 짧은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듯이 단편소설은 우선 단숨에 읽을 수 있어야 하며 분량이 적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자 원고지 100매 내외를 단편으로 하고, 500매 내외이면 중편, 1,000매 이상이면 장편으로 취급한다.
단편소설의 특질로는 우선 단일한 효과와 인상의 통일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매튜즈가 "참된 단편소설은 결코 길이가 짧다는 데만 있지 않다. 그 이외의 것이고 또 이상의 것이다. 참된 단편이 장편과 다른 점은 인상의 통일이다. 단편은 장편에서 결여되기 쉬운 통일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지적하고 있듯이, 단편은 단일한 주제와 단일한 사건, 단일한 성격을 긴밀하게 구성하여 단일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단편소설의 범주에 드는 것으로 콩트가 있다. 200자 원고지로 20, 30매 정도의 미니소설을 말한다. 콩트는 어느 한 사건의 순간적인 모멘트를 붙잡아 그것을 예리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구성이 고도로 압축되고 간결해야 하며 풍자 위트 유머가 나타나야 한다. 따라서 콩트는 단편소설과는 달리 착상이 기발해야 하며 날카로운 비판력과 압축된 구성법, 해학적인 필치 그리고 반어적인 표현법을 그 특징으로 한다. 콩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이막스 부분으로 사건 진전이 예상 외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surprise ending)을 원칙으로 한다.

(2) 장편소설 : 영어로 노블(novel), 불어로 로망(roman)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소설의 주류를 형성해 온 장르이다. 인간의 삶과 사회를 총체적으로 깊이 있게 그리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장편소설의 작가는 인생과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체험이 있어야 하며, 뛰어난 사상과 인생관을 지녀야 한다. 단편소설이 표현기교에 중점을 둔다면 장편소설은 주제와 사상성을 중점에 두므로 내용이 너무 산만해지지 않도록 작품의 전체적인 통일을 기해야 한다. 또한, 그 구성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에피소드를 연결시켜 나가면서 구성을 발전시키도록 해야 하며, 다각적으로 시점을 이동하는 것이 좋다. 단편소설이 집중지향적이라면 장편소설은 확산지향적으로 결국 생략에 의한 통일성과 포용에 의한 통일성을 얻는 것이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 구성(plot) ※

소설의 구성요소는 작자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되고 논의되어 왔다. 브룩스와 워렌은 플롯, 성격, 주제를 소설의 3요소로 구분하고 분위기·시점·거리·스케일 등을 창작 기교에 관련되는 요소들로 보고 있다.
허드슨은 플롯, 성격, 대화, 행위의 시간과 장소, 문체, 인생관으로 여섯 가지를 소설구성의 요소로 보고 있으며, 포스터는 소설을 이루는 양상으로 스토리, 인물, 구성, 팬터지,패턴, 리듬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설의 기본 요소는 매우 다양하며 복잡하다. 그것은 소설관의 다양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러한 여러 분류는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하나의 작품을 형성하게 된다.

1. 플롯의 개념

플롯은 소설의 모든 사건들을 통합시켜 나가기 위한 하나의 체계적인 질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설의 구조, 구성, 결구 또는 짜임새 라고도 한다. 문학에 있어서의 구성의 중요성을 제일 먼저 강조한 사람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그는 『시학』에서 '사건의 결합, 즉 구성(플롯)이 비극의 목적'이며, 나아가서 '비극의 제1원리 또는 비극의 생명과 영혼은 구성' 이라고 하였다. 그는 비극의 플롯은 전체이어야 하며 전체는 시작, 중간, 끝을 가지는데, 시작은 발단 부분이고 중간은 극의 중심을 이루는 부분이며 끝은 그 다음의 종결이라 하여 사건의 연속체, 즉 인과관계에 의한 사건의 배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 구성은 두 가지 개념으로 사용된다. 우선 좁은 의미로는 스토리의 전개, 즉 사건과 행동의 구조이며, 넓은 의미로는 성격의 설정과 배경의 의미를 포함하는 소설의 모든 설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티보데는 『소설의 미학』에서 스토리를 이어가는 기술, 성격을 만드는 기술, 상태를 만드는 기술 등을 포괄하여 플롯이라고 하여보다 폭 넓은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플롯을 논하는 자리에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은 스토리와의 개념 구분이다. 이 구분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소설의 구조적인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포스터가 『소설의 양상』에서 말한 스토리와 플롯에 대한 개념 구분은 오늘날까지도 매우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는 시간적인 순서대로 배열된 사건의 서술이다. 플롯도 사건의 서술이지만, 인과관계에 중점을 둔다. '왕이 죽고 왕비가 죽었다' 하는 것은 스토리지만, '왕이 죽자 왕비도 슬퍼서 죽었다' 하는 것은 플롯이다. 시간적 순서는 그대로 가지고 있지만, 인과감(因果感)이 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또 '왕비가 죽었다. 아무도 그 까닭을 몰랐더니, 왕이 죽은 슬픔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면 이것은 신비를 간직한 플롯이며 고도의 발전이 가능한 형식이다.왕비의 죽음을 생각할 때 이것이 스토리에 나오면 'and' 이지만, 플롯에 나오면 'why' 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미(美)의 문제에 부딪친다. .플롯은 소설의 논리적이고 지적인 면이다.

그에 의하면 스토리는 '시간의 순서대로 배열하는 사건의 진술' 로서 위에서와 같이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의 순서대로 사건의 순서가 배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다시 플롯으로 구성되면서 진정한 소설로서의 구성인 인과관계를 통한 짜임에 의해 예술미를 획득한다고 보고 있다.

2. 플롯의 단계

(1) 발단
발단은 소설의 서두이며 이야기의 기점이 되는 곳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에 대한 시사적이며 상징적인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이다. 등장인물의 기본적인 성격이나 배경의 설정 등 작품의 대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작품의 무드라든가 분위기의 제시로 독자의 호기심을 유발시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작가들은 이 서두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포우는 '맨 첫줄부터 소기의 효과가 우러나지않는 작품은 졸작이다' 라고 하여 발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해밀턴은 『포우 연구』에서 발단을 묘사로 시작되는 장면중심적 발단, 인물에 대한 서술로 시작되는 성격중심의 발단, 앞으로 있을 사건의 암시로 시작되는 행동중심의 발단 등 세 가지 성격을 구분하였다.

이렇듯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인물의 성격이나 갈등의 양상을 암시하는 부분이 발단에 나타나는 것이 통례로 되어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발단을 생략하고 직접 갈등의 단계로 들어가는 작품들도 있다. 이것은 극적인 충격이나 의문을 제시하여야 할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호기심과 흥미, 소설의 효과를 노리기 위해 추리소설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2) 전개·갈등 또는 분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이 상호 대립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분규가 발생하는 단계로, 사건과 성격은 변화 발전되고 배경이나 분위기도 더욱 고조됨으로써 긴장을 구축해 나가게 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고도의 조작적인 극적 형태와 분위기의 연출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복선과 생략, 서스펜스, 반복, 대조 등 여러 가지 강조법과 기교적인 방법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고대소설에서는 권선징악의 도식적인 결말과 선악이라는 규범적인 내용 때문에 갈등의 형식이 기계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현대소설이라고 하더라도 통속소설의 범주에 드는 대부분의 것들이 인간 대 인간의 물리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매우 깊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3) 절정
갈등이 고조되어 최고점에 이른 순간으로 사건이 최고로 극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부분이다. 갈등에서 대립되던 요소들이 첨예화되는 부분으로 균형이 와해되고 분규가 해결되려는 조짐이 보인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결말이 나오게 되는 순간이다. 절정의 배치는 소설 진행 과정상 맨 앞에 올 수도 있는데 이럴 경우에는 하강커브를 나타내고 발단과 갈등의 다음에 오면 상승커브를 나타낸다.
또한 모든 플롯 단계에 있어서 양적으로 가장 짧은 부분으로, 그 이유는 위기가 여러 번 반복되면서 해소된 다음의 마지막 부분이기 때문에, 길어지면 박력과 긴밀성, 그리고 강조성이 자연히 희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분규가 해결되는 이 부분은 소설의 내용 전편에 대해 확실한 의미를 암시하는 근본적인 계기가 되므로, 주제가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강조된다.

(4) 대단원
소설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파국, 해결, 결말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등장인물의 운명이 분명해지며 문제가 해결되는 단계이다. 즉 지금까지 얽히고 설킨 갈등의 양상과 그 결과에 대한 최종적인 설명이 주어지고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 부분은 작품에 대한 강렬한 인상과 여운의 효과를 얻기 위하여 형식상 기술적인 배려가 따라야 하므로 고도의 테크닉이 요구된다. 주제와 구성이 만나는 대단원에서는 주제를 어떻게 나타내야 하느냐는 측면에서 볼 때 계시의 순간에 해당되므로 작품의 기본적인 테마가 해명되기도 한다.

대단원은 형식상 결말이지만 어떤 작품에서는 클라이막스로 끝나는 경우가 있으며,결말 장면을 의도적으로 대단원임을 암시만 하고 끝맺거나 분규의 장면으로 대치하는 경우도 있다. 즉 이상의 「봉별기」와 현진건의 「불」, 나도향의 「물레방아」는 전부 클라이막스에서 작품을 끝맺고 있으며, 김동리의 「바위」에서는 바위를 부둥켜 안고 죽은 문둥이에 대해 말하는 동네 사람들의 냉담한 대화와 차가운 시선으로 결말을 지음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3. 플롯의 유형

(1) 단순구성
사건의 진행이 단일하고 단순한 구성방식이며, 한 가지 사건의 진행으로만 구성된 것을 말한다. 따라서 플롯의 단일화는 물론 통일과 압축된 긴장감을 나타내게 되며 비교적 단편소설에서 시도되는 방법이다. 그리고 대체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사건을 진행시키는 순행법에 의하는 것이 보통이다.

단순구성 방식은 소설의 플롯 가운데서 가장 단순한 논리적 구성형태로서 작가의 분석적인 비판력을 목적으로 한다.

(2) 복합구성
한 소설 속에 둘 이상의 플롯이 중첩되어 진행됨으로써 많은 이야기가 전개되는 플롯이다. 장편소설에서 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사건 진행에도 복잡성을 띠게 되고 시간의 순서에 따르지 않는 역행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복합구성은 주된 사건과 부수적인 사건이 교차되기도 하고, 동시적으로 진행되기도 하여 산만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통일성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에 이르러 소설의 시간구성은 사회 조직의 복잡화와 인간 개성의 다양화로 인해 단순구성만으로는 불가능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었다. 그러므로 복합구성을 통해 다양한 삶의 변화를 제공하고 복잡하게 얽힌 현실의 리얼리티를 구현할수 있어야 한다.

복합구성을 취한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톨스토이의 「부활」, 염상섭의 「삼대」,현진건의 「무영탑」등이 있으며, 황순원의 「움직이는 성」역시 남녀의 애정관계를 주된 사건과 부속된 사건의 두 개의 플롯 속에서 이끌어 나가고 있다.

(3) 피카레스크 구성
여러 개의 플롯이 병렬되어 있는 유형으로, 인과관계에 의한 사건의 진행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 속에서 일정한 짜임새나 순서가 없이 산만하게 여러 개의 삽화가 이어져 나가는 플롯이다. 따라서 이 방법으로 쓰여진 소설에서는 각각의 독립된 사건과 해결에서 오는 단순한 리듬의 반복이 있을 뿐 일관된 성격의 변화나 주제의 발전 같은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이 구성방법은 현실이나 인생에 대해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보려는 것을 부정하고, 인생은 우연의 산물이지 도식적 추상화에 의해 포착될 수 없다는 인식을 그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20세기의 일련의 심리주의 소설들과 전통적 가치체계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공허를 묘사한 소설들은 일관된 관점으로 세계를 들여다 볼 수없는 이 시대의 비극적 정황을 이 방법을 통해 추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소설로는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비롯하여, 50개의 에피소드들의 인위적인 구성으로 시정(市井)의 일상을 스케치 하듯 그리고 있는 박태원의 「천변풍경」, 그리고 등장인물도 전혀 다르고 서술상의 연속성도 없이 9개의 각기 다른 단편을 엮어 오늘의 농촌현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문구의 「우리 동네」등이 있다.

(4) 액자형 구성
하나의 플롯 속에 또 하나의 플롯이 삽입된 것으로 구조의 핵심을 이루는 중심 플롯과 그 외곽을 이루는 부분인 종속 플롯으로 되어 있다. 이야기의 틀은 중심적인 이야기의 뼈대를 세우고 종속적인 이야기로 둘러싼다.

따라서 중심적인 이야기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된다. 두 플롯은 상호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부차적인 플롯의 중요성이 강조될 때도 있다. 김동인의 「배따라기」, 「붉은 산」, 김동리의「무녀도」등이 액자소설에 해당되며,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에서도 화자(話者)에 의해 형이 쓴 소설의 내용이 액자형식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액자소설의 경우에 대부분 작가는 화자인 '나' 의 시점을 통해 등장인물과 그들의 행동을 해석하는데 이 경우 '나' 는 중심 플롯 속에 전개되는 일련의 사건들을 관찰할 때 사용되는 색안경에 비유될 수도 있다.

※ 인물 또는 성격(character)※

근대소설의 특징이 인간탐구, 즉 새로운 인간성의 창조에 있다고 할 때 소설의 구성요소 중에서 인물의 설정은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는 한 편의 소설을 대할 때 작중인물, 그 중에서도 모든 사건을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인 주인공에게 많은 관심을 갖게 된다. 따라서 주인공이 평범한 것보다는 개성이 뚜렷할수록 소설 속에서 받게 되는 인상은 그만큼 커지게 되므로 작가의 노력은 바로 인물의 성격 창조(characterization)에 많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캐릭터라는 용어는 영어에서 원래 인물과 성격의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되었다. 인물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개인의 사람들을 지칭하고, 성격은 그 개인들을 설정하는 관심이나 욕망.정서.도덕적 의식 등을 포괄한 내적 속성을 지칭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캐릭터라고 할 때는 그 인물의 성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그의 <시학>에서 비극의 6가지 요소 중에 플롯을 가장 우위에 두고 그 다음으로 성격, 사상, 묘사 등의 순으로 말할 정도로 고대의 서사문학에서는 스토리와 행동과 플롯을 중요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해방과 자아의 각성을 주장하는 근대 소설에 있어서는 인물의 성격창조와 심리묘사가 그 주축을 이루고 있다.
도스트예프스키나 플로베르 등의 유명한 고전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아직도 우리의 뇌리 속에 생생하게 기억되고 많은 감동을 주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인간성의 탐구에 전력을 기울였으며 그로 인해 독창적이고 생동하는 인물의 설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브 그리예(R. Grillet)의 말대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문학사가 포용하고 있는 초상화 전시장에다 몇 개의 새로운 초상화를 부가시키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근대소설의 핵심은 바로 인생의 표현이요, 인간성의 탐구이다. 그러므로 소설을 창작한다는 것은 어떤 인물을 설정하여 그 인물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내포시키는 것이 라고 할 수 있다. 이 때 소설의 캐릭터는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동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며 그러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설정과 성격의 발전에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즉 인물은 행동과 플롯의 주체로서 구체적 인생의미, 곧 주제를 나타내야 하는데 이 때 필요한 것이 진실성이기 때문이다.

카실은 <소설작법>에서 인물설정의 기본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소설에 있어서 캐릭터는 작위적 구조(artifical structure)여야 한다.
(2) 인물은 소설의 기본요소인 언어, 묘사, 행동, 대화, 장면 및 다른 인물들과의 상호작용 등의 결합에 의해 구성되어야 한다.
(3) 허구적 인물은 실제적 인물과 같은 의미에서 살아있는 것이 아니고 평행적인 의미로 살아있다. 즉 인물은 끝이 없는 사실의 세계가 아니고 작가가 그를 위해 만들어 놓은 환경 속에 살고 있다


1. 평면적(flat)인 인물과 입체적(round) 인물

포스터가 <소설의 양상>에서 구분한 이래 널리 쓰이고 있는 인물의 유형이다. 평면적 인물은 작품 속에서 한 번 등장하면 거의 변화하지 않는 인물을 말하고, 입체적 인물은 작품 속에서 사건의 전개에 따라 변화하고 발전하는 인물을 말한다. 다라서 전자를 정적(static) 인물이라고도 하며 후자를 발전적(developing) 인물이라고도 한다.
평면적 인물은 늘 일관된 성격을 유지하므로 작품 속에 등장하면 언제든지 독자가 쉽게 알아볼 수 있으며, 쉽게 기억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너무 단순해서 개성을 잃고 일반화되기 쉬우므로 리얼리티를 얻기 어려우며, 한 가지 성격의 특성만이 드러나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희화적인 인물이 되기 쉽다. 우리 문학에서 대부분 고대소설의 주인공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 현대소설에서도 많이등장하는데,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에 나오는 '오작녀'나 이광수의 <흙>에 나오는 '허숭' 등이 이에 속한다.

손창섭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도 대부분 평면적 인물들로서 늘 우울하고 침울한 모습만을 보여줄 뿐 현실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노력도 의욕도 보여주지 않는다. 즉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현실에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환경을 통과만 할 뿐이다.

입체적 인물은 여러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거나, 한 작품 속에서 사건의 진전이나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당연히 소설적 필연성에 기초하여 독자의 공감을 얻어야만 그 의의를 획득할 수 있다. 변화에도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으면 실감있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이광수의 <무정>에서 주인공 '이형식'은 갑자기 결말에 이르러서 우국지사로 변모하는데 이는 '성격의 불일치' 로 파악될 수 있겠다.

2. 전형적(typical) 인물과 개성적 인물

전형적 인물이란 어떤 사회의 집단이나 계층을 대표하는 보편적인 성격을 지닌 인물을 말한다. 웰렉은 전형을 보편적 전형과 개별적 전형으로 나누고, 전자는 인간의 특정한 기질을 강조할 때 창조되며 후자는 그 인물이 속한 당대 사회의 모순을 객관적으로 잘 드러내줄 때 창조된다고 하였다.
전형적 인물은 실제 소설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그러나 너무 도식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러므로 전형 속에 개성을 용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개성적인 특성이 없다면 살아있는 인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형과 개성을 잘 조화시킨 인물이 가장 좋은 인물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둘은 서로 대조적인 관계에 있지만, 지나치게 전형적이기만 하면 개성이 희박해지기 쉽고 너무 개성적이면 전형성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최인훈의 <광장>이나 염상섭의 <삼대>에서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전형을 창조한다는 것은 새로운 인간상의 창조를 의미하며, 그것이 바로 인간 탐구의 소설 본령이라 할 것이다.

3. 성격 창조의 방법

소설에서 인물을 설정하고 성격을 창조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직접적 표현법(해설적.분석적 표현법)이고 다른 하나는 간접적 표현법(극적 방법)이다. 전자는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인물의 특성을 요약 소개하는 방법으로 전지적 작가나 1인칭 관찰자 등에 의해 서술된다. 이에 반해 후자는, 등장인물의 언어나 행동을 중심으로 하여 타인물에 대한 반응과 환경을 간접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이다. 허드슨은 <문학연구서설>에서 이의 장.단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1) 극적 방법은 인물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자는 작가의 견해와 설명을 들을 필요도 없이 바로 등장인물과 접할 수 있다.
(2) 분석적 방법의 장점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상세하게 분석하여 명백히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그러나 비설화성(非說話性)이라는 단점이 있다. 즉 분석적 방법은 사건 진행을 방해하기 쉽다.
(3) 극적 방법은 과거의 사실을 현재법에 의해 재생시키고 직접 호소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견해를 나타나는 데는 불편하다.
(4) 분석적 방법은 심리의 동향을 독자에게 정확히 제시할 수는 있으되 추상성에 빠지기 쉽다. 극적 방법은 구체적인 인물의 묘사지만 분석적 방법은 개괄적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분석적 방법은 설명적이며 제한적이기 때문에 독자가 쉽게 주인공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작가가 생각하고 느낀 바를 일방적으로 이야기해 버림으로써 독자 스스로 작중 인물에 대한 창의적인 성격 파악을 막아버리는 흠이 있다. 그러나 인물의 성격묘사에 소모되는 지면을 절약할 수 있으며 독자가 등장인물을 잘못 이해하기 쉬운 단점을 막을 수 있다.
극적 방법은 작가에 의하지 않고 독자가 스스로의 상상력과 감수성에 의해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된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훌륭한 작가라면 이 두 가지 방법을 혼용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해설에 의해서 성격이 직접적으로 표출된 예로는 서영은의 <먼 그대>를, 그리고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표정.대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묘사한 예로는 이문열의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을 보기로 하겠다.


그렇더라도 문자는 한번도 기분 나쁜 표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나이어린
부장으로부터 이따금 민망할 정도로 면박을 받아도 늘 다소곳이 받아들였다.
동료간에 그런 것처럼 사내 규칙에 대해서도 그녀는 한마디 불평 없이 성실하게
지켰다. 다른 동료들이 입모아 사장을 험구하고, 시설이나 월급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 놓아도 그녀만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 서영은의 <먼 그대> 중에서

"김인선 선생님이시죠? 압구정동에서 부티크 조앤 을 경영하시고 대학에도
출강하시던가? 맞아, 어딘가 강의 나가신단 말 들었어요. "
그래놓고는 서로 듣기 민망한 거짓말을 할 생각을 말란 듯 덧붙였다.
"실은 제 공장에서 몇 종류의 여성지(誌)를 찍습니다. 워낙에 미인이시라
그랬는지 거기서 몇 번인가 선생님의 인터뷰 꼭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TV '여성살롱' 에서도 언뜻언뜻 뵌 듯하구요."
또 꼼짝없이 멱살을 잡혔구나, 나는 이번에는 까닭 모르게 낙담한 기분이
되었다. 그래도 한 가닥 위로가 되는 것은 그가 적어도 무식하고 막돼먹은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그 동안의 짐작 정도였다. 인선도 더는 위장을 포기
했는지 다시 웃음기를 되살린 표정으로 받았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 이문열의 <전야, 혹은 시대의 마지막 밤> 중에서

※주제 (theme)※

주제는 흔히 theme, subject, motif 라고도 하는데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문학작품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인다. 그러므로 주제의 파악은 소설연구에 있어서 가장 먼저 행해져야 하는 것으로, 일반 독자들뿐만 아니라 문학 연구가들이 즐겨 찾는 관심의 대상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나 작품을 읽고 나면 그 스토리 속에 함축되어 있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한다. 즉 이 작품이 인생에 관해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작가의 의도를 탐색해 내려고 하는데, 이것이 바로 주제 파악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제는 우선 스토리 속에 함축되어 있는 스토리의 의미로서 단순한 이야기의 이해가 아닌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나타난 작가의 중심사상이요, 핵심적인 의미이며 한 작품에 담겨져 있는 작가의 독특한 인생관이라고 규정 지을 수 있는 것이다.

1. 주제의 중요성과 개념

러보크는 『소설기술론』에서 주제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소설에 있어서 가장 최초로 존재하는 것은 주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주제를
발견할 능력이란 그 작가의 기초적인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주제가 제출되기 전까지는
작가는 아무 손댈 곳을 모른다. 주제는 소설의 시초요, 전체이다. 주제에 의하지 않고는
소설은 그 형태를 이룰 수 없다.

또한, 브록스와 워렌은 『소설의 이해』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주제는 한 편의 소설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것은 사상이요, 의미이고
인물과 사건에 대한 해석이며, 전체적인 서술 속에 구체화된 침투력 있고
단일화된 인생관이다.

이러한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제는 소설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으로서 결국 소설가가 작품의 소재에 대하여 내린 해석이나 부여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작가가 창작을 한다는 것은 좋은 주제를 찾아 내어 이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한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그러나 카실의 견해에 의하면 "주제는 스토리에 대한 의미이다. 그것은 모랄도 아니다. 그것은 결말의 행위에 의하여 되는 계시도 아니다. 그것은 제재와 혼동될 것도 아니다. 주제란 작가가 제재에 대하여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것이다" 라고 말하고 있어 주제를 소설의 모랄이나 제재 또는 소설에 의해서 예시되는 어떤 관념으로 혼동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주제의 본질을 보다 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제와 위에 카실이 언급한 세 가지와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주제는 소설의 모랄이 아니다. 주제는 소설에서 끌어낼 수 있는 그 무엇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모랄과 비슷하겠지만, 주제는 모랄보다 훨씬 복잡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실제적인 충고와 같은 직접적인 가치를 내포하지는 않는다. 즉 모랄은 소설에서 실제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도덕적 충고나 교훈을 가리키기 때문에 주제보다 훨씬 단순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주제는 소설의 제재와 명백히 구별되어야 한다. 주제가 작품이 드러내고자 하는 어떤 의미라고 한다면, 제재는 주제를 낳기 위하여 동원되는 재료나 근거라고할 수 있다. 우주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대상 가운데서 작가가 택하는 제재는 한정되지만 주제는 보는 이에 따라서 얼마든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즉 제재가 표면적인 것이라면 주제는 암시적으로 그 이면에 깔리기도 하는 내면적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주제는 소설에 의하여 예시되는 관념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소설가는 사상가가 아니다. 훌륭한 작가라면 어떤 사상을 드러내고자 할 때 작품 속의 구체적인 인물들과 그들간의 갈등이나 상호대립의 사건 전개를 통하여 작품 속에 내면화시킴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이해하도록 해야지 단순히 관념을 직접적으로 예시함으로써 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하나의 소설이 목적의식에만 치우쳐 지나친 관념의 표면노출이 나타날 경우 그것은 예술적 기능을 손상시키고 말 것이다.

이광수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계몽성이나 이상주의가 그 일례로서 이것은 과도기적 상황 속에서 작가가 너무 작품의 주제를 의식한 나머지 주제가 작품 속에 용해되지 못한 결과이다. 따라서 소설의 주제는 작품 전체 속에 용해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주제를 생경한 관념의 형태로 표현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대 소설에 이르면서 주제의 내면화가 이루어져 왔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이 주제를 어떻게 잘 내면화시키는가가 작품의 성공여부를 좌우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이상의 소설이나 카프카의 작품 등에서 주제가 지나치게 내면화되어 존재의 탐구에 빠져들어 철학적인 관념의 체계로 기울어지고 있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현대의 정신적인 상황을 대변한 것으로 새것을 찾으려는 문학 본래의 사명을 위한 작가의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2. 주제의 구분

주제는 작품에 따라 단일주제와 복합주제로 나눌 수 있다. 대체로 단일한 효과를 노리는 단편소설의 경우에는 인생의 어느 한 단면을 집약적으로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한 주제가 적합하다.

그러나 장편 소설의 경우에는 인생의 전모를 총체적으로 서술해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부주제(副主題)와 주주제(主主題)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황순원의 「소나기」, 김동인의 「감자」,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등은 단일 주제를 잘 구사하고 있는 작품이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 벌」그리고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등은 복합주제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3. 주제의 설정

주제가 작품 속에 드러난 의미요, 소재에 대한 해석이라고 한다면 작가는 이 주제를 설정하기에 앞서 동기(motive)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이 동기의 구체화를 통하여 작품의 형상화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1990년대 들어 「경마장 가는 길」을 필두로 경마장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일약 이름을 얻은 작가 하일지는 그의 「경마장을 위하여」에서 다음과 같이 그가 인식하고 있는 경마장 과 창작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나는 아직 한 번도 경마장에 가본 적이 없다. 따라서 나는 경마장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오래 전에 언젠가 한번은 누가 나에게 경마장에 대하여 이야기해 준 적
이 있다. 나는 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다만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가
누구였는지 지금 알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곤란한 것은 경마장에 대하여 내가 들은
것을 나는 이제 온전히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나는 경마장에 대하여 아무
것도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러면서도 나는 경마장에 대하여 책을 써왔다. 나는 경마장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
것인지 나 자신도 아직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나는 고고학자가 땅 속에 묻힌 도시를
캐내듯이 내 의식의 밑바닥에 침잠해 있는 경마장을 드러내려고 애쓸 뿐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경마장 은 일부 항간에 잘못 알려진, 경주마가 달리는 현실적인 공간의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의식심연에 도사리고 있는, 그가 세계와 삶과 인간을 내다보는 창에 해당한다. 말하자면 경마장 은 하일지식 세계관의 다른 이름이며, 현대소설에서 널리 사용되는 불명확한 의식의 정체성에 대한 기록이다. 그는 소설을 통하여 이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처럼 현대소설에서 작가가 의식의 심연에 간직하고 있는 주제와 그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형태의 관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특히 현대소설에서는 정확한 주제의 파악이 어렵다. 주제파악의 방법으로는 플롯을 통하거나 톤(tone)을 통한 방법, 또는 작품의 분위기나 무드(mood)에 의한 파악 방법 등으로 세분해 볼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주제의 개념 및 설정 방법 등 주제파악의 길을 알아 보았지만 가장 중요한 방법은 독자의 주의 깊은 독서에 있다.
독자 스스로가 작품을 읽을 때 그 작품의 초점과 리얼리티의 깊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즉 소설에서 취급된 모든 것은 주제를 전달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므로 어떤 인물이나 사건 등에 대해서 보다 자세히 관찰함으로써, 그것들이 어떤 관련을 맺고 있나 확인하는 것이 작품의 전체 구조와 함께 주제를 발견하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 시점 ※

시점(視點)은 누가 어떠한 위치에서 사건을 보고 기술하느냐 하는 화자(話者)와 사건과의 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서술의 초점이라고도 한다. 러보크가 <소설기술론>에서 모든 소설의 기법은 시점의 문제, 즉 나레이터의 스토리에 대한 관계의 문제에 달려 있다 고 말하고 있듯이 시점은 소설구성 요소 중에서 기술적 측면에 해당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동일한 사건이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위치 와 서술하는 각도 에 따라 매우 다르게 느껴지므로 작가가 작품의 주제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에 알맞은 시점을 잘 선택해서 작품에 적용하여야 한다. 브룩스와 워렌은 <문학의 이해>에서 시점을 앞의 표에서처럼 네 종류로 분류하고 있다.

1. 1인칭 주인공 시점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시점으로 초점과 서술의 초점이 그대로 일치된다. 화자가 1인칭인 나 로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데 이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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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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