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문학의 이해 2
2003.01.29 10:42
1. 해방 이후 북한 시의 역사적 고찰
북한 시의 사전적 개념을 살펴보면 서정시란 외부 세계에 의하여 환기된 인간의 사상, 감정, 지향 등을 직접 표현하는 서정작품의 한 형태로서 서정시가 포괄하는 대상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부터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과 자연현상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넓다"고 정의하고 있어 남한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북한 시에서 서정적 주인공의 감정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혁명적인 사상감정과 시대정신을 씨앗으로 하기 때문에 남한의 서정시와는 뚜렷하게 변별된다. 또한 북한 시의 갈래는 보편적인 문예이론에서처럼 서정시와 서사시로 크게 구분하고 있으나 가요의 가사를 시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는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한편 해방 후 북한 시의 시대 구분은 문예정책을 기준으로 할 때 1967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1967년 이른바 주체 시대 인전의 문학도 해방직후와 전쟁 시기, 천리마운동 시기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이미 북한 문학사에서 다룬 시대 구분과 합치된다.
해방 직후의 시기에 속하는 평화적 건설 시기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체제의 성립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소련군을 배후로 하는 김일성이 강력한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하면서 북한 사회는 봉건주의 청산과 더불어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단행한 토지개혁, 조선노동당 결성, 인민공화국 수립 등 일련의 역사적 사건이 급진적으로 단행된다. 이 시기 북한 시편들은 사회주의체제의 나라 만들기에 복무하는 내용들이 중심이 된다.
주요 시적 내용을 유형화하면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시', '토지개혁에 대한 찬탄의 시', '조·소 친선의 시', '김일성 우상화시', '남조선 해방의 시' 등으로 정리된다.
해방 후 북한 사회주의 건설의 주역은 김일성이었다. 항일빨치산 출신인 그는 군대식의 과감한 권력투쟁의 과정을 통해 인민공화국의 초대 수상이 된다. 당시 김창만이 중심이 되어 창설한 북조선예술총연맹 역시 김일성의 북로당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었다. 1947년 김일성에 의해 '고상한 문학'이 제기되면서 문예이론으로 고상한 사실주의가 정립된 과정은 그 구체적인 실례이다. 고상한 사실주의 문학은 영웅적인 투쟁의 전범을 그려 대중들을 긍정적으로 교양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조기천의 서사시 <백두산>은 그 전범에 해당한다. 장대한 형식의 이 서사시는 보천보 전투를 중심으로 한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투쟁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김일성은 혁명적 애국자들의 가장 우수한 덕성을 종합한 살아 있는 인민영웅의 표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김일성에 대한 흠모와 칭송의 내용은 이 외에도 <승리의 선언>, <빛나는 조국>, <당의 기발밑에> 등 매우 많은 작품에 걸쳐 나타난다.
한편 이 시기에 발표된 제주도 4·3사건을 소재로 한 강승한의 <한나산>등은 <백두산>과 더불어 북한의 서사시의 원형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주목되는 작품이다.
이렇듯 평화적 건설 시기의 북한 시는 김일성을 구심점으로 하는 사회주의체제 건설의 지배전략을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공식적인 문화장치의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명시한다. 북한은 전쟁의 성격에 대해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고수하기 위한 정의의 조국해방전쟁이었으며 조국통일 위업을 완수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자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혁명전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전쟁인식에 바탕한 시작품을 내용별로 유형화하면 '반제반미시', '소·중공군에 대한 헌사시', '인민군 찬양시, '인민영웅시', '김일성 우상화시'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에서 이른바 "전후복구건설"시기는 물리적인 전쟁의 폐허를 복원하는 과정이면서 김일성을 정점으로 하는 사회주의의 기초를 세워 나가는 이념적인 과도기였다. 김일성은 이 시기에 그의 최대 정적인 남로당을 비롯한 반대파를 완전히 제거한다. 이러한 사정이 문학에서는 종파투쟁과 수정주의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문인 숙청을 감행하고 당과 일원론적 결속관계를 지닌 문단의 재편성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의 시적 유형을 살펴보면 '전후복구건설의 고취시', '전쟁영웅 회상시', '천리마운동 고취시', '항일혁명을 형상화한 시', '김일성 우상화시', '남조선 해방 및 반미의식'의 시 등으로 정리된다.
1955년이래 형성되어 왔던 주체사상은 1967년부터 공식화되기 시작하여,1970년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더불어 당의 공식적인 지도이념으로 채택되었고 1972년에는 북한 사회의 모든 부분을 총괄적으로 지도하는 최고의 가치체계로 부상된다.
이 시기 북한 시를 내용에 따라 유형화하면 '김일성 가족사의 신성화', '김일성 우상화'. '김정일 예찬', '항일무장투쟁의 형상화', '남조선 해방과 조국통일 주탱의 반영' 등으로 정리된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문예정책의 실질적인 주도자는 김정일이다. 이 점은 종전의 모든 문예지침이 김일성의 교시에 대부분 의존하던 양상과는 크게 변모된 모습이다. 김정일이 정치 실력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973년 9월 "조직 및 선전담당비서"로 선출되면서부터였으나 당의 제2인자로 확정된 것은 1980년 조선노동당 제6차 대회에서였다. 김정일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북한문학에서도 상당한 변모가 나타난다.
이 시기 발표된 대표적인 시편들을 내용별로 유형화하면 '숨은 영웅의 형상화', '김정일 우상화', '김일성 우상화'. '남한 혁명의 고취와 조국통일의 과제', '삶의 서정성의 노래'등으로 정리된다.
김정일 시대는 식량난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북한은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하자는 취지의 '고난의 행군'을 제시한다. 고난의 행군의 사상적 배경은 붉은기 운동이다. 붉은기 사상의 핵심은 "수령이 높이 치켜들었던 붉은기를 지켜 혁명 위업을 끝까지 오나성하려는 강인한 신념과 의지가 혁명의 핏줄기처럼 맥맥히 흐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김정일 통치 시기를 이해하는 열쇠 어는 '고난의 행군'과 '붉은기 사상', '강성대국론', '통일 시대의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
해방 이후 북한 시는 지속적으로 공식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의 반영과 재생산의 문화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따라서 북한 시의 양상은 역사적 상황에 따른 지배정책에 의해 직접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북한문학의 성격에 대한 논의 역시 북한 사회의 정치 경제적 변화 양상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역사는 지금가지 지속화해 온 주체사상에 기초한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견실한 내부적 통합의 필요성과 동시에 전지구적 시장화의 세계사적 대세에 따른 개방화의 요구라는 서로 상충되는 모순명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될 것이다. 오늘날 민족문학사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통일문학의 길 찾기도 이러한 사회, 역사적인 상황적 특성의 인식 속에서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통일의 방식과 성격에 따라 통일문학의 지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통일문학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족사적인 차원의 바람직한 통일철학을 세우는 일의 선행이 요구된다. 이러한 통일철학에 입각하여 남북한의 문학적 동질성을 찾고 화해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의 통일문학의 당위적 과제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2. 북한문학의 문체적 특성
문체란 일반적으로 필자의 개성이나 사상이 글로 표출되는 특징적인 면모나 그 체계를 말한다.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 문체는 작가의 개성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미학적 수단으로서 창작적 개성과 밀접히 관련된다. 북한의 경우 문체에 대한 인식은 주체사실주의 창작기법이 확립되면서 이 맥락에서 함께 논의 발전되어 왔다. 특히 북한은 문화어를 공식화함으로써 여기에 입각한 문화어문체론을 확립해 나간다. 이는 사회주의적 내용에 민족적 형식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문체론이 발전되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김일성의 주체의 언어이론에 입각한 창작방법론의 확립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남한이 언어문제를 정부차원에서 관리 또는 계몽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 보면 북한의 언어정책은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한 도구로서 언어가 가지는 교육적 기능에 일층 기대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언어정책에 기반한 북한의 문예창작은 문화건설의 혁명적 도구로서 그 역할과 소임의 완수를 태내에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문화어문체의 경우 기본적인 분류는 그 쓰임새에 따라 사회 정치적 문체, 공식사무 문체, 과학기술 문체, 신문보도 문체, 문학예술 문체, 생활 문체 등으로 나뉜다. 우선 인민성은 사회주의적 노동계급의 생활 감정에 맞는 언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쉬운 언어사용이나 생활언어 즉 입말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또한 논리성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모호한 표현을 지양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어휘 선택과 함께 현실의 요구 및 시대의 요구가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문체의 형상성은 표현하려는 사상 내용을 생동감 있고 정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생동하는 표상을 드러내는 문체로서 정서적 색채나 상징적 어휘 등의 적절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 문화어문체의 구성요소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 주체사상에 입각한 노동 계급적 요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북한문학의 일반적 경향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어 문체론의 특징은 북한문학의 실제에서 어떻게 반영될까. 실제로 문학작품은 창작적 개성과 깊이 연관됨으로 인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닐 수 있지만 북한문학의 경우 주체문학에 입각한 문예창작이라는 분명한 의도성과 문화어 문체론의 추구라는 겨시적 한계로 인해 유사성과 도식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학작품을 그 자체로는 의미 있는 미적 산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 호소력이나 환기력에 주목한 문체의 기여도를 중시하기보다는 주체사상의 효과적 전달수단으로서 그 의미와 기능을 문제삼는다. 이러한 북한문학의 문체가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북한 문학작품 속에서 문체적 특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문학은 남한문학의 잣대로 바라볼 때, 우선적으로 그 주제나 창작기법에 있어서 아직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 동안 당문학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문예정책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라 하겠다. 같은 이유로 인해서 문체론적인 면에 있어서도 남한문학에 비해 현저한 언어운용의 경직성 혹은 제한성이 존재하고 있다. 기교보다는 당문학으로서의 도구적 성격을 강조하기 때문에 선전, 선동을 위한 언어사용이 우선시 되는 점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교시성 및 선전 선동성을 무시하고 북한문학을 문체적인 면에서 살피면 남한문학과 비교할 때 특징적인 면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남한문학에 비해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 생동하는 필치를 보여준다. 마치 거침없이 활달한 운필을 보는 듯한 자연 묘사의 역동성은 남한 문학이 보여주는 단아하며 정적인 자연 묘사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문학의 역동적 기상은 문장성분 가운데 부사어의 적극적인 활용에 의해 촉발되며 특히 의성어나 의태어의 활용이 빈번하다는 데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문학사적으로 볼 때 부사어를 통한 생동감 넘치는 소리 묘사와 모양 묘사는 전통적 민중문예의식의 발로로 평가되는 판소리계 소설의 익살과 해학성에 그 맥이 닿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문학에서 표나게 민족적 특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문체적인 특징은 결국 민중적 정서 표출이라는 판소리계 소설의 미적 특성을 계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학적인 면모가 문예미학의 미적 범주인 인간의 본성을 간파해내는 심오한 골계미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북한문학에서는 구체적인 생활현실에 대한 묘사를 대단히 강조한다. 이러한 생활묘사의 강조는 우선 생동감 있는 구어투(입말)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폭넓은 생활용어를 활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입말의 강조는 북한 소설에서 민중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면서 인민대중의 정서를 진실하게 포착하려는 의도로 강조되고 있다. 문어체적 문장이 아니라 구어체를 강조함으로써 생활현실에서 직접 사용되는 살아 있는 비유의 활용은 민중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북한문학에는 생활현실에 대한 여실한 반영으로서 능수 능란한 언어 부림의 솜씨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성구속담의 활용이 눈에 띄게 많다.
인민의 풍부한 사상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생활정서의 반영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 함께 북한문학에서는 노동계급의 사상감정분만 아니라 그들의 지향점을 담아내야 한다. 즉 당문학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북한문학은 남한문학에 비해 논쟁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북한문학작품에는 갈등의 국면들을 논쟁적 형식 속에 드러내는 데 익숙해 있다. 이들 논쟁이 작품의 주된 기법으로 자리잡으면서 사회 정치적 교시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정치문체가 과도하게 사용된다. 이는 노동계급이 요구하는 혁명적 문체의 본질에 문화어문체가 요구하는 인민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노동계급의 혁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작품속에 관철시킨 결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문화어문체론이 확립되면서부터 일관되게 쉽고 간결한 문체, 민족적 형식을 계승하는 문체, 생활정서를 반영한 문체를 강조해 왔다. 이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정서적 자극성을 높이고 높은 호소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의성어나 의태어의 적절한 활용이나 교시를 전달하려는 정치적 선전 선동성 등이 북한 문학의 문체에서 역동성을 드러내는 한계를 지닌다고 살 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문학에 비해 기운생동의 여실한 반영 등의 면모는 사회문화사적인 면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통일시대에 대한 예감은 실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 내의 행보가 무엇보다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한갓 헛된 희망이 아님을 예감케 한다. 이제 문제는 문화적 의미에서 민족의 정서적 합일을 향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정서적 합일을 위한 공분모를 찾아내는 작업은 결국 문화의 구체적 산물들인 개별 작품 속에서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분위기와 그 원인을 되짚어 보고 이를 조율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문체로 바라본 북한문학은 결국 남한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하면서 그 의미를 파악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문학은 남북문학이라는 이 동이(同異)의 쉼 없는 운동 속에서 상승하는 하나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3. 인간학으로서의 문학, 그 예술적 특수성에 대한 신념
엄호석은 1940년대 후반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북한의 대표적 문학이론가이자 비평가이다. 엄호석의 시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타매의 대상이 될 작품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작품 전체를 가지고 특별히 흠잡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반대로 우리 서정시가 종래에 노래하지 않은 감정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장르로서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엄호석은 "우리 청년들은 유모러스하고 경쾌한 사랑의 감정과 인연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들이 아니며 정서적 문맹도 아니다. 무미건조한 정서적 문맹은 바로 이러한 감정 영역과 담을 쌓은 극단의 금욕주의자이며 도학자인 결정서 뿐이다"라고 함으로써 '결정서'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결정서의 논리는 "노력하는 젊은 청년들이 지지리 땀만 흘리고 유쾌한 사랑의 노래나 휘파람도 곁눈질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논리와 같으며 그런 것이야말로 교조주의적 도식주의의 대표적 경우라고 엄호석은 생각한 것이다.
당시의 북한 사회에서의 여타 다른 평론가들과 비교할 때 인민 교양의 문제와 관련한 엄호석의 탄력적인 사고는 그의 문학관에 근거하고 있다. 엄호석은 문학예술의 기본 대상은 현실 일반이 아니라 '인간'이며 나아가 '인간의 생활'이라고 본다. 사회의 모든 생활 측면과 사회적 제반 관계를 자체 속에 구현한 역사적이며 구체적인 '산 인간'이 그가 생각하는 문학예술의 대상이며 그것이 바로 문학예술이 갖는 특수성의 중요한 내용 항목이다. 엄호석이 볼 때 "작가는 무엇보다 현실에서 인간에게 중심 주목을 돌리면서 인간의 정치 도덕적 문제, 즉 인간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하는 데로 지향한다." 엄호석은 문학에 대한 고리키의 규정을 받아들여 문학을 넓은 의미의 '인간학'이라고 지칭한다. 엄호석에 따르면 문학작품에서는 생산경제적 분야만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한 정치 도덕적, 문화 생활적, 세태 윤리적 분야 등 복잡하고 다면적인 분야들에 관계된 인간을 기본 대상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사회주의 투사'를 묘사할 때나 또는 지주나 자본가를 묘사할 때나 그들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성격이 순수하며 선천적인 인간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되며 복잡하고 다면적인 분야들이 얽혀 있는 제관계들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구축한 전형적 환경과의 관련 속에서 묘사해야만 한다.
문학예술을 넓은 의미의 '인간학'으로 규정하는 엄호석이 가장 경계한 것은 교조주의적 도식주의이다. 사회의 발전은 변증법적 법칙에 따라 발전하지만 문학작품에서 개별적 인물들의 성격은 직접적으로 변증법적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적 인물들의 성격은 자기의 개인적 운명의 복잡한 과정을 통하여 발전하다. 변증법적 법칙은 그러한 개인적 운명 발전의 배후에서 거기에 작용할 뿐이다. 엄호석은 개별적 인물의 성격 발전의 이러한 특성을 문학예술의 특수성의 하나로 파악한다. 또한 엄호석은 "예술작품은 작가의 사상과 영혼, 정열과 기질이 흘러 들어가 맺혀진 아름다운 생명체이며 꽃다운 향기'라고 주장한다. 유기적 문학관의 일단을 내비치기까지 하는 엄호석은 문학에서 사상은 예술적 형식과의 "유기적 통일"속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문학작품의 사상은 내용과 형식의 혼연한 통일체로서의 형상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복잡하게 파악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엄호석이 볼 때 교조주의적 도식주의에 가담하는 문학평론가들은 그러한 특수성을 망각하고 작품에서 사상을 기계적으로 떼어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들은 문학작품을 예술적 형상의 총체로서 분석하지 않고 몇 가지 준비된 사회적. 정치적 규범으로 갈래갈래 분해하여 버림으로써 작품에 '예술적인 것'을 전혀 남겨 놓지 않는다. 그러한 분해 앞에서는 작품의 '예술적 진수'가 짓밟혀지며 그 생활과 향기가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엄호석은 문학작품의 평가가 중요한 정치 사회적 이슈의 수용여부에 대한 단순한 판단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그에게 있어 문학작품의 평가 기준은 작가가 제기한 문제의 예술적 심오성의 정도 즉 미학적 기준이었다. 엄호석은 문학작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개별적 작품의 미학적 분석에 근거해야 하며 그러한 분석을 통해 해당 작품의 "예술적 우수함"과 "예술적 졸렬함"을 변별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념에 근거하여 그는 문학의 성과를 역사적으로 서술하는 문학사 기술의 방법에 있어서도 사회학적 일반화가 아니
라 개별작품들의 충분한 미학적 분석을 보장하도록 하는 정당한 미학적 일반화의 방법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성과 계급성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미학과 제반 예술은 사상성의 최고 심급인 당성에 의해 지도되며 일정 기간의 상황 변화에 따른 지침을 하달 받는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예술의 특수성에 대한 집중적이고도 섬세한 탐구나 주장은 아무래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부단히 개별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미학적 분석의 보장을 주장하고 작품의 판단 기준으로 예술적 성과를 강조하며 형식을 내용으로부터 분리하는 것과 내용을 형식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똑같이 형식주의로 규정하여 내용과 형식의 혼연한 통일체로서의 문학작품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요구하고 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경쾌한 사랑의 감정'의 가치를 소중 하게 여기며 작품의 아름다운 절주와 여운을 논하는 평론가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이채로운 일이다. 그런데 예술의 자율성의 이념에 육박하는 문학예술의 특수성에 대한 그토록 섬세하고 폭넓은 이해를 지녔던 엄호석이 자신이 택한 사회의 체제에 대해 어떤 회의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실험했던 사회주의의 이상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실패한 것이라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지만 1950년대 엄호석은 당시의 사회주의 실험이 인간들의 개성의 무한한 발전을 보장하고 촉진할 수 있다고 믿었던 듯하다. 그러한 그의 믿음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사람들의 문학인 동시에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그 승리를 위하여 투쟁하는 사람들의 문학이다"라고 정의하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엄호석은 인간들의 개성의 무한한 발전을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실험인 사회주의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제 안에 어떤 보안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그것을 예술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과학은 사회적 모순과의 투쟁이라는 갈등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지만 문학은인간의 사회적 생활이 복잡하게 얽힌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갈등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문학에서 갈등은 그 어떤 사회적 현상의 본질의 천명뿐 아니라 동시에 선과 악, 정직성과 위선, 관후와 인색 등 다양한 인간 성품의 임의의 심리적 특징들도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문학적 신념이었다.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엄호석이 교조주의적 도식주의를 그토록 경계한 것도 그와 같은 편협한 폐쇄주의 아래에서는 인간이 자기의 개성을 발현시키지 못하고 반대로 변질되고 불구화된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북한 시의 사전적 개념을 살펴보면 서정시란 외부 세계에 의하여 환기된 인간의 사상, 감정, 지향 등을 직접 표현하는 서정작품의 한 형태로서 서정시가 포괄하는 대상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로부터 인간의 일상적인 생활과 자연현상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넓다"고 정의하고 있어 남한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 그러나 북한 시에서 서정적 주인공의 감정은 주체사상에 입각한 혁명적인 사상감정과 시대정신을 씨앗으로 하기 때문에 남한의 서정시와는 뚜렷하게 변별된다. 또한 북한 시의 갈래는 보편적인 문예이론에서처럼 서정시와 서사시로 크게 구분하고 있으나 가요의 가사를 시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는 독특한 면모를 보인다.
한편 해방 후 북한 시의 시대 구분은 문예정책을 기준으로 할 때 1967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1967년 이른바 주체 시대 인전의 문학도 해방직후와 전쟁 시기, 천리마운동 시기로 나누어진다. 이러한 시대 구분은 이미 북한 문학사에서 다룬 시대 구분과 합치된다.
해방 직후의 시기에 속하는 평화적 건설 시기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체제의 성립이라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소련군을 배후로 하는 김일성이 강력한 새로운 지도자로 등장하면서 북한 사회는 봉건주의 청산과 더불어 무상몰수, 무상분배를 단행한 토지개혁, 조선노동당 결성, 인민공화국 수립 등 일련의 역사적 사건이 급진적으로 단행된다. 이 시기 북한 시편들은 사회주의체제의 나라 만들기에 복무하는 내용들이 중심이 된다.
주요 시적 내용을 유형화하면 '해방의 감격을 노래한 시', '토지개혁에 대한 찬탄의 시', '조·소 친선의 시', '김일성 우상화시', '남조선 해방의 시' 등으로 정리된다.
해방 후 북한 사회주의 건설의 주역은 김일성이었다. 항일빨치산 출신인 그는 군대식의 과감한 권력투쟁의 과정을 통해 인민공화국의 초대 수상이 된다. 당시 김창만이 중심이 되어 창설한 북조선예술총연맹 역시 김일성의 북로당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었다. 1947년 김일성에 의해 '고상한 문학'이 제기되면서 문예이론으로 고상한 사실주의가 정립된 과정은 그 구체적인 실례이다. 고상한 사실주의 문학은 영웅적인 투쟁의 전범을 그려 대중들을 긍정적으로 교양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조기천의 서사시 <백두산>은 그 전범에 해당한다. 장대한 형식의 이 서사시는 보천보 전투를 중심으로 한 김일성의 항일빨치산 투쟁을 중심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김일성은 혁명적 애국자들의 가장 우수한 덕성을 종합한 살아 있는 인민영웅의 표상으로 묘사되고 있다. 김일성에 대한 흠모와 칭송의 내용은 이 외에도 <승리의 선언>, <빛나는 조국>, <당의 기발밑에> 등 매우 많은 작품에 걸쳐 나타난다.
한편 이 시기에 발표된 제주도 4·3사건을 소재로 한 강승한의 <한나산>등은 <백두산>과 더불어 북한의 서사시의 원형성을 뚜렷하게 보여준 주목되는 작품이다.
이렇듯 평화적 건설 시기의 북한 시는 김일성을 구심점으로 하는 사회주의체제 건설의 지배전략을 반영하고 재생산하는 공식적인 문화장치의 기능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명시한다. 북한은 전쟁의 성격에 대해 "미제와 그 앞잡이들의 무력침공을 반대하고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고수하기 위한 정의의 조국해방전쟁이었으며 조국통일 위업을 완수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자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혁명전쟁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전쟁인식에 바탕한 시작품을 내용별로 유형화하면 '반제반미시', '소·중공군에 대한 헌사시', '인민군 찬양시, '인민영웅시', '김일성 우상화시'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에서 이른바 "전후복구건설"시기는 물리적인 전쟁의 폐허를 복원하는 과정이면서 김일성을 정점으로 하는 사회주의의 기초를 세워 나가는 이념적인 과도기였다. 김일성은 이 시기에 그의 최대 정적인 남로당을 비롯한 반대파를 완전히 제거한다. 이러한 사정이 문학에서는 종파투쟁과 수정주의에 대한 비판의 형식으로 문인 숙청을 감행하고 당과 일원론적 결속관계를 지닌 문단의 재편성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의 시적 유형을 살펴보면 '전후복구건설의 고취시', '전쟁영웅 회상시', '천리마운동 고취시', '항일혁명을 형상화한 시', '김일성 우상화시', '남조선 해방 및 반미의식'의 시 등으로 정리된다.
1955년이래 형성되어 왔던 주체사상은 1967년부터 공식화되기 시작하여,1970년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더불어 당의 공식적인 지도이념으로 채택되었고 1972년에는 북한 사회의 모든 부분을 총괄적으로 지도하는 최고의 가치체계로 부상된다.
이 시기 북한 시를 내용에 따라 유형화하면 '김일성 가족사의 신성화', '김일성 우상화'. '김정일 예찬', '항일무장투쟁의 형상화', '남조선 해방과 조국통일 주탱의 반영' 등으로 정리된다.
1980년대 이후 북한의 문예정책의 실질적인 주도자는 김정일이다. 이 점은 종전의 모든 문예지침이 김일성의 교시에 대부분 의존하던 양상과는 크게 변모된 모습이다. 김정일이 정치 실력자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1973년 9월 "조직 및 선전담당비서"로 선출되면서부터였으나 당의 제2인자로 확정된 것은 1980년 조선노동당 제6차 대회에서였다. 김정일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북한문학에서도 상당한 변모가 나타난다.
이 시기 발표된 대표적인 시편들을 내용별로 유형화하면 '숨은 영웅의 형상화', '김정일 우상화', '김일성 우상화'. '남한 혁명의 고취와 조국통일의 과제', '삶의 서정성의 노래'등으로 정리된다.
김정일 시대는 식량난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러한 위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북한은 '생산도 학습도 생활도 항일유격대식으로' 하자는 취지의 '고난의 행군'을 제시한다. 고난의 행군의 사상적 배경은 붉은기 운동이다. 붉은기 사상의 핵심은 "수령이 높이 치켜들었던 붉은기를 지켜 혁명 위업을 끝까지 오나성하려는 강인한 신념과 의지가 혁명의 핏줄기처럼 맥맥히 흐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김정일 통치 시기를 이해하는 열쇠 어는 '고난의 행군'과 '붉은기 사상', '강성대국론', '통일 시대의 모색' 등으로 요약된다.
해방 이후 북한 시는 지속적으로 공식적인 지배 이데올로기의 반영과 재생산의 문화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 왔다. 따라서 북한 시의 양상은 역사적 상황에 따른 지배정책에 의해 직접적으로 결정되는 것이었다. 앞으로 전개될 북한문학의 성격에 대한 논의 역시 북한 사회의 정치 경제적 변화 양상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역사는 지금가지 지속화해 온 주체사상에 기초한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견실한 내부적 통합의 필요성과 동시에 전지구적 시장화의 세계사적 대세에 따른 개방화의 요구라는 서로 상충되는 모순명제를 어떻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될 것이다. 오늘날 민족문학사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통일문학의 길 찾기도 이러한 사회, 역사적인 상황적 특성의 인식 속에서 가능하다. 다시 말해서 통일의 방식과 성격에 따라 통일문학의 지향성이 결정될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통일문학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민족사적인 차원의 바람직한 통일철학을 세우는 일의 선행이 요구된다. 이러한 통일철학에 입각하여 남북한의 문학적 동질성을 찾고 화해의 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현 단계에서의 통일문학의 당위적 과제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2. 북한문학의 문체적 특성
문체란 일반적으로 필자의 개성이나 사상이 글로 표출되는 특징적인 면모나 그 체계를 말한다. 특히 문학작품의 경우 문체는 작가의 개성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미학적 수단으로서 창작적 개성과 밀접히 관련된다. 북한의 경우 문체에 대한 인식은 주체사실주의 창작기법이 확립되면서 이 맥락에서 함께 논의 발전되어 왔다. 특히 북한은 문화어를 공식화함으로써 여기에 입각한 문화어문체론을 확립해 나간다. 이는 사회주의적 내용에 민족적 형식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문체론이 발전되어 나가야 한다는 점에 주안점을 두는 것으로 김일성의 주체의 언어이론에 입각한 창작방법론의 확립과 그 맥을 같이 한다. 남한이 언어문제를 정부차원에서 관리 또는 계몽하지 않는 것과 비교해 보면 북한의 언어정책은 사회주의 건설의 중요한 도구로서 언어가 가지는 교육적 기능에 일층 기대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언어정책에 기반한 북한의 문예창작은 문화건설의 혁명적 도구로서 그 역할과 소임의 완수를 태내에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문화어문체의 경우 기본적인 분류는 그 쓰임새에 따라 사회 정치적 문체, 공식사무 문체, 과학기술 문체, 신문보도 문체, 문학예술 문체, 생활 문체 등으로 나뉜다. 우선 인민성은 사회주의적 노동계급의 생활 감정에 맞는 언어를 의미하는 것으로 쉬운 언어사용이나 생활언어 즉 입말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또한 논리성은 의미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모호한 표현을 지양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어휘 선택과 함께 현실의 요구 및 시대의 요구가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문체의 형상성은 표현하려는 사상 내용을 생동감 있고 정서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생동하는 표상을 드러내는 문체로서 정서적 색채나 상징적 어휘 등의 적절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 문화어문체의 구성요소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 주체사상에 입각한 노동 계급적 요구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북한문학의 일반적 경향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화어 문체론의 특징은 북한문학의 실제에서 어떻게 반영될까. 실제로 문학작품은 창작적 개성과 깊이 연관됨으로 인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닐 수 있지만 북한문학의 경우 주체문학에 입각한 문예창작이라는 분명한 의도성과 문화어 문체론의 추구라는 겨시적 한계로 인해 유사성과 도식성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학작품을 그 자체로는 의미 있는 미적 산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정서적 호소력이나 환기력에 주목한 문체의 기여도를 중시하기보다는 주체사상의 효과적 전달수단으로서 그 의미와 기능을 문제삼는다. 이러한 북한문학의 문체가 필연적으로 수반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북한 문학작품 속에서 문체적 특성이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문학은 남한문학의 잣대로 바라볼 때, 우선적으로 그 주제나 창작기법에 있어서 아직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 동안 당문학으로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문예정책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라 하겠다. 같은 이유로 인해서 문체론적인 면에 있어서도 남한문학에 비해 현저한 언어운용의 경직성 혹은 제한성이 존재하고 있다. 기교보다는 당문학으로서의 도구적 성격을 강조하기 때문에 선전, 선동을 위한 언어사용이 우선시 되는 점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교시성 및 선전 선동성을 무시하고 북한문학을 문체적인 면에서 살피면 남한문학과 비교할 때 특징적인 면 또한 적지 않다. 우선 남한문학에 비해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기운 생동하는 필치를 보여준다. 마치 거침없이 활달한 운필을 보는 듯한 자연 묘사의 역동성은 남한 문학이 보여주는 단아하며 정적인 자연 묘사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문학의 역동적 기상은 문장성분 가운데 부사어의 적극적인 활용에 의해 촉발되며 특히 의성어나 의태어의 활용이 빈번하다는 데에서 그 연유를 찾을 수 있다. 문학사적으로 볼 때 부사어를 통한 생동감 넘치는 소리 묘사와 모양 묘사는 전통적 민중문예의식의 발로로 평가되는 판소리계 소설의 익살과 해학성에 그 맥이 닿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문학에서 표나게 민족적 특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이러한 문체적인 특징은 결국 민중적 정서 표출이라는 판소리계 소설의 미적 특성을 계승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학적인 면모가 문예미학의 미적 범주인 인간의 본성을 간파해내는 심오한 골계미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편 북한문학에서는 구체적인 생활현실에 대한 묘사를 대단히 강조한다. 이러한 생활묘사의 강조는 우선 생동감 있는 구어투(입말)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폭넓은 생활용어를 활용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입말의 강조는 북한 소설에서 민중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면서 인민대중의 정서를 진실하게 포착하려는 의도로 강조되고 있다. 문어체적 문장이 아니라 구어체를 강조함으로써 생활현실에서 직접 사용되는 살아 있는 비유의 활용은 민중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데 기여한다고 하겠다.
이와 함께 북한문학에는 생활현실에 대한 여실한 반영으로서 능수 능란한 언어 부림의 솜씨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성구속담의 활용이 눈에 띄게 많다.
인민의 풍부한 사상과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생활정서의 반영은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겠다. 이와 함께 북한문학에서는 노동계급의 사상감정분만 아니라 그들의 지향점을 담아내야 한다. 즉 당문학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북한문학은 남한문학에 비해 논쟁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겠다. 북한문학작품에는 갈등의 국면들을 논쟁적 형식 속에 드러내는 데 익숙해 있다. 이들 논쟁이 작품의 주된 기법으로 자리잡으면서 사회 정치적 교시를 내용으로 하는 사회정치문체가 과도하게 사용된다. 이는 노동계급이 요구하는 혁명적 문체의 본질에 문화어문체가 요구하는 인민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노동계급의 혁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입장을 작품속에 관철시킨 결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문화어문체론이 확립되면서부터 일관되게 쉽고 간결한 문체, 민족적 형식을 계승하는 문체, 생활정서를 반영한 문체를 강조해 왔다. 이는 그 표현방식에 있어서 정서적 자극성을 높이고 높은 호소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갔다. 의성어나 의태어의 적절한 활용이나 교시를 전달하려는 정치적 선전 선동성 등이 북한 문학의 문체에서 역동성을 드러내는 한계를 지닌다고 살 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한문학에 비해 기운생동의 여실한 반영 등의 면모는 사회문화사적인 면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다.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통일시대에 대한 예감은 실감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치권 내의 행보가 무엇보다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통일에 대한 기대감은 한갓 헛된 희망이 아님을 예감케 한다. 이제 문제는 문화적 의미에서 민족의 정서적 합일을 향한 작업이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라 하겠다. 정서적 합일을 위한 공분모를 찾아내는 작업은 결국 문화의 구체적 산물들인 개별 작품 속에서 지배적으로 드러나는 분위기와 그 원인을 되짚어 보고 이를 조율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문체로 바라본 북한문학은 결국 남한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를 확인하면서 그 의미를 파악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에게 통일문학은 남북문학이라는 이 동이(同異)의 쉼 없는 운동 속에서 상승하는 하나의 전망이기 때문이다.
3. 인간학으로서의 문학, 그 예술적 특수성에 대한 신념
엄호석은 1940년대 후반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북한의 대표적 문학이론가이자 비평가이다. 엄호석의 시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타매의 대상이 될 작품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작품 전체를 가지고 특별히 흠잡을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반대로 우리 서정시가 종래에 노래하지 않은 감정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장르로서 우리의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엄호석은 "우리 청년들은 유모러스하고 경쾌한 사랑의 감정과 인연이 없는 무미건조한 사람들이 아니며 정서적 문맹도 아니다. 무미건조한 정서적 문맹은 바로 이러한 감정 영역과 담을 쌓은 극단의 금욕주의자이며 도학자인 결정서 뿐이다"라고 함으로써 '결정서'의 논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결정서의 논리는 "노력하는 젊은 청년들이 지지리 땀만 흘리고 유쾌한 사랑의 노래나 휘파람도 곁눈질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논리와 같으며 그런 것이야말로 교조주의적 도식주의의 대표적 경우라고 엄호석은 생각한 것이다.
당시의 북한 사회에서의 여타 다른 평론가들과 비교할 때 인민 교양의 문제와 관련한 엄호석의 탄력적인 사고는 그의 문학관에 근거하고 있다. 엄호석은 문학예술의 기본 대상은 현실 일반이 아니라 '인간'이며 나아가 '인간의 생활'이라고 본다. 사회의 모든 생활 측면과 사회적 제반 관계를 자체 속에 구현한 역사적이며 구체적인 '산 인간'이 그가 생각하는 문학예술의 대상이며 그것이 바로 문학예술이 갖는 특수성의 중요한 내용 항목이다. 엄호석이 볼 때 "작가는 무엇보다 현실에서 인간에게 중심 주목을 돌리면서 인간의 정치 도덕적 문제, 즉 인간 문제를 제기하거나 해결하는 데로 지향한다." 엄호석은 문학에 대한 고리키의 규정을 받아들여 문학을 넓은 의미의 '인간학'이라고 지칭한다. 엄호석에 따르면 문학작품에서는 생산경제적 분야만이 아니라 그것을 포함한 정치 도덕적, 문화 생활적, 세태 윤리적 분야 등 복잡하고 다면적인 분야들에 관계된 인간을 기본 대상으로 삼게 된다. 따라서 '사회주의 투사'를 묘사할 때나 또는 지주나 자본가를 묘사할 때나 그들의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성격이 순수하며 선천적인 인간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되며 복잡하고 다면적인 분야들이 얽혀 있는 제관계들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구축한 전형적 환경과의 관련 속에서 묘사해야만 한다.
문학예술을 넓은 의미의 '인간학'으로 규정하는 엄호석이 가장 경계한 것은 교조주의적 도식주의이다. 사회의 발전은 변증법적 법칙에 따라 발전하지만 문학작품에서 개별적 인물들의 성격은 직접적으로 변증법적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적 인물들의 성격은 자기의 개인적 운명의 복잡한 과정을 통하여 발전하다. 변증법적 법칙은 그러한 개인적 운명 발전의 배후에서 거기에 작용할 뿐이다. 엄호석은 개별적 인물의 성격 발전의 이러한 특성을 문학예술의 특수성의 하나로 파악한다. 또한 엄호석은 "예술작품은 작가의 사상과 영혼, 정열과 기질이 흘러 들어가 맺혀진 아름다운 생명체이며 꽃다운 향기'라고 주장한다. 유기적 문학관의 일단을 내비치기까지 하는 엄호석은 문학에서 사상은 예술적 형식과의 "유기적 통일"속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문학작품의 사상은 내용과 형식의 혼연한 통일체로서의 형상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복잡하게 파악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엄호석이 볼 때 교조주의적 도식주의에 가담하는 문학평론가들은 그러한 특수성을 망각하고 작품에서 사상을 기계적으로 떼어내는 것이 보통이다. 그들은 문학작품을 예술적 형상의 총체로서 분석하지 않고 몇 가지 준비된 사회적. 정치적 규범으로 갈래갈래 분해하여 버림으로써 작품에 '예술적인 것'을 전혀 남겨 놓지 않는다. 그러한 분해 앞에서는 작품의 '예술적 진수'가 짓밟혀지며 그 생활과 향기가 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엄호석은 문학작품의 평가가 중요한 정치 사회적 이슈의 수용여부에 대한 단순한 판단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그에게 있어 문학작품의 평가 기준은 작가가 제기한 문제의 예술적 심오성의 정도 즉 미학적 기준이었다. 엄호석은 문학작품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개별적 작품의 미학적 분석에 근거해야 하며 그러한 분석을 통해 해당 작품의 "예술적 우수함"과 "예술적 졸렬함"을 변별해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신념에 근거하여 그는 문학의 성과를 역사적으로 서술하는 문학사 기술의 방법에 있어서도 사회학적 일반화가 아니
라 개별작품들의 충분한 미학적 분석을 보장하도록 하는 정당한 미학적 일반화의 방법이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민성과 계급성을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미학과 제반 예술은 사상성의 최고 심급인 당성에 의해 지도되며 일정 기간의 상황 변화에 따른 지침을 하달 받는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예술의 특수성에 대한 집중적이고도 섬세한 탐구나 주장은 아무래도 위축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부단히 개별 작품들에 대한 충분한 미학적 분석의 보장을 주장하고 작품의 판단 기준으로 예술적 성과를 강조하며 형식을 내용으로부터 분리하는 것과 내용을 형식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을 똑같이 형식주의로 규정하여 내용과 형식의 혼연한 통일체로서의 문학작품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요구하고 시에 대해 언급하면서 '경쾌한 사랑의 감정'의 가치를 소중 하게 여기며 작품의 아름다운 절주와 여운을 논하는 평론가를 만난다는 것은 분명 이채로운 일이다. 그런데 예술의 자율성의 이념에 육박하는 문학예술의 특수성에 대한 그토록 섬세하고 폭넓은 이해를 지녔던 엄호석이 자신이 택한 사회의 체제에 대해 어떤 회의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실험했던 사회주의의 이상은 현실 사회주의의 몰락과 함께 실패한 것이라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지만 1950년대 엄호석은 당시의 사회주의 실험이 인간들의 개성의 무한한 발전을 보장하고 촉진할 수 있다고 믿었던 듯하다. 그러한 그의 믿음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사회주의를 건설하는 사람들의 문학인 동시에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그 승리를 위하여 투쟁하는 사람들의 문학이다"라고 정의하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엄호석은 인간들의 개성의 무한한 발전을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실험인 사회주의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제 안에 어떤 보안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그것을 예술이라고 믿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과학은 사회적 모순과의 투쟁이라는 갈등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지만 문학은인간의 사회적 생활이 복잡하게 얽힌 모든 분야에 걸쳐 있는 갈등을 대상으로 삼는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문학에서 갈등은 그 어떤 사회적 현상의 본질의 천명뿐 아니라 동시에 선과 악, 정직성과 위선, 관후와 인색 등 다양한 인간 성품의 임의의 심리적 특징들도 천명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문학적 신념이었다. 어쩌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엄호석이 교조주의적 도식주의를 그토록 경계한 것도 그와 같은 편협한 폐쇄주의 아래에서는 인간이 자기의 개성을 발현시키지 못하고 반대로 변질되고 불구화된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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