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나라 프랑스
2005.05.17 22:02
풍요로운 나라 프랑스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김정자
사실 착 가라앉아 차분한 영국을 떠나서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항상 바쁘게만 뛰어 다니던 일상에서 좀더 편안한 휴식을 원했던 것일까?
언제부터 지구의 반대편에 우리의 친척이 사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일까? 런던에서는 조카며느리를, 파리에서는 조카를 만났다. 조카며느리는 영어공부가 되는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조카의 직장은 파리에 있으니 국제적인 주말부부라고 했다. 여행사에 근무하더니 파리지사 사장이 되어 공항까지 마중 나와준 조카는 우리 곁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짧은 시간에 설명을 해주기에 바빴다. 그리고 여행 내내 우리는 조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파리는 인종의 전시장이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에펠탑이나 고딕체의 노틀담성당에 넘쳐나고 있었다.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엔 어김없이 거리의 악사들이 바이올린이나 아코디언을 연주했으며 그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또한 예술의 거리답게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들이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었으며, 거리마다 건물의 조각들이 아름다웠다. 하얀색과 분홍빛의 꽃을 수백 개씩 매단 마로니에와 커다란 등치의 플라타나스나 포플라 등의 활엽수들은 일률적으로 누런 응회암의 옛 건물들을 환하게 밝혀주어 더 고풍스럽고 멋스럽게 보이게 했다.
봄이다. 세느 강변의 나무들은 서로 다른 신록의 잎으로 구경꾼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강은 넓지 않아 친근감을 주었고 강변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모처럼의 화사한 날씨였다는 이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모자와 긴소매로 몸을 가린 우리와 달리 햇빛에 반나의 몸으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다리 밑으로는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계속 지나다니고 있어 관광수입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부럽기도 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도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강바람이 약간 차가웠는데 강변에서 엉덩이를 내밀고 퍼포먼스를 벌이던 어느 젊은이의 행동에 모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것은 가벼운 일탈로 피로를 잊고자 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영국의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더 좋아한 탓인지 파리는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다.
눈부신 노란빛의 유채 밭과 파란 밀밭이 어울린 평원을 보는 순간, 프랑스는 축복 받은 땅으로 다시 살아났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평원이 영토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거기에 비옥하기까지 하여 유럽에서는 가장 부러움을 받는 땅이라 한다. 한없이 펼쳐지는 농원은 산에 닿지 않고 지평선과 닿아 있었다. 우리가 악전고투하며 땅을 일구던 그때 그들은 벌써 땅에 씨만 뿌려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좋은 농토를 가지고 있었다니 많은 영토를 소유한 귀족들의 호사스러움은 대단했을 거라 짐작되었다. 의식주에 연연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프랑크족의 예술적인 감각과 잘 어울려 문화를 만들어 냈으리라 생각하니 부러웠다. 사람의 평등사상이 가장 먼저 눈뜬 것은 어디를 가도 살아갈 만큼의 해결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동쪽으로 오면서 낮은 구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알프스산맥이 보이며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동안 우리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는 없겠다. TGV열차로 3시간 30분 동안의 짧지 않은 여행이었는데도 엄마가 책에서 눈을 떼는 것은 아이를 가끔 바라보며 다른 학습도구를 챙겨주는 일이었다.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이 아이는 퍼즐 맞추기며 색칠하기 등을 하며 놀다가 가끔 의자 밑에 들어가 혼자서 놀기도 하였다.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어 이야기하거나 엄마를 성가시게 하지 않고 우리와 같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떠들면서 이야기하는 우리 여행객들을 숙연하게 만든 어머니와 아이였다. 그런 사람들이 선진 문화를 만들어 가겠구나 싶었다.
축복 받은 땅 프랑스는 풍부한 자원 때문에 독일의 침략을 당한 경험으로 우리와 일본 사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네들은 지금 무한한 예술적 감각과 비옥한 땅에서 나오는 작물들로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서있지 않은가.
(2005. 4. 27)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김정자
사실 착 가라앉아 차분한 영국을 떠나서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는 조금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항상 바쁘게만 뛰어 다니던 일상에서 좀더 편안한 휴식을 원했던 것일까?
언제부터 지구의 반대편에 우리의 친척이 사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일까? 런던에서는 조카며느리를, 파리에서는 조카를 만났다. 조카며느리는 영어공부가 되는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조카의 직장은 파리에 있으니 국제적인 주말부부라고 했다. 여행사에 근무하더니 파리지사 사장이 되어 공항까지 마중 나와준 조카는 우리 곁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짧은 시간에 설명을 해주기에 바빴다. 그리고 여행 내내 우리는 조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파리는 인종의 전시장이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에펠탑이나 고딕체의 노틀담성당에 넘쳐나고 있었다.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엔 어김없이 거리의 악사들이 바이올린이나 아코디언을 연주했으며 그 실력도 보통이 아니었다. 또한 예술의 거리답게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주는 화가들이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었으며, 거리마다 건물의 조각들이 아름다웠다. 하얀색과 분홍빛의 꽃을 수백 개씩 매단 마로니에와 커다란 등치의 플라타나스나 포플라 등의 활엽수들은 일률적으로 누런 응회암의 옛 건물들을 환하게 밝혀주어 더 고풍스럽고 멋스럽게 보이게 했다.
봄이다. 세느 강변의 나무들은 서로 다른 신록의 잎으로 구경꾼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강은 넓지 않아 친근감을 주었고 강변은 잘 정비되어 있었다. 모처럼의 화사한 날씨였다는 이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모자와 긴소매로 몸을 가린 우리와 달리 햇빛에 반나의 몸으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다리 밑으로는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이 계속 지나다니고 있어 관광수입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부럽기도 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우리도 유람선 관광에 나섰다. 강바람이 약간 차가웠는데 강변에서 엉덩이를 내밀고 퍼포먼스를 벌이던 어느 젊은이의 행동에 모두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는 것은 가벼운 일탈로 피로를 잊고자 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영국의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더 좋아한 탓인지 파리는 어쩐지 정이 가지 않았다.
눈부신 노란빛의 유채 밭과 파란 밀밭이 어울린 평원을 보는 순간, 프랑스는 축복 받은 땅으로 다시 살아났다.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평원이 영토의 90%를 차지하고 있고, 거기에 비옥하기까지 하여 유럽에서는 가장 부러움을 받는 땅이라 한다. 한없이 펼쳐지는 농원은 산에 닿지 않고 지평선과 닿아 있었다. 우리가 악전고투하며 땅을 일구던 그때 그들은 벌써 땅에 씨만 뿌려도 거두어들일 수 있는 좋은 농토를 가지고 있었다니 많은 영토를 소유한 귀족들의 호사스러움은 대단했을 거라 짐작되었다. 의식주에 연연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이 프랑크족의 예술적인 감각과 잘 어울려 문화를 만들어 냈으리라 생각하니 부러웠다. 사람의 평등사상이 가장 먼저 눈뜬 것은 어디를 가도 살아갈 만큼의 해결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던 것은 아닐까? 동쪽으로 오면서 낮은 구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저 멀리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알프스산맥이 보이며 스위스와 국경을 이루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동안 우리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빼 놓을 수는 없겠다. TGV열차로 3시간 30분 동안의 짧지 않은 여행이었는데도 엄마가 책에서 눈을 떼는 것은 아이를 가끔 바라보며 다른 학습도구를 챙겨주는 일이었다. 네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이 아이는 퍼즐 맞추기며 색칠하기 등을 하며 놀다가 가끔 의자 밑에 들어가 혼자서 놀기도 하였다. 한 번도 큰 소리를 내어 이야기하거나 엄마를 성가시게 하지 않고 우리와 같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쩜 그럴 수 있을까? 떠들면서 이야기하는 우리 여행객들을 숙연하게 만든 어머니와 아이였다. 그런 사람들이 선진 문화를 만들어 가겠구나 싶었다.
축복 받은 땅 프랑스는 풍부한 자원 때문에 독일의 침략을 당한 경험으로 우리와 일본 사이 같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네들은 지금 무한한 예술적 감각과 비옥한 땅에서 나오는 작물들로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서있지 않은가.
(2005.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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