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소
2006.04.16 18:56
살인미소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장 병 선
승용차 앞에서 돼지가 웃고 있다. 비싼 새 차를 구입하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상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돼지머리가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행사 때 사용할 돼지머리도 웃고 있는 모습이어야 훨씬 비싸게 팔린다. 미소짓는 돼지주둥이에 축하객이 만 원짜리 지폐를 물려주고 있다. 잔칫상 중심에 버티고 있는 돼지는 축하금을 많이 물고있어 부자가 되었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200번 이상을 웃는다는데 어른은 10여 번이 고작이란다. 어린이는 나비만 보아도 웃는데 어른은 웃을 일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메말라 버린 것인지, 잘 웃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가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야 한다.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탤런트 욘사마 배용준의 살인미소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한 여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많은 일본여성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일본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용준의 살인미소가 부럽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슈퍼볼 영웅 하인즈 워드의 살인미소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항상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 실제로 슈퍼볼 게임을 할 때에도 그렇게 항상 웃음을 머금고 경기장에 들어간단다. 시합 중 상대팀에게 강한 태클이 들어올 때, 순간 두렵기도 하지만 미소를 띠며 상대를 바라본다고 한다. 그럴 때 상대선수는 넋을 잃어버리고 마는 모양이다. 그래서 살인미소를 가진 사나이라고 인기가 더욱 치솟는 것 같다.
프랑스로 유학 간 우리나라 남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탓을 때의 일이다. 문이 열리자 유럽의 여학생이 들어오는데 유학생을 보고 생긋 웃는 것이 아닌가. 우리 유학생은 여학생이 자기를 보고 싱긋 웃자 그만 착각을 한다. 그 여학생이 나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고서, 다음날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나.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길거리 큰 건물에 선거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주인공들은 한사코 하얀 이가 보이게 웃는다. 눈과 입도 웃고, 이마에는 잔주름이 흐르지만 코가 벌렁거리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다. 당선되었을 때도 시민과 함께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반가운 일을 제발 많이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신문사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오피니언에 내 작품을 올리는데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책상 속에 있는 사진을 찾아 보냈더니, 다시 환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이 있으면 바꿔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곳저곳을 뒤져 겨우 다른 사진을 찾아 다시 보냈지만 내가 보아도 내 웃는 모습은 워낙 어설펐다. 환한 미소도 때로는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겪으면서 찬밥과 따뜻한 밥을 자주 먹어본 경험이 있어야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까. 그래서 4,50대의 얼굴 표정은 자기 책임이라고 하나보다.
웃는 모습도 여러 가지다. 어린이가 카메라만 들어대면 웃는 밝은 표정은 아침 이슬이다. 양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윗니를 내밀고 환하게 웃는 것은 밀크섹크 웃음이다. 또 한 손을 살짝 들어서 입술을 비춰보는 손거울 웃음도 있다. 수줍음을 감추려는 여인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은 귀여운 미소다. 환하게 큰소리를 내며 웃는 사나이의 너털웃음도 있다. 부부싸움을 하고서는 ‘해해해’ 하고 웃는 이방인의 웃음도 때로는 필요하다. 작은 일에 사랑싸움을 하고 나서 얼른 내 탓이라고 인정하고 씨익 웃어주면 상대도 따라 웃으니 일단 속이 편하리라.
한동안 점심시간이면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은 일이 자주 있었다. 무거운 철 가방을 배달하는 그 총각은 항상 싱글벙글 웃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배고픈 사람에게 민생고 해결해주고, 나는 돈을 버니 좋다.”는 평범한 한 마디를 남기고 유쾌하게 웃으며 콧노래도 불렀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음식점을 크게 운영하여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마음의 웃음이다. 어떤 사람은 상대를 의식하고 웃는 겉웃음이 있다. 애써 억지로 드러내려 하는 것은 오래갈 수 없는 법이다. 겉으로만 웃는 웃음보다 내면의 웃음이 자주 피어오르는 사람은 엔도르핀이 계속 쏟아져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한 번 즐거웠던 옛일을 떠올려보자. 거울을 보고 한 번 큰소리로 웃어보자. ‘하하하하’ ‘호호호호’ 사무실 벽에 걸린 모나리자의 미소가 오늘은 시기의 미소가 아닌 따뜻한 미소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장 병 선
승용차 앞에서 돼지가 웃고 있다. 비싼 새 차를 구입하고 무사고를 기원하는 고사상 한가운데에 버티고 있는 돼지머리가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행사 때 사용할 돼지머리도 웃고 있는 모습이어야 훨씬 비싸게 팔린다. 미소짓는 돼지주둥이에 축하객이 만 원짜리 지폐를 물려주고 있다. 잔칫상 중심에 버티고 있는 돼지는 축하금을 많이 물고있어 부자가 되었다.
어린아이는 하루에 200번 이상을 웃는다는데 어른은 10여 번이 고작이란다. 어린이는 나비만 보아도 웃는데 어른은 웃을 일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감정이 메말라 버린 것인지, 잘 웃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가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야 한다.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기탤런트 욘사마 배용준의 살인미소가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한 여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많은 일본여성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일본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배용준의 살인미소가 부럽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슈퍼볼 영웅 하인즈 워드의 살인미소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는 항상 싱글벙글 웃고 다녔다. 실제로 슈퍼볼 게임을 할 때에도 그렇게 항상 웃음을 머금고 경기장에 들어간단다. 시합 중 상대팀에게 강한 태클이 들어올 때, 순간 두렵기도 하지만 미소를 띠며 상대를 바라본다고 한다. 그럴 때 상대선수는 넋을 잃어버리고 마는 모양이다. 그래서 살인미소를 가진 사나이라고 인기가 더욱 치솟는 것 같다.
프랑스로 유학 간 우리나라 남학생이 엘리베이터를 탓을 때의 일이다. 문이 열리자 유럽의 여학생이 들어오는데 유학생을 보고 생긋 웃는 것이 아닌가. 우리 유학생은 여학생이 자기를 보고 싱긋 웃자 그만 착각을 한다. 그 여학생이 나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고서, 다음날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찾아가 사랑을 고백하는 촌극이 벌어졌다나.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길거리 큰 건물에 선거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려있다. 주인공들은 한사코 하얀 이가 보이게 웃는다. 눈과 입도 웃고, 이마에는 잔주름이 흐르지만 코가 벌렁거리면서도 환하게 웃고 있다. 당선되었을 때도 시민과 함께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반가운 일을 제발 많이 했으면 좋겠다.
얼마 전 신문사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오피니언에 내 작품을 올리는데 사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책상 속에 있는 사진을 찾아 보냈더니, 다시 환하게 웃는 모습의 사진이 있으면 바꿔 보내달라는 것이었다. 이곳저곳을 뒤져 겨우 다른 사진을 찾아 다시 보냈지만 내가 보아도 내 웃는 모습은 워낙 어설펐다. 환한 미소도 때로는 연습이 필요한가 보다.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겪으면서 찬밥과 따뜻한 밥을 자주 먹어본 경험이 있어야 웃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질까. 그래서 4,50대의 얼굴 표정은 자기 책임이라고 하나보다.
웃는 모습도 여러 가지다. 어린이가 카메라만 들어대면 웃는 밝은 표정은 아침 이슬이다. 양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윗니를 내밀고 환하게 웃는 것은 밀크섹크 웃음이다. 또 한 손을 살짝 들어서 입술을 비춰보는 손거울 웃음도 있다. 수줍음을 감추려는 여인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은 귀여운 미소다. 환하게 큰소리를 내며 웃는 사나이의 너털웃음도 있다. 부부싸움을 하고서는 ‘해해해’ 하고 웃는 이방인의 웃음도 때로는 필요하다. 작은 일에 사랑싸움을 하고 나서 얼른 내 탓이라고 인정하고 씨익 웃어주면 상대도 따라 웃으니 일단 속이 편하리라.
한동안 점심시간이면 사무실에서 자장면을 시켜 먹은 일이 자주 있었다. 무거운 철 가방을 배달하는 그 총각은 항상 싱글벙글 웃었다. 무엇이 그렇게 좋으냐고 물었더니“배고픈 사람에게 민생고 해결해주고, 나는 돈을 버니 좋다.”는 평범한 한 마디를 남기고 유쾌하게 웃으며 콧노래도 불렀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음식점을 크게 운영하여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참마음의 웃음이다. 어떤 사람은 상대를 의식하고 웃는 겉웃음이 있다. 애써 억지로 드러내려 하는 것은 오래갈 수 없는 법이다. 겉으로만 웃는 웃음보다 내면의 웃음이 자주 피어오르는 사람은 엔도르핀이 계속 쏟아져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한 번 즐거웠던 옛일을 떠올려보자. 거울을 보고 한 번 큰소리로 웃어보자. ‘하하하하’ ‘호호호호’ 사무실 벽에 걸린 모나리자의 미소가 오늘은 시기의 미소가 아닌 따뜻한 미소로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54 | 산 높고 물 맑은 강원도 여행 | 황점숙 | 2006.04.22 | 121 |
| 253 | 수필을 만나니 행복하네 | 김금례 | 2006.04.22 | 79 |
| 252 | 통닭과 어머니 | 황점숙 | 2006.04.21 | 74 |
| 251 | 대장노릇을 하고싶은 사람 | 박성희 | 2006.04.20 | 64 |
| 250 | 후렴없는 4월의 노래 | 최선옥 | 2006.04.20 | 70 |
| 249 | 아름다운 불륜 | 남순애 | 2006.04.19 | 113 |
| 248 | 벚꽃이 졌다고 세상이 삭막해지는 것은 아니다 | 정현창 | 2006.04.19 | 51 |
| 247 | 추억과 현실 사이 | 조종영 | 2006.04.19 | 38 |
| 246 | 필름 갈아끼우기 외 4편 | 최복운 | 2006.04.18 | 49 |
| 245 | 세상 탓 | 유영희 | 2006.04.18 | 39 |
| 244 | 어느 봄비 오는 날의 보고서 | 이민숙 | 2006.04.17 | 40 |
| 243 | 어느 여름날의 추억 | 박행복 | 2006.04.17 | 41 |
| 242 | 당신의 잣대는 올바른가요 | 서순원 | 2006.04.17 | 40 |
| 241 | 어느 여름날의 스케치 | 김학 | 2006.04.17 | 46 |
| » | 살인미소 | 장병선 | 2006.04.16 | 103 |
| 239 | 어머니의 편지 | 황점숙 | 2006.04.16 | 47 |
| 238 | 4월의 노래 | 최선옥 | 2006.04.15 | 48 |
| 237 | 그늘,그 두 얼굴 | 박정순 | 2006.04.15 | 59 |
| 236 | 거기는 내 자리예요 | 조은숙 | 2006.04.14 | 60 |
| 235 | 민들레에게 띄우는 편지 | 정현창 | 2006.04.13 | 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