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만나니 행복하네
2006.04.22 12:17
수필을 만나니 행복하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김금례
늘 되풀이 되는 새해이련만 2006년 병술년은 내 마음을 더욱 침울하게 만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숨쉴 틈 없이 달려왔다. 나의 삶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야 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나를 슬프게 한다.
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어 2남2녀를 낳고 길러 그중 3남매를 출가시키고 막내아들이 남았지만, 이제 마음의 굴레, 가정의 굴레를 모두 털어 버리고 싶다. 친정 어머님이 중풍으로 5년 동안 고생하시다가 64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서인가? 세월의 흐름에 동행하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스포츠댄스도 해보았지만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서 헤맬 때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창작과정 기초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으니 수강신청을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학생시절에 지녔던 문학의 꿈은 나이가 들어서도 버릴 수 없었지만 세월은 무정하게 나를 할머니로 바꾸어버리지 않았는가? 세월이 야속하고 미웠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신청했어 안 했어?" 평생교육원을 소개해준 친구의 전화였다.
"아이 참, 신경 써주어서 고마워! 지금 바로 신청할게."
나는 친구의 독려전화를 받고서 전북은행으로 가서 등록금을 입금시켰다. 이제 수필창작과정 기초반 등록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개강 날을 기다렸다. 3월 8일 수요일! 103강의실을 찾았을 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면서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어색한 기분이 들어 뒤쪽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의가 젊은 사람들이었다.
'여기는 내가 올 곳이 아니구나! 수강료만 날리게 되었네!'
마음은 공부를 하고 싶지만 현실이 나로 하여금 어서 이 강의실에서 나가라고 다그치는 듯했다. 모든 수강생들이 자꾸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럴 때 행촌수필문학회 이종택 회장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이 회장님은 70세에 문학을 시작하여 등단도 하셨고 수필집도 한 권 발간하셨으며 문학상도 받으셨다고 했다. 나이 들어 문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으로서 노후생활을 즐겁고 기쁘게 보내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 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새로운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 나는 이 회장님보다 6살이나 더 젊어서 시작하는 셈이 아닌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용기가 치솟았다.
"불광불급(不狂不及), 결석하지 않는 수강생, 숙제 잘하는 수강생, 매사에 적극 참여하는 수강생, 수필을 연인처럼 사랑하는 수강생, 컴퓨터 워드와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수강생, 수필을 진솔하게 쓸 줄 아는 수강생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수필에 대한 열정으로 밤잠을 설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때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경음악처럼 들려왔다. 나는 남편을 내 작품의 첫 독자로 선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등록했다가 취소했던 컴퓨터교실도 다시 부활시켰다. 멀게만 느껴졌던 수필이 양파껍질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듯 내 마음의 때를 벗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 수필창작과정 기초반은 첫 야외학습으로 주꾸미축제가 열리는 군산에 가기로 했다. 참 멋진 착상이었다. 전주역에서 만나 군산 행 기차를 탔다. 45년 전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헐렁한 객차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가끔 창 밖을 바라보니 봄이 아롱거리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나니 어느새 군산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역전에서 택시를 나눠 타고 기초반 한현옥 씨가 운영하는 해망동 '춤추는 조개구이' 집으로 갔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일러서 월명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수시탑 아래서 기념사진도 찍고 소설가 채만식 선생의 문학비와 조각공원도 둘러보았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건너편 장항제련소도 보였다. 조그만 어선들이 바삐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주 접해보지 않던 이색적인 항구의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의실 밖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노라니 나이를 건너 뛰어 진솔한 학우애가 넘쳐흘렀다. 특히 큰언니, 누나, 동생이라고 호칭이 바꾸어지니 마치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것 같은 형제애도 느껴졌다. 야외학습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자 눈과 귀를 열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수필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 교수님과 학우들 그리고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도록 중매를 해준 수필에게 한없이 고맙다. 어느새 나는 월·화·수·목·금·토·일, 이 1주일 중에서 수요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수요일이면 103강의실에서 정다운 학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을 사랑하는 수필 같은 친구들! 그들의 젊고 싱싱한 얼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그들의 밝은 표정에서 나는 기쁨을 느낀다. 수필공부가 가져다 준 보너스인 셈이다. 우리는 영원히 좋은 친구가 되리라 기대한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기초반 만세!"
언젠가부터 103강의실 문에는 고급반 조방희 님과 야간반 조종영 님의 등단을 축하하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아, 나는 언제쯤 이렇게 등단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 문득 부러움이 솟는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이름도 우리 기초반 학우들도 이렇게 등단축하를 받을 때가 있겠지…….
(2006.4. 11.)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김금례
늘 되풀이 되는 새해이련만 2006년 병술년은 내 마음을 더욱 침울하게 만들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숨쉴 틈 없이 달려왔다. 나의 삶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면서,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야 할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나를 슬프게 한다.
한 남자와 가정을 이루어 2남2녀를 낳고 길러 그중 3남매를 출가시키고 막내아들이 남았지만, 이제 마음의 굴레, 가정의 굴레를 모두 털어 버리고 싶다. 친정 어머님이 중풍으로 5년 동안 고생하시다가 64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서인가? 세월의 흐름에 동행하면서 마음을 달래려고 스포츠댄스도 해보았지만 내 마음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래서 헤맬 때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전북대 평생교육원에서 수필창작과정 기초반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으니 수강신청을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학생시절에 지녔던 문학의 꿈은 나이가 들어서도 버릴 수 없었지만 세월은 무정하게 나를 할머니로 바꾸어버리지 않았는가? 세월이 야속하고 미웠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신청했어 안 했어?" 평생교육원을 소개해준 친구의 전화였다.
"아이 참, 신경 써주어서 고마워! 지금 바로 신청할게."
나는 친구의 독려전화를 받고서 전북은행으로 가서 등록금을 입금시켰다. 이제 수필창작과정 기초반 등록절차를 모두 마무리한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개강 날을 기다렸다. 3월 8일 수요일! 103강의실을 찾았을 때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지면서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어색한 기분이 들어 뒤쪽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의가 젊은 사람들이었다.
'여기는 내가 올 곳이 아니구나! 수강료만 날리게 되었네!'
마음은 공부를 하고 싶지만 현실이 나로 하여금 어서 이 강의실에서 나가라고 다그치는 듯했다. 모든 수강생들이 자꾸 나만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럴 때 행촌수필문학회 이종택 회장님의 말씀을 듣게 되었다. 이 회장님은 70세에 문학을 시작하여 등단도 하셨고 수필집도 한 권 발간하셨으며 문학상도 받으셨다고 했다. 나이 들어 문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행촌수필문학회 회장으로서 노후생활을 즐겁고 기쁘게 보내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 회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온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새로운 용기가 샘솟았다.
'그래, 나는 이 회장님보다 6살이나 더 젊어서 시작하는 셈이 아닌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용기가 치솟았다.
"불광불급(不狂不及), 결석하지 않는 수강생, 숙제 잘하는 수강생, 매사에 적극 참여하는 수강생, 수필을 연인처럼 사랑하는 수강생, 컴퓨터 워드와 인터넷을 할 줄 아는 수강생, 수필을 진솔하게 쓸 줄 아는 수강생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수필에 대한 열정으로 밤잠을 설치며 잠 못 이루고 있을 때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경음악처럼 들려왔다. 나는 남편을 내 작품의 첫 독자로 선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등록했다가 취소했던 컴퓨터교실도 다시 부활시켰다. 멀게만 느껴졌던 수필이 양파껍질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듯 내 마음의 때를 벗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 수필창작과정 기초반은 첫 야외학습으로 주꾸미축제가 열리는 군산에 가기로 했다. 참 멋진 착상이었다. 전주역에서 만나 군산 행 기차를 탔다. 45년 전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헐렁한 객차 안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가끔 창 밖을 바라보니 봄이 아롱거리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지나니 어느새 군산역에 도착했다. 우리는 역전에서 택시를 나눠 타고 기초반 한현옥 씨가 운영하는 해망동 '춤추는 조개구이' 집으로 갔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일러서 월명공원을 산책하기로 했다. 수시탑 아래서 기념사진도 찍고 소설가 채만식 선생의 문학비와 조각공원도 둘러보았다.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건너편 장항제련소도 보였다. 조그만 어선들이 바삐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자주 접해보지 않던 이색적인 항구의 풍경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의실 밖에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노라니 나이를 건너 뛰어 진솔한 학우애가 넘쳐흘렀다. 특히 큰언니, 누나, 동생이라고 호칭이 바꾸어지니 마치 한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것 같은 형제애도 느껴졌다. 야외학습은 자신의 삶을 뒤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자 눈과 귀를 열리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수필을 만나서 정말 행복하다. 교수님과 학우들 그리고 선배님들을 만날 수 있도록 중매를 해준 수필에게 한없이 고맙다. 어느새 나는 월·화·수·목·금·토·일, 이 1주일 중에서 수요일이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수요일이면 103강의실에서 정다운 학우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을 사랑하는 수필 같은 친구들! 그들의 젊고 싱싱한 얼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그들의 밝은 표정에서 나는 기쁨을 느낀다. 수필공부가 가져다 준 보너스인 셈이다. 우리는 영원히 좋은 친구가 되리라 기대한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기초반 만세!"
언젠가부터 103강의실 문에는 고급반 조방희 님과 야간반 조종영 님의 등단을 축하하는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아, 나는 언제쯤 이렇게 등단축하를 받을 수 있을까?' 문득 부러움이 솟는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 내 이름도 우리 기초반 학우들도 이렇게 등단축하를 받을 때가 있겠지…….
(2006.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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