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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대장암 환자가 청국장 사업가로 변신한 이유는..
파주 '가마솥 청국장' 김정화씨
집에서 직접 청국장 만들어 복용
주치의 "피가 무척 맑아졌다" 놀래
말기암 딛고 지금은 건강한 생활
이후 입소문… 2004년엔 특허도
김연주 기자 caro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김정화씨가 황토방에서 7일간 발효시킨 콩을 다시 햇볕이 잘드는 비닐하우스에서 15일간 정성스럽게 말려 청국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이 커다란 두 솥에서 콩을 삶아 냅니다."

김정화(여·61)씨는 파주시 법원읍에 있는 공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설명하기에 바빴다. 한 쪽에 콩을 말리는 하우스에선 남편 최운담(66)씨가 콩을 바라보고 있었다. 최씨 옆에선 막내 아들 원용(31)씨 내외도 돕는다. 1년에 80㎏짜리 콩 300가마를 팔아 치우는 '가족 기업'으로 성장한 김씨의 '가마솥 청국장'은, 처음엔 조그만 집 냄비에서 시작했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씨는 1999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어렵게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던 김씨는 음식을 넘기지 못해서 끙끙댔다. "어릴 때 엄마가 끓여주던 청국장이 떠올랐어요. 그건 어떻게든 넘길 수 있겠다 싶었지요." 그때부터 집에서 일하는 아줌마에게 어깨너머 배워뒀던 청국장 조리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만들게 했다. 구역질이 나지 않고 술술 넘어갔다. 병원엘 가니 대장암 수술을 맡았던 주치의는 "피가 무척 맑아졌다"며 "평소 뭘 드시냐"고 묻기까지 했다.

직접 만든 청국장이 이웃에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냥 가져다 먹던 이웃들은 "콩 값이라도 주고 싶다"며 조금씩 돈을 내놓았다. "아예 공장을 차려보라"는 주위 사람 권유에 2004년 경기도 분당에서 파주로 집을 옮기고 커다란 가마솥 하나가 들어가는 공장을 지었다. 가마솥 한 개에 콩 3가마를 삶아 청국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주문량이 점점 늘어나 1년 후엔 가마솥을 하나 늘려 콩을 삶았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고정 고객만 5000명, 신세계와 현대 백화점에 입점을 권유 받을 정도로 인기다.


김씨의 청국장 제조 비법은 '전통 방식을 고집 하는 것'. 파주에서 생산하는 장단콩을 물에 14시간 불린 후 5시간 동안 삶아 3~4평짜리 황토방에 잘 펴서 발효시킨다. 선반을 여러 겹 쌓아 한꺼번에 많은 콩을 발효시키는 다른 공장과 달리, 방바닥에 펼칠 수 있는 양만 고집한다. 방 온도를 조절해 7일간 발효하고, 햇볕이 잘 드는 비닐 하우스에서 또 15일간 말린다. 콩에서 청국장이 되기까지, 총 한 달이 걸리는 셈이다.

김씨는 황토방 온도를 적당히 조절해 청국장을 발효·건조하는 전통 기법으로 2004년 특허도 받았다. 생산량이 적어 가격은 시중 보다 조금 비싼 편. 올 초에는 서울 강남 신세계 백화점에서 청국장 특별 이벤트를 열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수술이 너무 잘돼서 그런지, 가마솥 청국장을 먹어서인지, 아니면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김씨는 고생하던 대장암도 지금은 완치됐다고 한다.



입력 : 2008.06.23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