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들의 대화

2009.04.18 01:34

고대진 조회 수:1119 추천:221

 

세균들도 서로 의사를 소통한다는 사실이 프린스턴 대학의 Bonnie L. Bassler 연구팀에 의해 2006 밝혀졌다. 세균은 autoinducer-2(AI-2)라는 화학물질을 공통의 언어로 사용하여 자신들의 수를 측정하고 함께 상황을 대처할 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세균들의 의사소통을 교란시키기도 한단다. 세균은 주위의 세균의 수가 늘어나면 개체 측정(quorum sensing) 장치가 가동되기 시작하는데 충분한 수가 밀집되었다 감지하면 어떤 종류는 독소를 분비함으로써 반응하기도 하고 어떤 종류는 다른 환경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또한, 세균들은 각자 고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또한 공통의 언어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세균은 자연상태(Free-living state)에서는 제거하기도 쉽고 병원성도 없다. 개체 측정(quorum sensing) 장치를 통한 독성 세균으로의 전환은 세균이 방출하는 AI-2라는 작은 확산성 분자(Diffusible molecules) 의해 이루어진다. AI-2 농도가 짙어지면 세균은 이를 감지하여 다수의 다른 세균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균은 같은 세균들이 주위에 충분히 존재할 ,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킬 있는 조건이 조성되었다고 `감지’하게 되고 유전자를 발현하게 하여 단백질을 생산하게 하는데 그중 숙주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독소 물질도 나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

세균들이 서로 말을 함으로 의사소통을 있다니 놀랄 만한 일이다. 물론 말이 공기의 진동 대신 화학물질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목감기 예를 들어보자. 초기에 세균들이 안에 조금 있을 때는 제거하기도 쉽고 병원성도 없어 그저 소금물로 안을 자주 씻으면 된다. 세균이 수가 적어져 독성을 발하지 않게 되거나 기침 번으로 증상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밤에 자는 사이에 안이 그들의 놀이터가 되면 안에 있던 세균들이 점점 불어나 소설 ‘무진 기행'  표현대로 ‘밤에 진주해 적군들처럼’ 안을 둘러싸고 있게 되는 거다. 물론 “나 여기 있다. 너는 어디 있나? 라는 말을 화학물질을 통하여 서로에게 하면서 말이다. 주위에서 들리는 동료들의 목소리(?) 아주 많다고 감지한 세균들이 주위 세균이나 숙주를 공격해도 만큼 자기들의 수가 많아졌다고 여기고는 한꺼번에 독소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의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다. 수많은 세균들이 “공격! 하면서 독소를 뿜기 시작하면 안은 침도 삼키게 아프고 붓게 된다. 이때면 벌써 독성이 퍼져서 소금물 양치질로는 독성을 제거하기 어렵게 된다. 몸에서도 침략을 막기 위해 항균제가 생산되기 시작한다.

 

세균들의 인해전술 아니 해전술 작전이 무섭고 신기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세균들끼리 정보를 조작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먼저 말한 Bassler 연구팀은 대장균을 해양 박테리아 Vibrio harveyi 섞어주면 대장균은 처음에는 AI-2 분비하지만, 다시 더욱 많은 양의 AI-2 흡수하여 해양 박테리아의 정보를 교란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해양 박테리아는 숫자가 많아지면 형광을 발사하는 유전자를 발현시켜 빛이 나게 하는데 교란된 정보 때문에 자기들의 수가 적은 것으로 여겨 형광을 발사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키지 않게 되고 따라서 빛을 발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때가 이르다. 우리 수가 많지 않으니 기다려라. 오버” 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병원성 세균에 따른 감염도 마찬가지라서 의사소통이 차단된 세균은 주위에 다른 세균들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독성상태(virulent mode) 전환하지 않고 불활성 형태(inert form) 머물러 있게 되어 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런 것이 세균의 손자병법이다.

 

항생제는 미생물이 생산하는 대사산물로 소량으로 다른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거나 사멸시키는 물질이다. 항생제는 일정한 간격으로 지속해서 복용하여 균을 죽일 있는 최소의 혈중 농도를 항상 유지해 주어야 한다. 병원성 세균들은 페니실린 등의 항생제 개발로 치료에 별로 문제가 없다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항생제의 남용으로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유전자를 가진 병원성 세균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항생제는 증세가 완전히 없어진 후에도 23일은 사용해야 함에도 증세가 없어졌다고 항생제의 사용을 중단하면 안에 남아 있던 균들이 내성균으로 변할 있다. 내성균은 다른 균에도 내성을 전이시켜서 내성균을 계속 늘어나게 하므로 내성이 생기면 항균력이 강한 항생제를 사용하든지 다른 계열의 항생제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도 세균들은 다른 항생제에도 내성이 생기게 빨리 진화를 하므로 다른 항생제를 이용한 치료는 임시방편밖에 된다. 박테리아는 인류의 항생제 개발 속도보다 빨리 내성을 획득, 전파하고 있다.

 

항생제의 폭탄을 맞은 세균들이 이를 악물고 견디어 싸움에서 살아남는다. 어떨 때는 전멸 어떨 때는 . 얼마 되는 남은 세균들은 이를 갈면서 다음을 약속하며 내성을 기른다. 실은 내성을 가진 세균만 살아남아 자손을 번성시킨다. 세균의 진화인 것이다. 내성을 획득한 세균들이 살아남아 자꾸 불어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들의 군대가 되어 강하게 변하게 된다. 항생제 폭탄이 떨어져도 유유히 폭탄 속을 누빌 있는 슈퍼 균의 몸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그다음 주위 세균들과 대화를 통하여 자기들 세력이 얼마나 큰가를 인지하여 “공격! 명령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누가 단세포 세균을 단순하다 있을까? 멸종되지 않고 억년을 생존해온 이유가 이런 것이었으리라.

 

요즘 미국의 병원에서 많이 나타나는 내성균(MRSA: Methicillin 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의한 감염은 항생제가 듣지 않아 치사율이 무척 높다. 세균들이 항생제를 이길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좋은 항생제(폭탄) 개발하여 투여해 봐도 이들을 이길 없게 되었다. 이런 무서운 병원균을 무력화시키는 방법으로 세균 간의 의사소통을 차단하는 방법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세균들의 손자병법을 역이용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내성세균이 많아져도 자기들이 많다는 사실을 감지할 없게 하면 독성이 나오지 않고 병원균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직 때가 이르다. 우리 수가 많지 않으니 기다려라. 오버”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최근 미국의 Scripps 연구소가 개발한 내성세균의 백신도 이런 세균들의 의사전달 시스템을 차단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방법은 일반적인 항생제와 달리 세균을 직접 살해하지 않기 때문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는 내성 세균의 탄생을 억제할 있어 항생제보다 좋은 치료법이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세균들 사이에도 의사전달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릴 무척 흥미롭게 한다. 사실 모든 살아있는 것들 사이에는 의사전달이 존재한다고 믿어진다. 수십 억년의 시간을 견뎌온 삶의 승자들이라면 이들의 존재가 아직까지 지구 위에 계속되는 이유가 있으리라. 과연 사람이 어떻게 세균의 빠른 진화의 속도를 물리치고 승리할 있을지는 두고 보아야 것이다.

(200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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