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처에 큰 폭포가 있어요?

2011.07.04 02:44

고대진 조회 수:1189 추천: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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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학회에 참석하느라 푸에토리코에 머물 때였다. 밤바다를 거닐다 방에 들어가는데 아름다운 새 소리가 호텔 주위의 나무에서 들렸다. 마치 멋있는 여자가 거리를 걸어갈 때 좀 불량기가 있는 남자들이 앉았다가 감탄하며 관심을 끌어보려고 휘파람을 휘익- 부는 것 같은 유혹하는 소리였다. 아마도 호텔에 앵무새나 훈련된 새가 있어 손님들이 오가면 나무 위에서 희롱이라도 하는 듯 노래를 하는구나 싶었다. 다음날 나무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새는 흔적도 보이지 않아 호텔 기념품점에 있는 종업원에게 밤에 나무에서 노래하던 새가 어떤 새냐고 물었더니 새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코키’라는 개구리가 노래하는 것이란다코키? 개구리? 정말 개구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새소리를 낸단 말이지? 하고 돌아보니 작은 개구리가 그려져 있는 기념품들이 많았다. 책을 찾아보았더니 코키 푸에토리코에 사는 일 인치 정도의 개구리로 나무에 사는데 해가 지면 높은 피치로 코키-코키- 하며 노래를 시작하여 밤새 노래를 한단다. 내가 머물던 일주일 동안에도 어둑어둑해지면 코키-코키휘파람 불 듯 노래를 시작하여 밤새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나중엔 자장가같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코키는 다른 개구리같이 수놈만 노래하는데 –이는 주로 암놈을 부르는 소리다- 저녁 어둠에서는 코퀴-코퀴- 하며 노래하다가 새벽이면 코키키키-코키키키-코키키키-하고 노랫말을 바꾼단다. 그리고 해가 뜨면 집에서 곯아떨어져 자다가 다시 저녁이면 나와 노래하기 시작한다코키는 양서류에 속하지만, 개구리와 달리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없고 발가락에 빨판이 있어 나무에 오르기 쉽게 되어있다. 그리고 올챙이 시절을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코키가 되는 것이 개구리와 다른 점이다. 모양은 우리가 아는 개구리와 똑같다. 개발 붐으로 산림이 점점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속하게 된 이 푸에토리코의 코키가 아름답게 여자 코키를 유혹하는 노래를 들으면 살아있는 것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상기시킨다.


중국의 상하이 서쪽 항샨 온천의 폭포수 근처에서 살고 있는Amolops tormotus라는 학명의 개구리는 새 같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만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써서 노래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최근에 (2006 Nature) 알버트 (Feng) 교수와 그 동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박쥐나 돌고래같이 초음파를 써서 의사를 소통하는 양서류의 동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처음 알려진 것이다.
이 개구리는 귀가 보통 개구리의 불룩 나온 귀와 달리 안으로 쏙 들어가 있고 폭포수 같은 격류가 흐르는 곳에 있으므로 “쏙 들어간 귀의 격류 개구리”concave-eared torrent frogs라고 불리는데 펭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폭포수 소리 속에서 의사소통하며 살아남으려니 폭포수 같은 시끄러움을 뚫고 나갈 소리 주파수가 필요하고 또 그런 곳에서 살려니 초음파를 감지할 얇은 귀청을 큰 소리에서 보호해야 하므로 귀도 안으로 쏙 들어가게 되었고 또 초음파를 통해 폭포 소리를 뚫고 의사소통을 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 능력을 갖춘 개구리들이 살아남아 새로운 종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하니 내가 살던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도에서는 바람 소리를 뚫고 갈 의사소통 방법이 필요해서인지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목소리 큰 사람들이 살아가기가 더 쉽다고 말하는 것이 옳겠다. 어디 바람 많은 제주도뿐이랴. 전에 엘에이의 한 식당에 누나네 식구들이랑 갔었는데 폭포수 근처에서 살던 사람들인지 바람이 무척 강하게 부는 곳에서 온 사람들인지 나이아가라 폭포에 온 사람들처럼 큰 소리로 식당 전체를 시끄럽게 하였다. 자기들이 자랑하듯 하는 말을 들어보니 아마 다른 곳에서 먹다가 너무 시끄럽다고 쫓겨난 사람들인 것 같았다푸에토리코의 코키나 향샨의 개구리같이 노래로나 초음파로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들이 얼마나 좋겠나 생각해보지만,  온 뒤 우리 집 연못의 개구리같이 억양이 강한 어느 지방 사투리로 방방 떠드는데 밥맛이 다 가시는 듯했다.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빠져나오면서 내가 말했다. 저 사람들 사는 곳에 큰 폭포가 있거나 천둥이 치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일 거에요. 그런 곳에 사는 개구리들은 폭포수 소리를 가로 지르는 초음파로 노래 부르거든요. 내 말을 듣던 누나가 대구 출신인 매형에게 묻는다. “여보, 대구 근처에 큰 폭포가 있어요?

(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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