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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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12.09 13:47

Mr. 딜레마

조회 수 594 추천 수 2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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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딜레마



이월란(09/12/05)



오라 하면 떨리고
가라 하면 끔찍하다
쓰라 하면 쓰기 싫고
쓰지 말라 하면 쓰고 싶다
잘했다 하면 싱겁고
못했다 하면 오기가 뻗친다
너무 이르다 하면 무안하고
너무 늦다 하면 서럽다
너무 많다 하면 부끄럽고
너무 적다 하면 비참해진다
빨리 해라 하면 발이 무거워지고
쉬엄쉬엄 해라 하면 맘이 급해진다
머리를 써라 하면 가슴이 시리고
가슴으로 써라 하면 머리가 핑 돈다
너무 무겁다 하면 한없이 가벼워지고
너무 가볍다 하면 대책없이 무거워진다
인생이 짧다 하면 오늘 하루가 그토록 길었고
남은 날들이 창창하다 하면 오늘 하루가 온데간데 없었다


감자밭에선 꿈에 부푼 덩이줄기였어도
손에 쥐어주는 순간 뜨거워지는 삶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뜨거운 감자
호호 불다 하루해가 다 진다


오늘도 몰리고 싶은 이 아름다운 궁지
온몸에 각이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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