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6
이월란(09/12/12)
바닥에 떨어져 있는 머리칼을 줍는다
가끔은 참혹한 광경에 곤두섰을 기억의 흔적
소리 없는 시간의 빛에 바래어 세어버린 세월 자국
생각의 무게에 눌려 구불구불해진 삶의 흔적
모발습도계처럼 생의 기름기가 빠진 세월의 측정치로
발끝에 푹신한 신을 삼아도 남았을
분명, 뇌리에서 떨어져나온 나의 일부였다
기다려주지 않는 세월처럼 떠나버린 나의 분신이었다
무게도 없고, 부피도 없고, 촉감도 없는
시상의 줄기들을 꼭 쥐고
백지같은 휴지통으로 가는 길은
갑자기 더 애매모호하게도 멀어져 있다
장애물이라도 만난다면 손아귀에 힘만 주어져
정체모를 손아귀에 목이 졸리듯 가슴만 답답해진다
걸음을 옮기는 나마저 머리칼처럼 가벼운 물체가 되어
나는 나를 옮겨 놓지 못한다, 바람에 날아가버리기 전에
버려야 했다, 검은 시상 한 오라기
잃어버리기 전에 하얀 백지 위에라도
이 가벼운 분비물을 활자로라도 붙여 두어야 했다
스카치 테이프로 머리칼 몇 올 벽에 붙여 두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