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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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12.20 13:58

무제사건

조회 수 450 추천 수 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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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사건



이월란(09/12/19)



사건의 전말은 말소되었습니다
과거는 악마와의 순진한 거래였습니다
폐기처분되었던 자신들의 여기저기서
재생되고 있는 계절의 뒷문
달력에 새겨진 활자들도 환생하며 목이 달아나고
기억은 치사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슬픔은 유치한 수준에서 눈물이 되었습니다
내일을 밝히기엔 여기저기 너무 닳아 있습니다
날강도 같은 세월이 마지막 양심처럼 쥐어주고 간
기억의 돌, 어느 쪽에도 나는 새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불쑥불쑥 불면 속에서 끊임없이 태어나는 얼굴들
최초의 살인을 불러온 잔인한 시샘의 창과 방패로
무장되고 있는 노을은 언제나 핏빛입니다
접수되지 못한 사건들이 숨막히게 진행 중입니다
목격자는 도처에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수시로 자리바꿈을 하는 난해한 상설무대
입장권은 환절의 문턱마다 낙엽처럼 수북이 쌓여갑니다
흘림체로 갈겨 쓴 사건의 제목이 눈뜬 포스트잇
공소시효는 자전과 공전으로 시간을 굴리며 놀고 있습니다
본의 아니게 고상한 철학만을 신봉하는 사이비 교주처럼
당신은 과장되게, 쓸데없이, 지나치게 의식의 노예입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던 꽃들의 고개가 일찌감치 꺾이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고요한 당신과 나의 법정에서, 그 무제사건의 배후
알리바이는 친절히 말소되고 있습니다
바래지는 파일명은, 잠시 꽂혀 있는 “당신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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