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포이즌
이월란(09/12/18)
독을 먹었나보다
심장까지 들어가 내장을 휘젓고 만
배알 속 보이지 않는 전쟁
지상에 없는 색을 입고
은밀한 시간을 곰팡이꽃처럼 피운 너의 뒷모습
아릿했던 혀로도 차마 고백하지 못했던 나의 허기를
배고파 울던 어린 세상이 노랗게 노을처럼 뜨면
나는 푸른 창자를 키우며 너를 익히고
변기 속에 배설물처럼 떠 있는 이별들이
지하수 같은 고독을 지나
다시 비가 되어 나의 머리를 적셔도
나의 허리 아래쯤, 생리통처럼 뭉근히 만져 보았을까
자정의 멀미를 견디고
새벽의 오한을 견디고
신열의 아침으로 눈을 떠도
나는 두근두근, 다시 배가 고파지네
상투적인 숟가락질처럼 너와 나의 입을 오가던
뜨거워 호호 불며 먹던, 유독한 밀어
입으론 삼켰으되
가슴 속 불 위에선 익혀지지 않는 설익은 과일처럼
바람에 실려보낸, 시큼한 신물같은 그리움
잔인한 식탁 위에서
보이지 않는 너를 먹고
나는 또 온종일 배가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