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랭귀지
이월란(09/12/08)
세컨드는 늘 천박했다
밤에만 화장을 하는 야행성이기도
은근히 첫 번째를 넘보는
언감생심 서울까투리이기도 했다
험난한 여정은 이미 예고된 길이건만
그래도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하며
엿보고 싶은 혼외정사의 휘장 뒤에
버젓이 살림을 차려놓았었다
나의 세컨드는 처음부터 눈치만 늘었다
행여 그 알량한 자존심이라도 건드릴라치면
몇날 며칠 침묵시위를 벌였고
속 깊은 첫정은 조강지처를 넘볼 수 없으리라
그래도 살살 달래주면 사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했었는데
오늘도 데리고 다니지만 남의 옷인 듯 헐렁거린다
한 마디를 하면 속말이 숨어 있을 것만 같아
아직도 개운치 않은데, 저 눈빛은 또 뭐람
세컨드는 늘 세컨드의 또다른 의미를 숨기고 있었다
요즘엔 세컨드도 유행이요 능력의 척도라는데
혀끝에선 숨길 수 없는 세컨드의 자격지심이
사투리 같은 악센트를 넘나들며 굳은살로 박이고 있는데
가끔이라도 헤헤헤 웃어야 제 맛인 걸
평생을 HeHeHe 웃어야 한다니
요즘은 세컨드 세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