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무거운 새
이월란(09/12/06)
무명엽서 속의 푸른 하늘처럼
날개는 주소를 잃어가고 있다
하늘 밑변에 깔린 그림자만 땅을 적시고
유황빛 해 아래 속절없이 익어가는 넋
하늘과 땅이 포개어지던
꿈의 프리즘 속으로 빛길을 내어도
땅 위에 날개를 접고 점처럼 작아져도
비가 되어 내게 스미는 하늘
바람의 손으로 날개를 띄워
오늘도 하늘이 되게 하는데
쇄빙선처럼 허공을 가르는 날개 위에
빙설처럼 부서져 내리는 바람가루
천공을 뒤척이는 하늘 곁에서
비상하는 넋을 이고
추락하는 넋을 지고
별빛에 찔린 두 눈 마저 감고도
다시 온 하늘을 건너 가는 길
깃털 한 점 닿은 적 없건만
하늘이 시리다
손 한 번 적신 적 없건만
온 몸이 젖는다
구름 한 점 싣고 다닌 적 없건만
하늘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