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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9.12.22 12:33

귀여운 뱀파이어

조회 수 527 추천 수 2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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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09/12/22)



붉은 꽃의 사제가 되어 기도해 드릴께요 나의 몸이 당신의 피로 채워질 때까지 어둠의 담장을 폴짝폴짝 뛰어넘어 왔어요 노을을 증류한 듯 당신의 얼굴이 창백해요 그럼 발이 더 맛있을까요 신선한 생균 속에 이쁜 독소로 찌든 나는 날마다 목마른 백신이에요 쪽쪽 빨아먹을거라곤 당신밖에 없는 세상, 당신의 피는 혈전을 치른 패잔병의 그것처럼 치열하죠 살아있는 것들의 흐르는 소리가 발자국처럼 들리지 않나요 내게 적선한 대가는 달콤한 수혈 후의 안식, 당신은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할 위험한 시약이죠 백혈구의 값을 측정해드릴까요 목숨의 연산을 풀어 드릴까요 친자확인을 해드릴까요 악마의 자식인지? 천사의 자식인지? 한 방울의 추억으로, 기억으로 링거액처럼 감질나게 떨어져도 사유의 커튼을 내리고 해질 때면 우리 엎드려 기도할까요 슬픈 액체를 나의 시험관에 보관해 드릴께요 피의 축제는 목숨처럼 반짝 너무 빨리 끝나버려요 (주여, 불쌍한 중생을 도우소서) 나병같은 외로움이 덕지덕지 불거져 나와도 검증되지 못한 난해한 피도 꼴깍꼴깍 삼켜버리는 세월이에요 피의 바다를 헤엄쳐나온 아기들은 늘 끈적대는 에고이스트들이었지만 황혼의 즙내음은 이윽고 향기로워지고 있네요 드디어 태양이 솟아 신의 햇살이 폭풍처럼 불어오면 우리 고단한 어깨를 얽어매어 고결한 풍장을 치루어요 타고 남은 검은 재가 서로의 목을 붙들면 검은 미소로 빚은 반사음을 따라 박쥐 한 마리 나비처럼 날아갈거에요 생의 신발이 툭, 사막의 가슴에 떨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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