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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2

2007.12.19 23:10

이 상옥 조회 수:1344 추천:178



- 인연 # 2 -

어제는 아침녁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다가
오후에는
해가 방긋 웃으며 나타나긴 했으나 역시 선선 했다.
그러나
오늘 아침은 파아란 하늘에 눈부신 햇살이 높이
떠올라 온세상을 찬란히 비추고 있었다.
뒷 뜰에 나가 싱싱한 아침 기운을 먹음고 활짝핀 꽃들에게
물을 주는 기쁨이란 중국 사람들이 말하는
팔진미 오후청을 먹는 기분에 버금 하리라.

그런 기쁨이 내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고
방금 노오랗게 핀 초롱꽃에서 꽃가루를 머리에
잔득 처바르고 나오는 저 부지런한 아침벌도 기분이
나와 비슷할것 같다.
창조주께서는 그누가 먼저랄것 없이 이렇게 자연과도
서로 인연을 맺게 하시여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정성껏 가꾸면 또 꽃은 자신만의 독특한 모양과 향기로
아름다운 모양의 꽃을 피우며
벌이나 나비에게는 꿀을 준비하여 달콤한 양식을
먹고 가는 그들은 또 초대해준 꽃들을
교배시켜주는 " 인연 "의 고리를 만드는 것이다.


나는 어제 정말 한국사회나 또 여기 동포사회에서도
누집 아들과 딸이라고 이름 한마디면
다들 알수있는 그런 사람들의 결혼식 피로연에 초대를
받았었다.
하객이 양가를 합해 모두 200여명 가까이 됐으니까
내가 사는 중서부 대 도시
동포 사회 유지들 중에서도 특별히 신랑 신부 부모님들과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들만 선별하여 초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신랑의 장인 어른은 서울공대출신의 D중공업 사장이여서
마치 드라마에서 곳잘 등장하는 이야기처럼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 될수 있는 빅 이밴트 일수도 있었다.

장소역시
시카고 명물인 씨어스 타워 66층의 메트로폴리탄 클럽이라고
사방이 시원하게 투욱 튀인 경관은 그야말로 일품이였다.
미시간 호변이라던가
곧게 뻗어 나가 있는 길과 다운타운 고층건물의 숲,
그리고
물론 대가의 그림은 아닐지라도
예술에서
환희의 경지를 맛본 작가들의 우수 작품들이 벽마다 장식 돼 있었다.
또 미남 신랑과 미녀 신부하며
맛난 음식에다가 포도주는 샤도네 , 버건디 ,
입가심용 꼬냑까지
오랜만에 입과 위장이 호사를 한 날이였다.

때마침 친한 친구부부의 차를 타고 간터라
신난다 부어라 마셔라까지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앉은 자리가 " 서울대학 나와바리 "였다.
그들은 한참 요즈음 화제인 서울대학 존폐에 대한 이야기로
침을 튀기고 있는 중이였다.
그래서 소리는 꾹 다물고
마시는 쪽으로 소임을 다하는 중에 근사했던 피로연이
끝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사건이 터진건 이후부터 였다.
밤12시에 한잔 거나하게 취해서
유료 파킹장까지는 별일없이 잘 빠져 나왔는데.
어랍쇼,
복잡한 외길통행 표지를 따라 잘 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공사중이니 다른 길로 돌아가라는 표지를 읽고난 다음부터
고만 길을 잃어 가지고
흑인 동네 막다른 골목으로
가고 있는 중이여서 고만 술이 확깨고 만다.


한참을 돌고 돌다가
이제는 낯선 고가도로 아래의 신호등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차안의 다른 세사람은 불안에 가득싸여 평소 잔소리를 곧잘하던
아내조차 불안에 싸여 입을 꼭 다문체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바로 요런때
어느 곱상하게 생긴 흑인 하나가 운전석 창문을
똑똑 두드려 우리는 모두 기겁을 한 것이였다.
창문을 꼭꼭 잠그고 여차하면 출행랑을 칠 만반의 준비는
했지만 이렇게 옆에서 창문을 두두릴때는 방법이 별로
없게 마련이잖은가.
나는 친구에게 유리창을 내리게 하고
" 이밤중에 왼일 인가 ? "
하고 물으니 자신의 차가 갑자기 바퀴가 주저않아
도움이 필요해서 그렇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이였다.

나는 불안해 하는 여인들의 눈을 의식하며
흔쾌히 차에서 내리고는
친구에게는 저앞 길가에 비상등을 깜빡 거리고
기달려 달라 말한후 그 흑인 친구를 따라 갔다.
저만치 아주 낡아 빠진 포드 승용차 한대가
앞바퀴는 빵꾸가 나 길옆에 주저 않아 있었다.

그친구는 자신을 빅터라고 소개하며
자마이카에서 이민 온지가 한 3개월쯤 돼여
다운타운에서 경비원으로 밤일을 하러 가다 빵꾸가 났으나
생전 기계란 것을 만져 본적도 없이
차를 처음 사서 간신히
운전만을 배워 끌고 다니는 중이라
자동차 바퀴를 어떻게 갈아야 하는줄을 모르는 사람이였다.
그역시 좋지않은 동네에서 일이 벌어져
자칫하면 큰일나게 생겨 불안해 어쩔줄을 모르다가
우리들 차를 보고 달려온 것이란다.

나는 웃옷을 벋어 빅터에게 준후 미소를 지으며
" 걱정마쇼 빅터, 내가 순식간에 해치울테니까. "
나야 말로 천직이 자동차 수리인데
손쉽게 해치우고 나니
그 친구 고마워서 주머니에 비상금 5불을 꺼네
날보고 커피라도 한잔 하라는 빅터에게
그돈을 도로주며 " 길이나 좀 아르켜줘. 빅터 ! "
빅터는 간단히 자신의 차를 따라 오라며 천천히
우리들의 차 앞으로 와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물론 차안의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난리 였지만
한 5분쯤을 빅터를 따라가다 고속도로 안내표지를 발견했다.
나는 길옆에 차를 세우게 한후
저만치 우리 앞에 차를 세우고 오는 빅터에게
진정으로 감사한 악수를 청했다.
빅터역시 " 탱큐 "를 연발하며 고마움을 표시한다.

" 여보게 빅터, 여기 내 사무실 전화 번호일세. 살다가
힘들거나 아니면 그냥 내생각이 날때 아무때라도 전화하게. "
" 당신 이름이 매튜 라고 했지 ? 고마워 매튜 !
당신은 참 멋진 신사군요. "
" 빅터 밤길 조심해 가구. 우리 만남이 아주 좋은 인연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집을 향해 고속도로를 쌩쌩달려 가고 있었다.
꿈 같이 지나간 지난 30분이였지만
별별생각을 다하게 하게 만든다.
" 창조주는 우리의 이런 만남을 전생에 미리 프로그램을
해놨을까 ?
그렇드라도 우리 자신들의 당시 행동은 자신들의 - 의지 -
였을꺼야 아마. "
나는 저렇게 결론을 내버리고 말았다.

이락에서 인질로 잡혀 이세상을 하직 하신분의 " 인연 "과
성서에 나오는 예리고를 가다가 강도를 만난 사람의
" 인연 "을 비교 한다면
역시 " 인연 " 이란 인간의 탄생 만큼이나 " 신비 "스럽고
불가사의 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좋은 이웃을 만나 좋은 " 인연 "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이 아무런 조건없이 좋은 이웃이 돼도록
노력하는것이야 말로 " 좋은 인연 "을 만들어
살기 좋은 이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저기 저사람 말야
언제나 미소를 지으며 남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있거든.
말 한마디에도 남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멋진 사람이라더라,
나도 어떻게 그사람좀 닮아 봤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