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보장 자유보험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고명권

오늘날 우리는 보험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장을 받고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보험을 든다. 아이들을 위한 교육보험을 들기도 하고, 자동차 사고를 대비하여 드는 자동차보험과 화재보험, 생명보험, 유명선수나 연예인들의 특정한 신체부위의 손상을 보상하는 거액의 보험 등 많고도 많다.

더구나 요즈음에는 텔레비전을 이용한 홈쇼핑까지도 보험 상품을 팔고, 우리 직장에까지 보험설계사들의 방문이 잦아 때로는 귀찮을 정도다. 미래의 예측 불가능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의 필요성에 대하여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물론 나도 몇 가지 보험을 들어놓아서, 매월 일정한 보험료를 넣는다.

보험가입을 권유하는 설계사들의 설명을 들어보면 각종 암을 비롯한 수십 가지의 질병에 대한 보장은 물론 병원에 입원하면 간병비까지 지급한다는 등 조건이 매우 좋은 듯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보험보다 보험료부담도 없고, 법적 제약도 없으며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시 무한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특별한 보험도 있다.

금전적인 보장은 아니지만, 일종의 종신보험이라 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나에게 가장 가까이 있다. 가입은 진즉 되었으나, 우리는 가입사실을 잘 모르고 지낼 뿐이다, 보험료는 자유다.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보장된다. 이 보험은 특별히 권유하는 설계사도 없고, 계약 및 보장에 따르는 법적 제약도 없다. 이 보험은 완전히 자의에 의한 것으로 굳이 이름한다면 '무한보장 자유보험'이라 할 수 있다.
이 보험의 보장은 무한하다. 내가 아플 때는 정성스런 간병과, 빨리 낳을 수 있도록 지극한 기도는 기본이다. 평소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하여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고, 절제하지 못한 생활을 할 때에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하고, 이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각종 압력도 불사한다. 물론 이 보험의 목적은 웰빙에 있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이 보험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되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내가 이 보험에 가입한 것은 거의 삼십 년쯤 된다. 가입 기간은 길었지만 실제 보장을 위한 보험료 납입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젊어서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기를 즐겨하였고, 젊은 힘만을 믿고 행동한 일이 그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선생이듯이 지천명이 된 지금은 노후를 생각한 보험료를 열심히 납부하고 있다. 보험료 지급에 큰 부담을 갖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아주 경제적인 보험이다.

그러면 이 보험의 보험료 납부방법은 무엇인가? 생각보다 간단하지만 실제는 어렵다.
첫째, 아내의 생일을 잘 챙기자.
둘째, 결혼기념일을 기억하자,
셋째, 가능하면 일찍 퇴근하여 집에서 식사를 아내와 같이하자.
넷째, 가끔은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도 아내와 외식을 하자.
다섯째, 일년에 몇 번쯤은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자.
여섯째, 일년에 한두 번은 1박 2일이라도 여행을 하자.

이 여섯 가지가 내가 소개하는 보험의 보험료 납부 방법이다. 이 보험회사는 다름 아닌 내 아내이다. 아니 바로 당신의 아내이기도 하다.



2005.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