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릉지 공적조서

2005.07.24 18:44

정현창 조회 수:79 추천:6

누룽지 공적조서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정현창




                                                               국적 : 대한민국
                                                               성명 : 누룽지



    위는 이 땅에 태어난 이래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아 왔으며, 국민건강증진은 물론, 고향을 떠난 외로운 사람들에게 부모님과 고향의 그리움을 만족시키는 등 아래와 같은 공적이 뚜렷하므로 표창을 상신합니다.

- 공적내용-

  누룽지는 허준의 동의보감<취건반(炊乾飯, 누룽지)>에 “음식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못하거나 넘어가도 위에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이내 토하는 병으로 오랫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는 병 즉 열격은 누룽지로 치료한다." 고 나와 있으며, 씹어 먹으면, 이빨을 자극하게 되며 신장을 튼튼히 한다. 또한 턱관절운동을 하여 뇌에 자극을 주어 뇌혈관 질환을 예방함은 물론 배부른 느낌을 주고, 장내 콜레스테롤이 몸에 흡수되는 것을 억제하며, 음식물의 장내 통과시간을 단축하여 비만과 변비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어 국민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한 공이 크다. (KBS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누룽지에 즉석라면처럼 끓는 물을 붓고 2~3분 뒤면 구수하게 먹을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의 건강은 물론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용식이 될 수 있다. 또한 불량 식품 등 아이들 군것질거리 대신 누룽지 맛 사탕, 기름에 튀겨서 설탕을 바른 누룽지튀김, 누룽지 뻥 튀김과 그냥 오도독오도독 먹으면 고소한 누룽지과자가 되고,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인 숭늉은 세상에 우리나라밖에 없는 최고의 음료수이다.



    비누 싼 종이에서는 비누냄새가 나고, 꽃을 싼 종이에서는 꽃의 향내가 난다고 한다. 말 만들어도 구수한 향을 느낄 누룽지는 누구나 가까이 하고 싶은 구수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고 있고, 아래로 낮아져서 뜨거움을 참아가며 하얀 쌀밥을 지키는 희생정신과 쌀밥보다 더 많은 영양을 감추어 아녀자들과 소외된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박애정신이 숨어 있다. 인고의 세월을 이기고 진주가 되듯이 괴롭고 힘든 시간을 거쳐 우리들에게 보석처럼 다가온 누룽지는 모든 것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하늘 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빡빡 긁어서 오도독 오도독 씹으면 너무 고소해” 라고 노래 부르며 자랐던 우리는 이 노래 덕분에 천자문을 낯설지 않게 배웠나보다. 누룽지는 어머니고 누룽지는 고향이다. 누룽지의 고소한 향기는 우리들이 뛰놀던  들판의 향기며, 사랑하는 이들의 그리움이다. 하지만 인스턴트식품에 밀려서 누룽지 맛을 잃어 가는 만큼 우리들의 고향도 소외되고 외로운 곳으로 잊혀지는 가보다.



“피자에는 안 들어 있고
  햄버거에도 안 들어 있는 걸
  누룽지에만 들어 있어요.
  구수한 엄마의 사랑“

누룽지 데이 송이다.


요즘 인터넷엔 이 땅의 아들, 딸들에게 누룽지를 긁어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떠올려 사랑과 자애, 실천적 가치를 되새겨 보는 뜻 깊은 의미에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처럼 매월 8일을 누룽지데이로 지정하여 효의 정신을 높이자고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많은 공적과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누룽지를 표창하여 세계적인 식품이 된 김치처럼 누룽지도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시킬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2005. 7.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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