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공원의 새벽풍경

2005.07.30 22:35

신영숙 조회 수:35 추천:6

덕진공원의 새벽풍경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신영숙


며칠 전 덕진공원 앞을 지나다가 많은 인파가 붐 비는걸 보고 연꽃이 피었겠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공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연못에는 만개한 연꽃들이 진한 녹색치마에 분홍 저고리를 받쳐입은 고고한 여성의 맵시로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눈으로는 들어오는데 마음으로는 담아지지 않았다. 내리쬐는 태양과 주변 인파에 밀려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조용한 날 다시 오리라 다짐하고 발길을 돌렸다.

며칠 후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섰다. 5시가 조금 지났는데도 부지런히 팔을 휘저으며 공원 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바쁜 걸음으로 연꽃 앞으로 다가갔다. 촉촉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연꽃은 벌써 깨어있었다. 지혜와 자비의 상징인 연꽃, 그 씨앗은 몇 천년이 자나도 썩지 않고 조건만 주어지면 다시 싹이 트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더러운 물에서 피어나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양분을 삼고 산소를 내 뿜어 물을 정화한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오염된 세상을 정화하라는 인간에게 교훈을 주는 꽃이 바로 연꽃이다. 꽃과 열매를 동시에 맺는 꽃이며, 저녁에 오므렸다가 아침에 다시 피기 때문에 부활과 영생의 상징이다. 그러기에 무덤의 천장을 연꽃으로 장식하였단다.

며칠 전 정말 흐트러짐 없이 다소곳이 서있더니 먼저 피면 빨리 진다는 순리대로 군데군데 꽃잎들은 지고 덩그러니 서있는 연밥들이 꽃잎이 있었던 자리라 말해주는 듯했다. 그 화려했던 꽃잎들은 하나하나 서로를 감싸안듯 끌어안고 버티다가 마음들을 조금씩 열어 마지막 심장까지 훤히 들어내 보이고는 잎이 시들면 흩어져 물 속으로 주저 안고 만다. 연꽃들은 마지막 흔적도 눈에 띠지 않게 감추어 버린다.

새로 핀 연꽃들은 싱싱한 젊음을 자랑하듯 우뚝 서있다. 진한 연꽃 향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아! 행복한 아침이다. 즐거움은 스스로 찾아 나서야 얻어지는 것이구나 싶다. 내 가까운 곳에서 싱그러운 아침이 주는 기쁨을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동이 트는 이른 새벽인데 공원 한쪽 넓은 공간에선 강사의 지도 하에 생활체조를 하며 남녀 노소가 제 각각의 동작에 열심이다. 못해도 부끄럽지 않고 잘한다고 뽐내지도 않는 자기 능력만큼만 팔을 올리고 발을 움직이며 건강한 아침을 열고 있다. 음악이 좋고 새벽이 기다려지는 아름다운 시민들의 모습이다. 나이가 조금 더 들어 체조가 맞지 않다 싶으면 정자에 앉아 아침공기를 마시며 서로서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는 얼굴이 안 보이면 안부 묻기에 바쁘다. 또 열심히 팔을 휘저으며 아침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에서 생기가 묻어난다. 누가 정해주지 않아도 공원 안에서 자기에게 맞는 위치에서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들, 그런데 잠자리채처럼 생긴걸 들고 연잎에서 열심히 무얼 낚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다가가 봤더니 행락객들이 장난삼아 연잎에 던져놓은 동전을 쓸어 담고 있었다. 쉽지 않은 일을 실수 없이 하는걸 보니 하루 이틀 한 솜씨가 아닌 듯했다. 연잎 위로 던지려다 물로 떨어뜨린 동전은 또 얼마가 될 것인가? 돈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들과 그 돈을 모으기 위해 아침일과가 되어버린 할아버지, 정말 웃지 못할 풍경이다. 열심히 몸을 움직여 건강을 얻어 가는 사람들과 뜰 채를 움직여 돈을 모아 가는 할아버지, 모두가 공원이 주는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다. 먼저 일어난 새가 먹이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부지런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챙겨 가는 기분 좋은 아침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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