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그 영광스러운 호칭

2005.09.06 18:51

김학 조회 수:66 추천:7

  어머니, 그 영광스러운 호칭
                                             김학(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어머니는 인간의 영원한 고향이다. 아무리 과학만능 시대가 온다 하더라도 남성이 어머니라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빼앗을 수는 없다. 조물주가 여성들에게 베풀어 준 가장 큰 특혜가 있다면 그것은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 준 점이리라.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어머니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은 행운아들이다.
등교시간 무렵에 이따금 여학교 앞을 지나는 수가 있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서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꾸역꾸역 몰려드는 여학생들을 보면 황금물결이 출렁거리는 가을걷이 직전의 풍요로운 들녘 같은 풍경이다.
'저 여학생들 모두가 몇 년 후엔 어머니가 되겠지….'
생각하면 벅찬 기대와 더불어 묘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왜냐하면 저들이 훌륭한 어머니가 되는 날이면 이 나라의 장래가 밝아질 것이고, 그렇지 못하는 날이면 이 나라의 장래가 어두워지리라 믿는 까닭이다.
예로부터 위대한 인물의 뒤에는 반드시 슬기로운 어머니가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맹자나 한석봉 같은 분들도 슬기로운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아니었더라면 오늘날까지 그 이름을 떨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맹자나 한석봉의 경우만 그렇겠는가. 한 사람의 어진 어머니는 백 사람의 교사(敎師)에 필적(匹敵)한다고 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영향력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교훈이다.
여성이라고 하여 모두가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녀나 비구니처럼 스스로 어머니 되기를 거부하는 여성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머니가 되기를 소망하고, 거기에서 삶의 보람을 찾는다. 자식을 낳지 못하면 어머니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부여받지 못한다.
'어머니!' 인간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서 이보다 더 다정하고, 이보다 더 친근감을 느끼며, 이보다 더 부담 없는 언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자식은 어머니의 희생을 자양 삼아 자란다. 자식은 어머니의 사랑을 태양으로, 눈물을 수분으로, 꾸짖음을 거름으로 여기며 자란다. 그러니 어머니 노릇을 제대로 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영어 단어 한 개, 수학공식 하나 더 안다고 훌륭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용모가 아름답고, 일류학교를 나왔다고 하여 훌륭한 어머니가 되는 것도 아니다. 옛날의 어머니들은 머리를 잘라 팔아 자식을 위하는 삭발모정(削髮母情)을 간직하고 있었다. 요즘 어머니들은 어떤가, 인스턴트 모정(母情)을 쏟을 뿐이다.
옷은 양품점에서 사다 입히고, 간식은 마트나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다 먹인다. 자장가나 옛이야기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또는 녹음기에 맡긴다. 손수 옷을 지어 입히고, 음식을 만들어 먹이며, 자신의 고운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주고,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머니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상이 그만큼 편리해졌고, 생활형편이 그만큼 나아진 탓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평소에 꾸준히 공부를 한 학생이라면 시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울 것이다. 어머니의 입장도 그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세월에 밀려 어머니가 되고, 어머니가 된 다음 임기응변으로 어머니 노릇을 하려고 해서는 안될 줄 안다. 미리미리 훌륭한 어머니가 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이다.
탕아를 성자(聖子)로 탈바꿈시킨 어거스틴 어머니의 끈기,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가 아니라 맹자에게 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한 맹모(孟母)의 슬기, 자기도취에 빠진 아들을 크게 깨우쳐 준 한석봉 어머니의 기지……. 훌륭한 어머니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들이라면 늘 되새겨야 할 교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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