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터에서---양점숙

2004.08.13 17:16

조옥동 조회 수:587 추천:56

양점숙 詩人 作品의 鑑賞                   조옥동
                                    
손끝의 열망으로 마음을 던진다
전율하는 욕심으로 건져진 환희에는
이탈된 작은 생명이 허튼 춤을 추었다

황폐한 마음이나 오염된 물 속이나
숨이 차 질려버린 검붉은 나이테 속
너와 나 허공을 쥐고 몸부림을 던진다

- 낚싯대를 던져놓고·1-

사람들은 세상에 나오면서 낚시꾼이 된다.
낚싯대 잡을 두 손을 처음부터 꼭 움켜쥐고 고고성을 지를 때부터 알아본다.
어린아이들은 무엇을 한번 손에 쥐면 놓지 않으려 떼를 쓰고 필요하면 울음을 낚싯대로 삼기도 한다.  차츰 성장함에 따라 이러한 단순한 방법으로는 원하는 모든 것을 쟁취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꾀를 부리고 눈치를 살피게 되며 이때까지만 해도 목적도 방법도 단순했던 낚시질의 세계는 변화를 맞게된다.
점차 인간은 각자 무엇을 어떻게 낚시질 할 것인가를 터득하며 나아가 교육과 경험을 통하여 방법과 기술을 익혀 사회라는 넓은 세상 낚시터에 등장한다.
아무리 좋은 낚싯대에 맛있는 낚싯밥을 물려도 모두 월척을 건져 올릴 수 없기에 세상에는 희비의 포물선이 수없이 그려지고 지워지고 이를 반복하며 깨끗했던 삶의 백지는 이리저리 긁히고 찢어지기도 한다.

손끝과 발끝의 말초신경까지 열망의 불꽃으로 태우며 드리운 낚싯대의 "찌 끝에 무심한 물안개는 하늘로만 뜨자는 데"(낚시터의 잔상·1에서) 전율하는 욕심은 어찌 다스려야 하는가?  우리들은 불행하게도 건져진 환희에 실망할 때가 더 많다.  어리석은 인생이 하늘을 우러르면 낮은 곳의 일상을 인식하기 어려운 것처럼 수면 속에 잠겨진 무한한 가능성의 목록을 생각하기보다는 손안에 쥐고 있는 욕망의 리스트만을 고집스럽게 낚시질 하려한다.
똑같은 세상의 낚싯대를 나누어 준다해도 사람을 낚으려는 사람, 명예를 낚으려는 사람, 재물을 낚으려는 사람, 학문과 지식을 낚으려는 사람 등 어부도 가지각색이다.  또는 사랑, 종교, 이념, 정의, 윤리 등 각자 구하는 목적이 다르다.  목적을 위해서 남의 낚싯대를 훼손하고 남의 낚싯밥을 제것같이 사용하고 낚시터를 더럽히는 무례한이 너무도 당당하게 행세하는 세상을 시인은 탄식도 한다.
허공을 쥐고 몸부림을 던지는 너와 나는 황폐하고 오염된 세상 바다를 원망만 할 것인가? 라고.  
그런데 세상에서 열심히 망태기에 건져 올린 가득 한 꿈이 대부분 비린내 진동하는 허욕임을 늦게라도 깨닫는 낚시꾼이 되기를 시인은 바라고 있다.

잡기 위해 드리운
낚대 끝의 무게인가

주체 못할 허영으로
마주한 목숨인가

상념의 서툰 몸짓이
찌 끝에서 깔딱 인다

본능이 꿰어 있어
무거운 바늘 끝은

외로움을 건져낸다
나태 길게 던져 둔다

욕망에 갈증이 꿰이고
허욕만이 들락인다.

- 낚싯대를 던져놓고·3 -

이제 시인은 경험 많은 낚시꾼의 본체를 드러낸다. 낚싯대의 무게를 느낀다는 사실이 어느 만큼 세상을 걸어왔다는 얘기이다. 저마다 지닌 낚싯대엔 자신의 때깔이 묻어난다. 어떤 이는 몸을 가꾸듯 낚싯대에 장식을 붙이고 멋있는 낚시 집을 마련하고 떡밥을 고를 때도 비싼 것으로 한다. 비싸고 좋은 것으로만 많은 것을 건져 올리는 것이라면 세상은 얼마나 불균형의 낚시터가 되겠는가. 이 쪽에선 밤새도록 피라미 하나 못 건져도 건너편 강둑에선 월척을 건져내고, 오늘은 공 쳐도 내일은 어망이 그득해서 신바람이 날 수도 있기에 주체못할 허영이 함께 요동을 칠 때도 있다.  
무도회의 창 밖이 한층 적막감을 더하듯 불붙은 욕망이 식어갈 무렵 젖어오는 외로움이 피부에 찬 이슬방울처럼 새벽을 깨울지라도 찌 끝에 물린 많은 상념이 詩를 쓰는 밤의 낚시질 또한 나쁘지만은 않다.
낚시바늘만큼 날카로운 것이 우리 주변엔 그리 흔치 않다. 아주 작은 송사리까지 꿰어 올리는 것이 마음만 먹으면 다 건져 올릴 것 같은 본능에 가까운 욕망이 자꾸만 헛손질을 하다보면 어깨가 아프고 팔이 무거워 정작 큰 것이 물릴 때 들어올릴 힘을 잃을 수도 있다.
허튼 삶의 무게로 짓눌린 몸뚱이는....../ 살고도/ 마냥 모자라는 것이/ 삶이란 것 아니겠나 (낚시터의 잔상·1에서)라고 시인은 어깃장을 놓는다.

부유하는 욕심을 떡밥에 이겨 넣고
두 눈이 아프도록 지켜온 갈대 끝은
무심한 흐름을 배워 살랑대고 있었다

불어버린 손끝에서 체념의 달이 뜨고
내 안의 갈망만이 찌 끝에 매달릴 때
그림자 길게 드리운 그리움을 보았다

창백한 달을 꿰어 물가에 걸어두고
스미는 한기마저 잡아넣은 뜰채 속은
피라미 한두 마리가 세상살이를 묻는다

- 낚시터에서·2 -

시인은 손끝이 불을 만큼 낚싯대를 놓지 못하고 꼭 잡고 있을 때도 많았다.
이제는 부유하는 욕심을 아무리 좋은 떡밥에 이겨 넣고 내 안의 갈망을 매달아 두 눈이 아프도록 지켜 본 찌 끝에 체념의 달이 뜨고, 흐르는 물에 살랑대는 갈대 끝은 무심함을 알아채고 있다. 시인은 길게 드리운 그리움의 그림자도 발견하는 마음의 눈이 뜨이고 있다.  그 그림자의 본체는 무엇인가요.
낚시터에서 만난 사람들의 어망 속을 들여다본다. 보암직한 것들이 부러워 자신도 이 것 저 것 낚기에 한창 열중하다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잊기도 한다. 잊어서는 안될 일들을 사람을 본업을 잊을 때가 많다.

시인은 나아가 창백한 달을 찌 대신 꿰어 물가에 걸어두고 自由自適하는 모습이 매우 여유로워 보이고 역시 시인의 모습이다.  무엇이 이 시인을 이렇게 욕망과 허욕의 낚싯대를 버리고 스스로를 깨끗하고 투명한 감성의 강물 속에 헤엄치게 하는지요.  함께 헤엄을 치는 한 두 마리 피라미들이 세상살이가 어떠냐고 물음을 던지는 그들에게 어떻게 응답을 해야할지 자기자신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연약하고 보잘 것 없는 피라미 같은 생명들이 강물을 깨끗이 하고 풍요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세상이치를 그는 알고 있다.  조심스럽게 준비한 대답을 곧 준비해서 내 놓을 또 다른 시집이 기다려진다.
시조집「기다림의 날 뒤에」, 「꽃처럼 살고 싶었던 이야기」,「모나리자에게 고함」등 여러 권의 시조집을 내며 활발한 시작을 하는 시인의 화사한 얼굴을 나는 직접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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