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옥동의 時調散策 -홍성란 詩人의 作品 鑑賞
2007.12.08 13:56
조옥동의 時調散策 (14)
홍성란 詩人의 作品 鑑賞
조옥동
명자꽃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고는
후회로구나
나는 명자꽃을 본 일이 없다. 그러나 그 촉촉이 젖은 눈과 무언가 말할 듯 말 듯 수줍게 벙근 입술만 보아도 가신임을 보는 명자꽃 시인 홍성란의 직조하는 가락은 심히 애잔하다.
시조는 그녀의 삶이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의 작품을 읽으며 어딘지 많이 닮은 멋과 맛을 떠 올린다. 그리고 창호지에 배어오는 첫새벽의 은은함과 그 시린 맛을 상기시킨다.
바람 불어 그리운 날
따끈한 찻잔 감싸 쥐고 지금은 비가 와서
부르르 온기에 떨며 그대 여기 없으니
백매화 저 꽃잎 지듯 바람 불고 날이 차다
(제24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 : 2005)
여기서 작가의 그리움의 대상은 세상을 떠나신 부모도 될 수 있고 멀리 떠난 친구도 될 수 있다. 따끈한 찻잔이 주는 온기는 마치 떠난 이들이 주고 간 사랑이 닿아오는 듯하다. 세상의 싸늘함을 녹여주던 그 정이 그리워 백매화 흩날려 지고 있는 바람 부는 이날이 더욱 차게 느껴온다.
따뜻한 슬픔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볕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닫고 오던 그 저녁
이 작품은 시조의 형식을 존중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정서를 무리 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누가 시조는 옛스러워야 하고 3장 6구의 제약에 꼭 매어야 한다고 고집스런 한정된 공식의 누각만을 짓는다면 시조문학은 현대인으로부터 멀어지고 말 것이다.
봄 하루사랑한다 말하면 떠날 것만 같아 근지럽게 충혈된 가슴 두 팔에 감아쥐고 벚꽃들 일제히 울다, 지천으로 무너지다.
홍성란의 고향은 내 고향이다. 사람이 한 우물을 마시고 먹고 산다는 사실은 커다란 인연이요 특별한 의미를 준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하고 왠지 가슴에 따뜻한 정감이 왔고 그가 나와 같은 부여 한 고향 사람이란 사실이 반가웠다. 황산벌 광활하여 계백의 피맺힌 충절이 계절 따라 바람 불고 꽃처럼 떨어져 간 삼천궁녀의 슬픔이 아직도 아련히 흐르고 있는 백마강 물줄기를 굽어보며 싹트고 자란 서정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더불어 퍼내고 퍼내어도 마름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구석구석에 눈물이 맺혀있다. 떠나보내고는 못 잊어 하고 그의 가슴엔 항상 따뜻한 흔적이 고여 있다. 눈에 들어오는 물상(物像)이 그의 작품에서는 애잔함의 그물로 투명하게 덮여 있다.
조선시대 뛰어난 시조문학의 여류 시인 황진이가 지녔던 멋스러운 정서를 홍성란은 많이 닮고 있다. 특별히 이별을 주제로 하는 위의 작품들에서 황진이의 호흡을 솔솔 흘리고 있다. 그의 첫 시집이<황진이 별곡>이고 보면 그는 아마도 부여 금강의 황진이기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져 내일이여 그릴 줄을 모르더냐/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의 정형문학은 두 개의 영상으로 비춘다. 밀고 당기고 감추인 듯하다가 토설하고 마는 그리고 고요하다 흔들린다. 두 개의 자아 陰地와 陽地사이에서 당대의 시류에 용기를 지녔던 조선의 여인 황진이는 한시와 시조에 뛰어난 멋진 여인상이라고 하겠다. 인간적인 면에서나 예술적인 면에서 소멸의 와중에서 오직 그 명맥을 현재에까지 잇고 있는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정형시인 '시조'양식에서 뛰어난 문학적 수준을 보여준 여류시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황진이다. 출중한 재주와 경국의 미색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한시와 시조노래에도 뛰어난
시세계의 정서적 원형은 떠나가는 님에 대한 이별을 주제로, 만류하는 자아의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데 있다. 시조작품들은 주체와 대상의 대결과 화해라는 심층구조를 지니게 된다. 떠나는 님과 남아있는 자아의 대결은 황진이 시속에 대립적(이원적) 세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이원적 세계인식은 결국 황진이가 세계를 보는 눈이기도 하다. 황진이는 그의 시조 속에 대립되는 두 개의 힘을 등장시켰다. 하나는 靜的인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動的인 것이다.
분꽃 핀 옛집 흘러가고
머물고 싶은 데 있던
그런 때가 있었어
아무렇지 않게 분꽃 핀 옛집 내려다보고
나는 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잖아.
시조집 '따뜻한 슬픔'
집도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니. 참 쓸쓸하다. 화사한 봄날 같은 기억 속에 있는 머물고 싶은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조차도 쓸쓸하다.
한 때는 이 지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을 분꽃 핀 옛집. 처마 끝에도, 용마루에도 옛 영화가 눈물처럼 잠겨있지만 지금은 퇴락한 채로 놓여있다. 이게 바로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흘러가는 세월 따라 낡아가는 집처럼 우리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이 자각. 머물고 싶은 그 곳과 어우러져, 어쩌면 이 시조집의 이름처럼 '따뜻한 슬픔'일 수도 있겠다.
무심히 스쳐지나갈 분꽃 핀 옛집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에 대한 성찰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장 존엄해야할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서….
추창호 시인
조세잡가(租稅雜歌)
일'一身이 사자 하니 물것 계워 못 살니로다'
일가랑니 같은 면허세 등록세 수퉁니 같은 취득세 교통세, 티코에도 자동차세 갓 깬 이 같은 주민세 재산세.
일잔 벼룩 굵은 벼룩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 끊지 못해 담배소비세 유리지갑에 갑근세, 쥐 씨알 만한 원고료에 에누리 없는 소득세 빈대 붙듯 달라붙는 인지세 부가세 특소세 투성이 투성이 세금투성이로다―, 각다귀 사마귀 등에아비 철썩 붙은 전화세 주세 뭔 거래세?
일흰 바퀴 누런 바퀴 바구미 거저리 살찐 모기 야윈 모기 모질도다, 모질도다 밤낮으로 빈틈 없이 물거니 쏘거니 빨거니 뜯거니, "이 내 몸은 깽비리 사자 하니 어려워라."
일관세 탈세 면세 과세, 허세 실세 내세 마세 노세 먹세 속세 만세!
일그 중에 차마 못 견딜 건 물고 튄 놈, 나밖에 모른다던 놈 간 벼룩 님 벼룩 아니신가.
| 시작 노트 |
작가의 말세계의 창에 펼쳐진 우리의 시조를, 한국인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읽어낼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것이 궁금하다, 어느 분이 나의 시조를 번역하여 세계의 가슴에 젖어들게 해 주실지... 나는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이제 사족을 달자. <조세잡가>는 우리 살을 물어뜯는 해충이라는 물것과 세금이라는 물것을 겹쳐 쓴 사설시조이다. 아무렴, 해충 가운데 차마 못견딜 건 당신을 물고 튄 놈, 그놈 님벼룩일 게다.
섬진강 물길 따라 강이 되고 싶었네
빗방울 툭, 툭 밀쳐내는 들깻잎길. 길 따라 난 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네 누천년 강바닥 어룽어룽 돋운 얘기 모래톱에 신발 두고 물길로 간 그 여자 영혼 어디 닿았는지 숨구멍에 갯벌레 너풀대던 이야기 다들 어디 갔는지 혼자 온 햇살 두런두런 강물 뒤적거렸네, 물굽이 너울너울 젖은 몸을 만졌 네 제첩 푸는 목선들 제첩껍질 둑방 아래 은어 누치 은빛 속살 표창처럼 던 졌네 목장갑 물고 나온 참게랑 가재랑 전라도 총각 소쿠리째 강물처럼 채워 주고 갯흙 묻은 허연 종아리 문지르고 나왔네, 마음두고 나왔네
섬진강 깊은 숨소리, 바람 재워 듣는다
―홍성란 「섬진강 환상곡」전문
사설시조는 조선 후기에 와서 45자 내외의 평시조의 기본형식을 깨고 탄생한 시조의 변형이다. 자유시가 있는데 왜 사설시조인가고 묻겠지만 사설시조만이 갖는 엄결한 형식이 따로 있다. 대체로 초장과 종장은 평시조의 형식을 밟되 중장을 사설체로 길게 풀어놓는 것이다. 홍성란은 특출한 시재로 평시조건 사설시조건 종횡무진으로 오늘의 시조시단을 한껏 휘어감고 나가는 저력의 시인이다. 섬진강은 지리산을 감고 돌아 국토의 남단을 흐르는 숱한 이야기를 품은 강이다. 이 「섬진강 환상곡」을 읽고 있으면 서편제나 동편제의 판소리가 잦아지는 긴 물소리에 젖는다. <빗방울 툭, 툭 밀쳐내는 들깻잎길, 길 따라 난 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네> 엎치고 뒤치고 휘어지고 감아돌리는 품이, 우리네 할머니들 물레질 같기도 하고 가을 타작마당 도리깨질 같기도 하고 풍물패거리 상모돌리는 것 같기도 하다.
갖다 붙이고 떼는 말놀림이 자유시와 다르고 평시조와도 그 맛이 다르다. 홍성란의 창법이 여기에 이르러 득음(得音)을 엿듣게 한다.
58 충남 부여출생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 '89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 '95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97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 '03 유심작품상 시조부문 수상.
- 시조집 <<황진이 별곡>>, <<겨울 약속>>, <<따뜻한 슬픔>>, <<바람 불어 그리운 날>> 외
시를 잃어버리고 마는 경우나 평생을 실험정신에 매달리다 정작 자신의 목소리는 한 번도 내어보지 못하는 시인들을 많이 보았다.
시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서정의 튼튼한 바탕 위에 일상적 삶의 진솔함과 건강함이 용해된 시적 진실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통틀어서도 참신성을 잃지 않고 항존적 가치를 누려 왔다.
시의 대량생산은 시인의 대량생산과 함수관계에 있고 함량미달의 시는 함량미달의 시인과 상관도에서 정비례한다.
시와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란 인간과 역사와 삶 앞에 보다 진지하려는 정신의 준열함이다.
항시 깨어있음으로 하여 시인의 삶의 도처에는 가열함으로 충만되어 있어야 한다.
언어의 질곡 속에 신음하는 시의 해방과 차원 놓은 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빛나는 시인들이여 한껏 분발하라.
시조의 형식 실험과 언어미학적 자아
현대시조가 시조성과 현대성을 담지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장르라면, 그 현대성은 어떠한 양상으로 구현되고 있을까. 사실 형식이란 시조의 율격과 형식을 가시화하는 언어의 선정과 배열 그리고 자율적 정형시로서 각 편에서 창출되는 ‘의사 내재율’이라는 현대시조의 리듬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내리박이 줄글식’이거나 장 구분을 의식하여 3행으로 표현하던 전통적인 시행 배열에서 인쇄문화의 발달과 함께 현대시조의 3장 형식은 자유로운 시행 배열과 연의 구성으로 시간적 의미율을 생성하면서 판에 박은 듯한 옛시조와는 다른,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이고 있다. 서정시는 시행으로 발화한다는 서구의 전통적 담론이 아니라도 현대시조가 보여주는 3장 형식의 자유로운 발화에 대하여 자유시 추수로 재단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홍성란의 현대시조관)
암과 의연하게 싸우는 아버지의 8년 투병생활을 기록한 홍성란(42. 충남 부여군)씨가 우수상을 각각
홍성란 135-270 강남구 도곡동 경남A 102동 201호 02-579-8320 011-9946-2070 시조
*** 대상 홍성란씨 인터뷰
"대통령 신년 덕담, 시조로 해줬으면"
올 중앙시조 대상을 수상한 홍성란(45.사진)씨의 수상 소감은 이채로웠다.
"온 국민이 쓸 줄 알고 향유하는 시조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대통령이 쓸 줄 알면 좋겠다. 일본에선 일왕이 신년 덕담을 하이쿠(排歌)로 발표한다. 옛날 우리나라도 이랬다. 조선시대 왕 9명이 17편의 시조를 남겼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도 시조를 썼다. 대통령이 시조 한 수 지어 덕담을 해주신다면 좋겠다. 대통령의 축하를 받으면 더 좋겠다."
처음엔 엉뚱한 듯 싶었지만 시조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년 열리는 현대 시조 100주년 행사 일정을 갑자기 꺼냈다. 그리고 문득, 숨을 골랐다.
"시인으로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영광스런 소식을 전하고 싶다. 사실 아버지에게 '상타게 해주세요' 기도했다."
그는 잔잔하고 아릿한 우리네 정서를 파격적인 형식 실험을 통해 재현하는 시인이다. 단시조가 수상작으로 뽑힌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본심위원인 이시영 시인은 "감정 절제가 놀랍다"고 평했다. 1959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시인은 89년 중앙시조 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해 9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이번에 기어이 대상을 차지했다. 시인은 재차 당부했다. "대통령 얘기 꼭 써주세요. 그래야 소외된 시조도 등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
따뜻한 흔적지우개 없어도 사람은 상처를 지우지 버릴 데 없는 가루들 밀쳐둔 마음 곳간 바람이 떨궈낸 잎새처럼 따뜻하게 익어가지내 부르지 않아도 창 밖에 와 우는 새여 네 작은 발가락 희미한 목소리 아파 이따금 가려운 흔적 따뜻하게 긁어주지 목이 긴 향기는 혼자 또, 강 건너 바라보는 한 사람 있었습니다 재첩 껍질 화석이 된 망초꽃 핀 둑방에서 눈망울 슬픈 사슴처럼 미어지는 가슴 있었습니다 갈대숲 흰 언저리, 흰 모래밭은 달려가고 오다 가다 빈 배만 꿈길에도 졸고 있어 목이 긴 향기는 혼자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오다 가다 뱃머리에오다 가다 들꽃 다 지고 늙은 물길 열고 가는 노 젓는 이 보일 때쯤 그 사람 가고 없습니다, 그게 인생이니까
외국의 시인이나 학자들을 만나 흔히 받는 질문은 한국에도 현대시 이외에 특수한 한국만의 시 형식이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서슴없이 시조를 든다. 설명을 하면 그들은 의아해 한다. 왜 그렇게 좋은 것을 가지고도 일본의 하이쿠처럼 한국 문학의 브랜드로 만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기승전결이 뚜렷한 초장, 중장, 종장 3행의 시 형식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역사도 천 년이 훨씬 넘었으니 자랑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문학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현재형의 시 형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저자소개
홍성란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 시작.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논문 「시조의 형식 실험과 현대성의 모색 양상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2003년 유심작품상. 2005년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 센터에서 시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소개글
홍성란 시인의 <따뜻한 슬픔>은 정형성과 현대성의 긴장 관계 속에서 탁월한 언어적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시집이다. 다양한 시조 형식의 변화 가운데 나타나는 소재와 주제를 유형화 하여 봄으로써 시집에서 드러나는 소재와 주제를 파악하고, 현대시조가 가지는 문학사적 의의를 형식 차원에서 접근하여 보고자 한다. 우선, 현대시조와 고시조 비교를 통해 시조를 이해하고, 현대시조는 어떠한 변모를 거쳐 왔는지 살펴보겠다. 그 후 현대시조 문인들의 작품경향을 살펴보고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홍성란 시인의 시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홍성란의 시집 『따뜻한 슬픔』은 총 6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제와 소재를 분석함으로써 무엇이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는지 그 경향을 살펴보자. 그리고 홍성란 시인의 작품 분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색채이미지와 아버지 콤플렉스, 그리고 사설시조가 가지는 문학사적 의의를 살펴봄으로써 홍성란 시인을 이해하고자 한다. 끝으로 과거의 시조가 가지는 정형성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구현된 현대성의 접목이 가지는 현대시조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어보면서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목차
Ⅰ. 서론 ............................................... 3
Ⅱ. 본론 ............................................... 3
1. 시조의 이해 ................................................... 3
2. 현대시조와 고시조 ....................................... 4
3. 현대시조의 양상 ........................................... 5
4. 현대 시조 문인들의 작품 및 경향 .......................... 8
5. 홍성란의 시세계.................................................. 12
1)작품개관..................................................... 12
2)주제-소재별 분석 및 해석................................ 12
3)작품분석
색채어 ....................................................... 15
아버지 콤플렉스...................................... 18
사설시조 .................................................... 20
Ⅲ. 결론 ............................................. 21
참고출처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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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현대시조의 과제라면 시조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시조는 보편적 질서와 함께 개인적 질서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보편적 질서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시조야말로 우리 고유의 전통시라고는 하면서 시조가 지닌 미덕이나 그에 대한 향수에 무조건 집착하려 한다.
시조가 이미 주어진 형식이고 전통적이라는 말은 실상 시조시인들의 일방적 주장이지, 학문적으로 검토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전통적이라고 하면, 시조의 형식체험을 깊이 의식하고 시조가 현실에서 존재하여야 할 역사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는 시조가 전통적이라는 것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조가 과거에 지녔던 그 의의 때문에 무조건 오늘날까지 전승되어야 한다는 것은 복고적이며 민족적 감상주의에 그칠 우려가 많다. 그러한 생각은 시조의 형식체험을 단순히 외형적인 형식의 차원에서만 파악하고 있을 뿐, 시조 특유의 내재적 원리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데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홍성란은 현대시조의 위기를 잘 인식하고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표현감각을 통해, 시조를 과거의 유산이 아닌 오늘의 문학으로 창조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보아도 자유시와 구별되지 않는 명목상의 시조들도 존재한다. 시조가 아무리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결국 그것은 보편적 질서의 반영이며, 그 질서를 통하여 삶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조의 질서는 의도적인 작위의 결과가 아니고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현실과 부딪쳐서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미적 감수성과 사고의 양식, 여기에 창이라는 음악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형성된 민족시의 가장 정제된 형식인 것이다.
따라서, 시조형식에 대한 맹목적인 고수나 무조건적인 파괴는 어느 것이나 현대시조가 취할 길이 아니다. 보편적 질서와 개인적 질서의 발전적인 종합을 통해서만 현대시조는 존재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시조는 정형시이면서 자유시이고, 자유시이면서 정형시가 되어야 한다.
현대시조가 과거의 시조와 다른 점은 정형이라는 틀에 구속받지 않는 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시조가 자유시가 되지도 않는다는 데 그 묘미가 있는 것 것이다.
홍성란 시에 드러난 소재와 주제를 유형별로 파악하여 보았다.
- (이하 생략)
홍성란 詩人의 作品 鑑賞
조옥동
명자꽃
후회로구나
그냥 널 보내놓고는
후회로구나
명자꽃 혼자 벙글어
촉촉이 젖은 눈
다시는 오지 않을 밤
보내고는
후회로구나
나는 명자꽃을 본 일이 없다. 그러나 그 촉촉이 젖은 눈과 무언가 말할 듯 말 듯 수줍게 벙근 입술만 보아도 가신임을 보는 명자꽃 시인 홍성란의 직조하는 가락은 심히 애잔하다.
시조는 그녀의 삶이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있는지를 보여 준다. 그의 작품을 읽으며 어딘지 많이 닮은 멋과 맛을 떠 올린다. 그리고 창호지에 배어오는 첫새벽의 은은함과 그 시린 맛을 상기시킨다.
바람 불어 그리운 날
따끈한 찻잔 감싸 쥐고 지금은 비가 와서
부르르 온기에 떨며 그대 여기 없으니
백매화 저 꽃잎 지듯 바람 불고 날이 차다
(제24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 : 2005)
여기서 작가의 그리움의 대상은 세상을 떠나신 부모도 될 수 있고 멀리 떠난 친구도 될 수 있다. 따끈한 찻잔이 주는 온기는 마치 떠난 이들이 주고 간 사랑이 닿아오는 듯하다. 세상의 싸늘함을 녹여주던 그 정이 그리워 백매화 흩날려 지고 있는 바람 부는 이날이 더욱 차게 느껴온다.
따뜻한 슬픔
너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차마, 사랑은 여윈 네 얼굴 바라보다 일어서는 것,
묻고 싶은 맘 접어 두는 것,
말 못하고 돌아서는 것,
하필 동짓밤 빈 가지 사이 어둠볕에서, 손톱달에서
가슴 저리게 너를 보는 것,
문득 삿갓등 아래 함박눈 오는 밤
창문 활짝 열고 서서 그립다, 네가 그립다.
눈에게만 고하는 것,
끝내 사랑한다는
말 따윈 끝끝내 참아내는 것,
숫눈길,
따뜻한 슬픔이
닫고 오던 그 저녁
이 작품은 시조의 형식을 존중하면서 현대적인 감각과 정서를 무리 없이 담아낸 작품이다. 누가 시조는 옛스러워야 하고 3장 6구의 제약에 꼭 매어야 한다고 고집스런 한정된 공식의 누각만을 짓는다면 시조문학은 현대인으로부터 멀어지고 말 것이다.
봄 하루사랑한다 말하면 떠날 것만 같아 근지럽게 충혈된 가슴 두 팔에 감아쥐고 벚꽃들 일제히 울다, 지천으로 무너지다.
홍성란의 고향은 내 고향이다. 사람이 한 우물을 마시고 먹고 산다는 사실은 커다란 인연이요 특별한 의미를 준다. 처음 그의 작품을 대하고 왠지 가슴에 따뜻한 정감이 왔고 그가 나와 같은 부여 한 고향 사람이란 사실이 반가웠다. 황산벌 광활하여 계백의 피맺힌 충절이 계절 따라 바람 불고 꽃처럼 떨어져 간 삼천궁녀의 슬픔이 아직도 아련히 흐르고 있는 백마강 물줄기를 굽어보며 싹트고 자란 서정은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더불어 퍼내고 퍼내어도 마름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구석구석에 눈물이 맺혀있다. 떠나보내고는 못 잊어 하고 그의 가슴엔 항상 따뜻한 흔적이 고여 있다. 눈에 들어오는 물상(物像)이 그의 작품에서는 애잔함의 그물로 투명하게 덮여 있다.
조선시대 뛰어난 시조문학의 여류 시인 황진이가 지녔던 멋스러운 정서를 홍성란은 많이 닮고 있다. 특별히 이별을 주제로 하는 위의 작품들에서 황진이의 호흡을 솔솔 흘리고 있다. 그의 첫 시집이<황진이 별곡>이고 보면 그는 아마도 부여 금강의 황진이기를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져 내일이여 그릴 줄을 모르더냐/이시라 하더면 가랴마는 제 구태여/보내고 그리는 정은 나도 몰라 하노라.”
황진이의 정형문학은 두 개의 영상으로 비춘다. 밀고 당기고 감추인 듯하다가 토설하고 마는 그리고 고요하다 흔들린다. 두 개의 자아 陰地와 陽地사이에서 당대의 시류에 용기를 지녔던 조선의 여인 황진이는 한시와 시조에 뛰어난 멋진 여인상이라고 하겠다. 인간적인 면에서나 예술적인 면에서 소멸의 와중에서 오직 그 명맥을 현재에까지 잇고 있는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정형시인 '시조'양식에서 뛰어난 문학적 수준을 보여준 여류시인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황진이다. 출중한 재주와 경국의 미색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한시와 시조노래에도 뛰어난
시세계의 정서적 원형은 떠나가는 님에 대한 이별을 주제로, 만류하는 자아의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데 있다. 시조작품들은 주체와 대상의 대결과 화해라는 심층구조를 지니게 된다. 떠나는 님과 남아있는 자아의 대결은 황진이 시속에 대립적(이원적) 세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이원적 세계인식은 결국 황진이가 세계를 보는 눈이기도 하다. 황진이는 그의 시조 속에 대립되는 두 개의 힘을 등장시켰다. 하나는 靜的인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動的인 것이다.
분꽃 핀 옛집 흘러가고
머물고 싶은 데 있던
그런 때가 있었어
아무렇지 않게 분꽃 핀 옛집 내려다보고
나는 또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잖아.
시조집 '따뜻한 슬픔'
집도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니. 참 쓸쓸하다. 화사한 봄날 같은 기억 속에 있는 머물고 싶은 그 때 그 시절을 추억하는 것조차도 쓸쓸하다.
한 때는 이 지상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을 분꽃 핀 옛집. 처마 끝에도, 용마루에도 옛 영화가 눈물처럼 잠겨있지만 지금은 퇴락한 채로 놓여있다. 이게 바로 우리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흘러가는 세월 따라 낡아가는 집처럼 우리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이 자각. 머물고 싶은 그 곳과 어우러져, 어쩌면 이 시조집의 이름처럼 '따뜻한 슬픔'일 수도 있겠다.
무심히 스쳐지나갈 분꽃 핀 옛집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에 대한 성찰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가장 존엄해야할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삶인가에 대해서….
추창호 시인
조세잡가(租稅雜歌)
일'一身이 사자 하니 물것 계워 못 살니로다'
일가랑니 같은 면허세 등록세 수퉁니 같은 취득세 교통세, 티코에도 자동차세 갓 깬 이 같은 주민세 재산세.
일잔 벼룩 굵은 벼룩 양도세 증여세 상속세 끊지 못해 담배소비세 유리지갑에 갑근세, 쥐 씨알 만한 원고료에 에누리 없는 소득세 빈대 붙듯 달라붙는 인지세 부가세 특소세 투성이 투성이 세금투성이로다―, 각다귀 사마귀 등에아비 철썩 붙은 전화세 주세 뭔 거래세?
일흰 바퀴 누런 바퀴 바구미 거저리 살찐 모기 야윈 모기 모질도다, 모질도다 밤낮으로 빈틈 없이 물거니 쏘거니 빨거니 뜯거니, "이 내 몸은 깽비리 사자 하니 어려워라."
일관세 탈세 면세 과세, 허세 실세 내세 마세 노세 먹세 속세 만세!
일그 중에 차마 못 견딜 건 물고 튄 놈, 나밖에 모른다던 놈 간 벼룩 님 벼룩 아니신가.
| 시작 노트 |
작가의 말세계의 창에 펼쳐진 우리의 시조를, 한국인 아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읽어낼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것이 궁금하다, 어느 분이 나의 시조를 번역하여 세계의 가슴에 젖어들게 해 주실지... 나는 그것이 궁금할 따름이다.
이제 사족을 달자. <조세잡가>는 우리 살을 물어뜯는 해충이라는 물것과 세금이라는 물것을 겹쳐 쓴 사설시조이다. 아무렴, 해충 가운데 차마 못견딜 건 당신을 물고 튄 놈, 그놈 님벼룩일 게다.
섬진강 물길 따라 강이 되고 싶었네
빗방울 툭, 툭 밀쳐내는 들깻잎길. 길 따라 난 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네 누천년 강바닥 어룽어룽 돋운 얘기 모래톱에 신발 두고 물길로 간 그 여자 영혼 어디 닿았는지 숨구멍에 갯벌레 너풀대던 이야기 다들 어디 갔는지 혼자 온 햇살 두런두런 강물 뒤적거렸네, 물굽이 너울너울 젖은 몸을 만졌 네 제첩 푸는 목선들 제첩껍질 둑방 아래 은어 누치 은빛 속살 표창처럼 던 졌네 목장갑 물고 나온 참게랑 가재랑 전라도 총각 소쿠리째 강물처럼 채워 주고 갯흙 묻은 허연 종아리 문지르고 나왔네, 마음두고 나왔네
섬진강 깊은 숨소리, 바람 재워 듣는다
―홍성란 「섬진강 환상곡」전문
사설시조는 조선 후기에 와서 45자 내외의 평시조의 기본형식을 깨고 탄생한 시조의 변형이다. 자유시가 있는데 왜 사설시조인가고 묻겠지만 사설시조만이 갖는 엄결한 형식이 따로 있다. 대체로 초장과 종장은 평시조의 형식을 밟되 중장을 사설체로 길게 풀어놓는 것이다. 홍성란은 특출한 시재로 평시조건 사설시조건 종횡무진으로 오늘의 시조시단을 한껏 휘어감고 나가는 저력의 시인이다. 섬진강은 지리산을 감고 돌아 국토의 남단을 흐르는 숱한 이야기를 품은 강이다. 이 「섬진강 환상곡」을 읽고 있으면 서편제나 동편제의 판소리가 잦아지는 긴 물소리에 젖는다. <빗방울 툭, 툭 밀쳐내는 들깻잎길, 길 따라 난 길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네> 엎치고 뒤치고 휘어지고 감아돌리는 품이, 우리네 할머니들 물레질 같기도 하고 가을 타작마당 도리깨질 같기도 하고 풍물패거리 상모돌리는 것 같기도 하다.
갖다 붙이고 떼는 말놀림이 자유시와 다르고 평시조와도 그 맛이 다르다. 홍성란의 창법이 여기에 이르러 득음(得音)을 엿듣게 한다.
58 충남 부여출생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문학박사.
- '89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 '95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수상.
- '97 대산문화재단 창작기금 받음.
- '03 유심작품상 시조부문 수상.
- 시조집 <<황진이 별곡>>, <<겨울 약속>>, <<따뜻한 슬픔>>, <<바람 불어 그리운 날>> 외
시를 잃어버리고 마는 경우나 평생을 실험정신에 매달리다 정작 자신의 목소리는 한 번도 내어보지 못하는 시인들을 많이 보았다.
시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서정의 튼튼한 바탕 위에 일상적 삶의 진솔함과 건강함이 용해된 시적 진실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통틀어서도 참신성을 잃지 않고 항존적 가치를 누려 왔다.
시의 대량생산은 시인의 대량생산과 함수관계에 있고 함량미달의 시는 함량미달의 시인과 상관도에서 정비례한다.
시와 시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란 인간과 역사와 삶 앞에 보다 진지하려는 정신의 준열함이다.
항시 깨어있음으로 하여 시인의 삶의 도처에는 가열함으로 충만되어 있어야 한다.
언어의 질곡 속에 신음하는 시의 해방과 차원 놓은 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하여 빛나는 시인들이여 한껏 분발하라.
시조의 형식 실험과 언어미학적 자아
현대시조가 시조성과 현대성을 담지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장르라면, 그 현대성은 어떠한 양상으로 구현되고 있을까. 사실 형식이란 시조의 율격과 형식을 가시화하는 언어의 선정과 배열 그리고 자율적 정형시로서 각 편에서 창출되는 ‘의사 내재율’이라는 현대시조의 리듬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내리박이 줄글식’이거나 장 구분을 의식하여 3행으로 표현하던 전통적인 시행 배열에서 인쇄문화의 발달과 함께 현대시조의 3장 형식은 자유로운 시행 배열과 연의 구성으로 시간적 의미율을 생성하면서 판에 박은 듯한 옛시조와는 다른, 부정할 수 없는 새로운 경지를 열어 보이고 있다. 서정시는 시행으로 발화한다는 서구의 전통적 담론이 아니라도 현대시조가 보여주는 3장 형식의 자유로운 발화에 대하여 자유시 추수로 재단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홍성란의 현대시조관)
암과 의연하게 싸우는 아버지의 8년 투병생활을 기록한 홍성란(42. 충남 부여군)씨가 우수상을 각각
홍성란 135-270 강남구 도곡동 경남A 102동 201호 02-579-8320 011-9946-2070 시조
*** 대상 홍성란씨 인터뷰
"대통령 신년 덕담, 시조로 해줬으면"
올 중앙시조 대상을 수상한 홍성란(45.사진)씨의 수상 소감은 이채로웠다.
"온 국민이 쓸 줄 알고 향유하는 시조가 됐으면 좋겠다. 특히 대통령이 쓸 줄 알면 좋겠다. 일본에선 일왕이 신년 덕담을 하이쿠(排歌)로 발표한다. 옛날 우리나라도 이랬다. 조선시대 왕 9명이 17편의 시조를 남겼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도 시조를 썼다. 대통령이 시조 한 수 지어 덕담을 해주신다면 좋겠다. 대통령의 축하를 받으면 더 좋겠다."
처음엔 엉뚱한 듯 싶었지만 시조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년 열리는 현대 시조 100주년 행사 일정을 갑자기 꺼냈다. 그리고 문득, 숨을 골랐다.
"시인으로서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영광스런 소식을 전하고 싶다. 사실 아버지에게 '상타게 해주세요' 기도했다."
그는 잔잔하고 아릿한 우리네 정서를 파격적인 형식 실험을 통해 재현하는 시인이다. 단시조가 수상작으로 뽑힌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본심위원인 이시영 시인은 "감정 절제가 놀랍다"고 평했다. 1959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난 시인은 89년 중앙시조 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해 9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을 받았고, 이번에 기어이 대상을 차지했다. 시인은 재차 당부했다. "대통령 얘기 꼭 써주세요. 그래야 소외된 시조도 등이 따뜻해질 것 같아요."
따뜻한 흔적지우개 없어도 사람은 상처를 지우지 버릴 데 없는 가루들 밀쳐둔 마음 곳간 바람이 떨궈낸 잎새처럼 따뜻하게 익어가지내 부르지 않아도 창 밖에 와 우는 새여 네 작은 발가락 희미한 목소리 아파 이따금 가려운 흔적 따뜻하게 긁어주지 목이 긴 향기는 혼자 또, 강 건너 바라보는 한 사람 있었습니다 재첩 껍질 화석이 된 망초꽃 핀 둑방에서 눈망울 슬픈 사슴처럼 미어지는 가슴 있었습니다 갈대숲 흰 언저리, 흰 모래밭은 달려가고 오다 가다 빈 배만 꿈길에도 졸고 있어 목이 긴 향기는 혼자 지워지고 있었습니다 오다 가다 뱃머리에오다 가다 들꽃 다 지고 늙은 물길 열고 가는 노 젓는 이 보일 때쯤 그 사람 가고 없습니다, 그게 인생이니까
외국의 시인이나 학자들을 만나 흔히 받는 질문은 한국에도 현대시 이외에 특수한 한국만의 시 형식이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서슴없이 시조를 든다. 설명을 하면 그들은 의아해 한다. 왜 그렇게 좋은 것을 가지고도 일본의 하이쿠처럼 한국 문학의 브랜드로 만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기승전결이 뚜렷한 초장, 중장, 종장 3행의 시 형식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역사도 천 년이 훨씬 넘었으니 자랑할 만도 하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 문학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살아 있는 현재형의 시 형식이 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다.
저자소개
홍성란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 시작.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논문 「시조의 형식 실험과 현대성의 모색 양상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 중앙시조대상 신인상. 2003년 유심작품상. 2005년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 센터에서 시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소개글
홍성란 시인의 <따뜻한 슬픔>은 정형성과 현대성의 긴장 관계 속에서 탁월한 언어적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시집이다. 다양한 시조 형식의 변화 가운데 나타나는 소재와 주제를 유형화 하여 봄으로써 시집에서 드러나는 소재와 주제를 파악하고, 현대시조가 가지는 문학사적 의의를 형식 차원에서 접근하여 보고자 한다. 우선, 현대시조와 고시조 비교를 통해 시조를 이해하고, 현대시조는 어떠한 변모를 거쳐 왔는지 살펴보겠다. 그 후 현대시조 문인들의 작품경향을 살펴보고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홍성란 시인의 시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홍성란의 시집 『따뜻한 슬픔』은 총 6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제와 소재를 분석함으로써 무엇이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는지 그 경향을 살펴보자. 그리고 홍성란 시인의 작품 분석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색채이미지와 아버지 콤플렉스, 그리고 사설시조가 가지는 문학사적 의의를 살펴봄으로써 홍성란 시인을 이해하고자 한다. 끝으로 과거의 시조가 가지는 정형성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구현된 현대성의 접목이 가지는 현대시조의 문학사적 의의를 짚어보면서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다.
목차
Ⅰ. 서론 ............................................... 3
Ⅱ. 본론 ............................................... 3
1. 시조의 이해 ................................................... 3
2. 현대시조와 고시조 ....................................... 4
3. 현대시조의 양상 ........................................... 5
4. 현대 시조 문인들의 작품 및 경향 .......................... 8
5. 홍성란의 시세계.................................................. 12
1)작품개관..................................................... 12
2)주제-소재별 분석 및 해석................................ 12
3)작품분석
색채어 ....................................................... 15
아버지 콤플렉스...................................... 18
사설시조 .................................................... 20
Ⅲ. 결론 ............................................. 21
참고출처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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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현대시조의 과제라면 시조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 것인가라고 할 수 있다. 시조는 보편적 질서와 함께 개인적 질서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보편적 질서만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시조야말로 우리 고유의 전통시라고는 하면서 시조가 지닌 미덕이나 그에 대한 향수에 무조건 집착하려 한다.
시조가 이미 주어진 형식이고 전통적이라는 말은 실상 시조시인들의 일방적 주장이지, 학문적으로 검토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전통적이라고 하면, 시조의 형식체험을 깊이 의식하고 시조가 현실에서 존재하여야 할 역사적 요청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는 시조가 전통적이라는 것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조가 과거에 지녔던 그 의의 때문에 무조건 오늘날까지 전승되어야 한다는 것은 복고적이며 민족적 감상주의에 그칠 우려가 많다. 그러한 생각은 시조의 형식체험을 단순히 외형적인 형식의 차원에서만 파악하고 있을 뿐, 시조 특유의 내재적 원리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데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홍성란은 현대시조의 위기를 잘 인식하고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표현감각을 통해, 시조를 과거의 유산이 아닌 오늘의 문학으로 창조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보아도 자유시와 구별되지 않는 명목상의 시조들도 존재한다. 시조가 아무리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할지라도 결국 그것은 보편적 질서의 반영이며, 그 질서를 통하여 삶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조의 질서는 의도적인 작위의 결과가 아니고 우리 민족이 오랜 세월 동안 삶의 현실과 부딪쳐서 얻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조는 우리 민족의 미적 감수성과 사고의 양식, 여기에 창이라는 음악적 요소까지 가미되어 형성된 민족시의 가장 정제된 형식인 것이다.
따라서, 시조형식에 대한 맹목적인 고수나 무조건적인 파괴는 어느 것이나 현대시조가 취할 길이 아니다. 보편적 질서와 개인적 질서의 발전적인 종합을 통해서만 현대시조는 존재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시조는 정형시이면서 자유시이고, 자유시이면서 정형시가 되어야 한다.
현대시조가 과거의 시조와 다른 점은 정형이라는 틀에 구속받지 않는 데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시조가 자유시가 되지도 않는다는 데 그 묘미가 있는 것 것이다.
홍성란 시에 드러난 소재와 주제를 유형별로 파악하여 보았다.
-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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