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시인의 작품감상

2006.09.08 00:15

조옥동 조회 수:1378 추천:64

                    조옥동의 時調散策 (12)


                - 김영수 詩人의 作品 鑑賞-  

                                                                              조옥동

미 동부의 뉴저지에서 자연을 노래하는 순수 시조시인이 있다. 김영수시인 그를 바라보면 그의 내면에서 시가 우러나는 것이 아니고 시어들이 그의 몸속으로 잦아들어 조려지고 응축되어 벌집 속에 수백 개의 방마다 蜂蜜하여 저장하듯 시조로 저장된 언어의 집 그 자체 같다.


꽃 한 송이 피는 일도

두 주먹 불끈 쥐니
주먹은
생(生)의 차돌

모진,
겨울,
살아 남은
꽃들의 주먹을 본다

곱은 손
여태 펴지 못하고
겹겹이 뭉쳐 있다  


노래값

나무는 새소리를 공으로 듣지 않고 벌레들을 길러 노래값을 치르네
그것도 제 살을 파 먹인
잎이며,
밑둥치며,


이민 민들레

백두대간 척추따라 꿈틀대는 산맥들
恨이며 魂
그 깊이 모를
질기고 질긴 뿌리

만리 밖 예까지 뻗쳐……

목뼈 끝에
촛불 켠다


내 안에 돌을 던지니/ 풍덩,/ 소리가 없다// 그 참에 딸려 보낸 귀 / 저도 심심할테지만 //안팎이/ 풍화될 때까지 /그냥 그리 있거라//- 無題1-전문
  사과가 풋것일 때는 잎에 가려 보이잖고/ 정작 향기로울 땐 사과는 아니 보이고/ 소슬히 잎진 가지에 빠알간 심장 하나//- 당신의 사과나무-전문

김영수시인의 서정의 세계는 자연 속에 혼연히 한 몸이다. 그의 시어는 관념적이 아니고 자연그대로 사실적이고 구체적이어 독자의 가슴에 빠트림 없이 묻어온다.
“철철이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모습들을 내 작은 노래에 담아 보고자 풀꽃, 나뭇잎 하나에도 관심을 가지고 살 때. 날마다 시 한 수씩 사계절을 노래할 수만 있다면 한 해를 살다 떠난다 해도 백년을 그냥 사는 것보다 보람되리라 싶었다.” 는 그의 고백을 보면 이 시인의 자연에 대한 애정과 이를 표현하려는 창작의 열정을 곧바로 느낄 수 있다.


걷다가 문득

새,
나무,
흙과,
나는,
체온이 같을게다

천지의 심장이 내뿜는
더운 피가 돌기 때문

한 발짝 디딜 때마다
내 뿌리가 그걸 안다

可視的 뿌리인 그의 팔과 다리는 물론이고 그 시혼의 뿌리들 또한 알몸으로 자연 속에 묻어두고 깊은 사유의 물관을 오르고 내리며 자연의 이치를 두레박질하고 있다. 자연의 이치 속에서 삶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는 시인은 현대인들이 다발적 결핍증을 보이는 염치를 발견하려는 의도를  나타낸다.

저 밀림 적멸의 동굴/ 코끼리 임종 자리
타고난 生으로도/ 그는 한 宮을 얻고
이승 빚 갚을 양인가/ 벗어 놓은 상아 한 쌍

「자연이여 非자연이여 40」연시조 일부

현대는 호모에코노미쿠스 곧 극히 經濟人의 시대로 富益富 貧益貧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받는 것이 있으면 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고 호모 사피엔스 즉 인류가 지향할 知性人의 자리를 고집하려는 자세가 이 시인이 돋보임 이다.
김영수 시인에겐 자연이 詩이고 詩가 자연이며 그도 自然이다. 그에게 삶은 詩 그 자체이다. 오직 詩를 짓기 위해 생명을 보존하듯 실제로 그의 부인과 가족들은 가장으로의 책무를 면제하다시피 그로 하여금 오직 창작에만 전념하도록 적극적 후원을 하고 있다. 그의 부인은 아름답다. 김영수 시인이 1999년 제1회 해외시조 대상을 받는 자리에 L. A 까지 동행한 부인을 만난 문인들로부터 그 부인은 한 훌륭한 시인을 세상에 내 놓을 시인의 반려자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시의 씨앗을 고르고 뒤뜰에다 시를 심고, 호미로  詩밭을 매기만 하면 된다. 하루 종일 그가 하는 일은 오직 창작이다. 말 한마디 호미질도 그에겐 창작이다. 그가 호흡하는 자체가 시 쓰기며 바라보는 대상이 모두 그에게는 시로 보인다.

詩 대신/ 밭에 나가/ 똥지게를 지고 싶다
속엣것 받아 먹고/ 하얀 배꽃 피우는 흙
대사리/ 배밭에 들어/ 흙의 시를 보고 싶다

「봄이 오면」전문

온 정성과 사랑을 쏟아 심고 매고 물을 주어 따내는 그의 詩열매는 어느 것 하나 이지러짐 없이 반듯하다. 김영수 시인은 미국에 이주한지 21년, 그 생의 耳順을 바라보는 자리에서 춥고 배고픈 모국어로 우주 속 이 많은 시편들을 읽어 내느라 그는 호흡이 벅차다. 얼마 전 전화통 저 끝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몹시도 숨차보였다. 꺼질 듯한 목소리에 놀란 나를 위로하는 김영수 시인은 깻잎을 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텃밭의 깻잎 따내는 일마저 숨 가쁜 그에게 어찌 창작이 쉬운 작업일 수만 있으랴만,

새가 한밤중에/ 詩처럼/ 혼자 운다// 세상은 깜깜한 숲속/ 울 수 밖에 없어 운다// 詩 속에 죽었던 새가 밤마다 살아서 운다// -「한밤중에」전문-나 詩의 이름으로 한 알이 되고 싶다// 누군가 품지 않으면/ 새가 될 수 없는,// 당신이/ 나직이 부를 때/ 가슴에서 깨어나는//-「알」 전문-에서나 내 마음 처마 끝에 아름다운 밤비 소리// 임이여, 하루 잠도 당신 손에 부치리다// 지상은 한 채의 오두막/ 또/ 옥/ 똑/ 낙숫물 소리//-「봄밤에」전문-에서 이 시인은 밤비 오는 소리나 알을 연상하는 새소리조차 들어주지 않고는, 잠 속에서라도 품어내지 않고는 못 견디는 生목숨의 자연이기에 두 손에,/ 냇물 받아 쫑쫑걸음 치는 동안// 찔끔찔끔 손가락 새로/ 물은 다 흘러버리고……// 꿈 속에/ 저 혼자 두고/ 나만 잠을 깬 한낮//-「목 마른 나무」전문-을 보면 꿈속에서까지 잊지 못해 낮잠조차 제대로 못 이루고 있다. 이만큼 曲盡한 시심이 어디 쉬운 일인가.
때로는 그도 시어 하나를 붙잡으려고 갈증이 심하다 못해 탄식을 한다.  


벙어리

뜨거운 말을 삼켜 목젖이 타버렸습니다
차라리 손바닥에 불도장을 주십시오
가슴이 불길 같아도 꺼낼 수가 없습니다.


겨울나무

오오 그렇구나
생명의 製鍊이란!
나는
종아리나 걷어 삭풍을 맞고 있지만
산 채로 詩가 되는 길
저 生목숨의 제련!

그는 왜 時調만을 고집하고 특히 그 중에도 短時調를 고집하는가. 알기로는 90년대에 현대시로도 등단을 하고 수편의 현대시를 발표했지만 그에겐 역시 현대시조가 장기이며 숙명적으로 단시조의 호흡이 안성맞춤인가 보다.


단시조

단수는 내 시조의
시작이고 끝입니다
날개 뵈는 龍이 아니라
날개 보이지 않는 龍
종내는 그 놈도 놓지고
노래이고 싶습니다

라고 본인은 고백한다. 화려하지도 남루하지도 못한 그가 만일 이승을 떠나는 날 그 몸을 사르면 시조의 사리가 몇 되나 고스란히 영롱한 빛으로 남을까? 그의 몸속이나 靈 속에는 오직 시가 특히 단시조가 컴퓨터의 칩으로 빼곡히 나열되어 있을 것만 같다.

2006년의 여름은 왜 이리 덥고 폭우와 태풍이 극심한지 피해도 심하다. 생명은 질기고도 약한 것, 결국은 이 자연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릎 꿇고 원망은 걱정이 되고 자연에 反한 것들 非자연적이었던 과거를 回心 한다. 自然은 모든 것을 품고 자연이기를 원한다. 하늘이 진노하면 천둥과 번개로 시를 읊고 더욱 진노하면 지진과 쓰나미로 크신 손을 들어 넓은 가슴을 쓸고 깊은 한숨으로 땅이 꺼진다. 하늘은 쉼 없이 일하고 있어 작은 풀꽃 하나하나까지 찾아 그 얼굴에 가장 돋보이도록 눈썹을 그리고 귀걸이 목걸이를 달아 주고 옆의 줄기를 행복하게 만들며 풀벌레 합창 듣기를 좋아 한다. 때로는 높은 바위에 침묵의 모자를 눌러 씌우고 깊은 숲속 서 있는 나무들 以心傳心 그의 뜻을 찾아 읽으려는 눈빛들로 잎새마다 반짝임이 눈부시다. 시인이라면 시인의 감성으로 이 정도의 순결한 자연의 경영을 읽어 낼 수 있지만 김영수시인은 단순 명료하고 일관성 있게 삼장 육구, 현대시조의 틀 속에 포에지 하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엔 또한 우리 고유의 시조가락 곧 신명이 살아 있어 시조의 현대화에서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멋과 맛을 우려내며 안정감을 보이고 있음 또한 다행이다.

그의 ‘자연이여 非자연이여’, ‘각설이 타령’ 그리고 ‘이름 없는 詩’ 등의 작품은 수십 개의 연시조로 이루어져 시적 호흡이 단전호흡마냥 깊숙한 영감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영수 시인은 느티나무 동시조 사이트에서 “어린이 시조사랑” 운동을 펼치며 자작 동시조 수십 편을 발표하고 있다. 1979년「시조문학」으로 추천 완료 하고「만장대」,「어머니」,「봄에」그리고 「龜何龜何」,「살며 사랑하며」등 여러 시조집을 내고 동백문학 본상, 황산시조문학 공로상, 제1회 해외시조「시조월드」대상, 특별상을 받고 한국시조시인협회, 미동부 문인협회, 미주시조시인협회, 세계한민족 작가연합의 회원으로 맹렬히 현대시조 발전에 이국땅에서 온 정성을 다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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