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 나태주
2006.09.02 19:39
선물 / 나태주
급하게 몇 가지 가지고 나왔습니다
당신 가신다기에 멀리 떠나신다기에
준비없이 허둥지둥 몇가지 들고 나왔습니다
책장에서 아끼던 옛날 책 몇 권 빼내고
오래전부터 간직했던 만년필 한 자루 꺼내고
시간 날 때마다 당신 붓글씨 쓰고 싶다기에
화방에 가 벼루와 먹, 그리고 붓과 화선지
얼만큼 사 가지고 와 손내밉니다
그러나 정작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것
눈에 보이는 그 어떤 물건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이라는 것을
당신도 이미 아시는 일입니다
이것들 드리면서 울먹이는 나를 향해
당신 눈가에 보일듯 말듯 이슬을 만들어내시는군요
그 이슬 나에겐 또 그 어떠한 선물보다
귀하고 값진 선물임을 나는 압니다.
2006.8.24
@ 아랫글은 시사사 카페<다움 Poetry Lover>에서 퍼왔습니다.
비단강 가에서 듣는 비단 같은 노래
왕벚나무 꽃 지는 아래 안경알을 고쳐 닦는 척, 슬금, 눈물을 훔치는 시인이 있습니다. 양을 닮은 곱슬곱슬한 귀밑머리는 반나마 흰 어룽이 졌는데 안경알 속의 눈빛은 '소년'입니다.
암은 그렇구말구요.
나무하고 사랑하고, 풀꽃하고 사랑하고, 벌레, 이슬, 뻐꾸기, 소쩍새...... 하기는 감알의 붉은 귓불에 대고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입술이 간질간질 할 양이면요!
세상에 아득히 먼 것들이여. 그 모든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여. 시인의 가슴에 저릿저릿한 노래가 되어 오늘도 사무치게 착한 울음 한 자락 울멍울멍 울게 하소서.
노랗게 은행잎 진 가을 교정에서 황금 잎을 찾아줍는 육십의 동심. 아이들 다 가버린 빈 교실에서 풍금하고 둘이서 부르는 동요. 결코 커다란 목소리가 아닐지라도 우리들 가슴에 나붓이 자리잡고 앉는 정겨움입니다. 고마움입니다.......
‘작은 선물’이라 하셨던가요? 풀꽃반지 같은, 풀꽃시계 같은 그런 눈물겨운 것들을 선물로 내밀 수 있었던 때가 누구에게라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 아득한 때, 그 푸르고 아린 때, 그리운 때를 가만히 소청하는 시인의 ‘선물'을 겸손히 받듭니다.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마음 모서리가 조금씩 환해집니다…….
2006, 가을이 오는 남쪽마을 한 들머리에서
급하게 몇 가지 가지고 나왔습니다
당신 가신다기에 멀리 떠나신다기에
준비없이 허둥지둥 몇가지 들고 나왔습니다
책장에서 아끼던 옛날 책 몇 권 빼내고
오래전부터 간직했던 만년필 한 자루 꺼내고
시간 날 때마다 당신 붓글씨 쓰고 싶다기에
화방에 가 벼루와 먹, 그리고 붓과 화선지
얼만큼 사 가지고 와 손내밉니다
그러나 정작 당신에게 드리고 싶은 것
눈에 보이는 그 어떤 물건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이라는 것을
당신도 이미 아시는 일입니다
이것들 드리면서 울먹이는 나를 향해
당신 눈가에 보일듯 말듯 이슬을 만들어내시는군요
그 이슬 나에겐 또 그 어떠한 선물보다
귀하고 값진 선물임을 나는 압니다.
2006.8.24
@ 아랫글은 시사사 카페<다움 Poetry Lover>에서 퍼왔습니다.
비단강 가에서 듣는 비단 같은 노래
왕벚나무 꽃 지는 아래 안경알을 고쳐 닦는 척, 슬금, 눈물을 훔치는 시인이 있습니다. 양을 닮은 곱슬곱슬한 귀밑머리는 반나마 흰 어룽이 졌는데 안경알 속의 눈빛은 '소년'입니다.
암은 그렇구말구요.
나무하고 사랑하고, 풀꽃하고 사랑하고, 벌레, 이슬, 뻐꾸기, 소쩍새...... 하기는 감알의 붉은 귓불에 대고도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입술이 간질간질 할 양이면요!
세상에 아득히 먼 것들이여. 그 모든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여. 시인의 가슴에 저릿저릿한 노래가 되어 오늘도 사무치게 착한 울음 한 자락 울멍울멍 울게 하소서.
노랗게 은행잎 진 가을 교정에서 황금 잎을 찾아줍는 육십의 동심. 아이들 다 가버린 빈 교실에서 풍금하고 둘이서 부르는 동요. 결코 커다란 목소리가 아닐지라도 우리들 가슴에 나붓이 자리잡고 앉는 정겨움입니다. 고마움입니다.......
‘작은 선물’이라 하셨던가요? 풀꽃반지 같은, 풀꽃시계 같은 그런 눈물겨운 것들을 선물로 내밀 수 있었던 때가 누구에게라도 있기는 있었습니다. 그 아득한 때, 그 푸르고 아린 때, 그리운 때를 가만히 소청하는 시인의 ‘선물'을 겸손히 받듭니다. <비단강이 비단강임은 많은 강을 돌아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 마음 모서리가 조금씩 환해집니다…….
2006, 가을이 오는 남쪽마을 한 들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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