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김 성춘

2010.11.29 22:36

kimheejooh 조회 수:353 추천:47

뻐꾸기 - 김성춘


갓 따온 싱싱한 상추 같은
오월 아침
개다리소반 앞에 두고 손녀와 마주한다
흙담 넘어 뻐꾸기 소리 놀러 온다
- 온유야
뻐꾸기 어떻게 울지?
“뽀카 뽀카……”
- 온유야
뻐꾸기 친구 어떻게 울지?
“버까 버까……”
아, 흙담 넘어
놀러 온 이쁜 손녀 뻐꾸기
뽀카 뽀카
버까 버까
갓 따온 싱싱한 상추 같은







뻐꾸기는 어떻게 우는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는 ‘뻐꾹뻐꾹’이라 답할 것이다.
뻐꾸기 입장에선 좀 억울한 일이 아니다. 그도 울다 보면 목이 쉴 때도 있을 것이고, 사철 변화하는

대기의 흐름에 따라 섬세한 차이를 보일 텐데 말이다. 아직 입학 전인지 어린 손녀는 기호의 감옥 속에

갇힌 뻐꾸기를 자유롭게 해방시키고 있다. 감히 말하건대, 까마귀의 검은색으로부터 다채로운 빛깔을

발견하는 연암 박지원식의 사유와 전혀 다르지 않다. 이 놀라운 유희본능과 싱싱한 천진무구를 아이에

게서 너무 일찍 뺏지 않도록 하자. <손택수·시인>

[시가 있는 아침] 뻐꾸기

2010/11/27 00:32:3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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