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황지우
2010.12.02 04:13
12월 / 황지우
12월의 저녁 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은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家産)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生)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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