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물 속 깊이 //사가와 아키
2011.03.31 02:19
슬픔은 물 속 깊이 - 사가와 아키(1954∼ )
슬픔은 물 속 깊이 겹겹이 쌓인다
수많은 목숨을 데려가 버린
하늘로 저어가는 투명한 배
찬바람이 쥐어뜯는
나뭇조각 더미로 변한 집들,
땅에 처박힌 차
은혜의 땅은 갈라져
생의 심지를 무지막지하게 뒤흔들고
바다가 일어나 거대한 검은 파도의 벽으로 달려와
한순간에 모든 것을 휩쓸어 갔다
한 어촌이, 마을이 통째로 사라졌다
(중략)
쓰나미는 원자력발전소의 근원을 비틀어 떼어냈다
휘황찬란한 전광 장식이 어둠을 감춰 왔다
히로시마의 영혼이 치솟는 수증기 속에서 응시하던
일본이 걸어온 길을
잊지 않겠다 여기서 살았던 사람들 개와 고양이
살았던 증거는 기록된다 문자를 몸에 덧대고 쓴다
죽은 자의 온기가 소리로 남는다
움켜 쥔 손을 힘주어 잡아주고
가까이서 멀리서 보내온 따뜻한 목소리에
이웃나라에서 세계에서 격려해주는 마음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여기는 끝
여기는 시작
맨몸의 생명을 향해 걸어가는 시작
아름다운 어촌을, 마을을 다시 만드는 시작 (한성례 옮김)
사가와 아키(佐川<4E9C>紀) 시인은 현재 일본 요코하마 시에 살고 있다. 이 시는 지진, 쓰나미, 원전 폭발로 일본과 일본 국민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 슬픈 심경을 쓴 최근 시다. 시인과 일본 국민들께 깊은 위로를 드리고 희망을 기원한다. <이진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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