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반 던지기 외 1편// 최금녀

2010.12.02 23:26

kimheejooh 조회 수:567 추천:36

원반 던지기



   최금녀







오십견이라는 것은

적어도 오십은 넘겼다는 말

사십은 안전하다는 뜻?

가당찮게 오십견이 오십 같은 소리로

왼쪽 어깨에 태클을 걸었다



굳어진 왼쪽 어깨 모시고 나가

원반선수처럼 하늘에 원을 그리며

몇십 번 돌리기도 하고



적외선 불빛 아래

땀 뻘뻘 흘리는 사역

침으로 콕콕 찔러 윽박지르지만

오십견이라는 놈

두꺼운 벽으로 길을 막고

이 정도는 시작이라고 으름장



나, 생전 처음

단전에 기 모으며

굳어지는 내 삶 정수리에

어깨 휘둘러 원반을 던지느니

있는 힘 다하여.





               —2010년 제3회 미네르바작품상

                    《미네르바》 2009년 가을호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 시집 「저 분홍빛 손들」(2006, 문학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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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금녀 / 1942년 함남 영흥 출생. 《자유문학》소설 입선. 2000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들꽃은 홀로 피어라』『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내 몸에 집을 짓는다』『저 분홍빛 손들』『큐피드의 독화살』. 서울신문, 대한일보 기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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