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반 던지기 외 1편// 최금녀
2010.12.02 23:26
원반 던지기
최금녀
오십견이라는 것은
적어도 오십은 넘겼다는 말
사십은 안전하다는 뜻?
가당찮게 오십견이 오십 같은 소리로
왼쪽 어깨에 태클을 걸었다
굳어진 왼쪽 어깨 모시고 나가
원반선수처럼 하늘에 원을 그리며
몇십 번 돌리기도 하고
적외선 불빛 아래
땀 뻘뻘 흘리는 사역
침으로 콕콕 찔러 윽박지르지만
오십견이라는 놈
두꺼운 벽으로 길을 막고
이 정도는 시작이라고 으름장
나, 생전 처음
단전에 기 모으며
굳어지는 내 삶 정수리에
어깨 휘둘러 원반을 던지느니
있는 힘 다하여.
—2010년 제3회 미네르바작품상
《미네르바》 2009년 가을호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 시집 「저 분홍빛 손들」(2006, 문학아카데미)
-----------------
최금녀 / 1942년 함남 영흥 출생. 《자유문학》소설 입선. 2000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들꽃은 홀로 피어라』『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내 몸에 집을 짓는다』『저 분홍빛 손들』『큐피드의 독화살』. 서울신문, 대한일보 기자 역임.
최금녀
오십견이라는 것은
적어도 오십은 넘겼다는 말
사십은 안전하다는 뜻?
가당찮게 오십견이 오십 같은 소리로
왼쪽 어깨에 태클을 걸었다
굳어진 왼쪽 어깨 모시고 나가
원반선수처럼 하늘에 원을 그리며
몇십 번 돌리기도 하고
적외선 불빛 아래
땀 뻘뻘 흘리는 사역
침으로 콕콕 찔러 윽박지르지만
오십견이라는 놈
두꺼운 벽으로 길을 막고
이 정도는 시작이라고 으름장
나, 생전 처음
단전에 기 모으며
굳어지는 내 삶 정수리에
어깨 휘둘러 원반을 던지느니
있는 힘 다하여.
—2010년 제3회 미네르바작품상
《미네르바》 2009년 가을호
감꼭지에 마우스를 대고
내 몸에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를 따내온 흔적이 감꼭지처럼 붙어 있다
내 출생의 비밀이 저장된 아이디다
몸 중심부에 고정되어
어머니의 양수 속을 떠나온 후에는
한 번도 클릭해 본 적 없는 사이트다
사물과 나의 관계가 기우뚱거릴 때
감꼭지를 닮은 그곳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 더블클릭을 해보고 싶다
감꼭지와 연결된 신의 영역에서
까만 눈을 반짝일 감의 씨앗들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배꼽을 들여다본다
열어볼 수 없는 아이디 하나
몸에 간직하고 이 세상에 나온 나,
* 시집 「저 분홍빛 손들」(2006, 문학아카데미)
-----------------
최금녀 / 1942년 함남 영흥 출생. 《자유문학》소설 입선. 2000년 《문예운동》을 통해 시로 등단. 시집『들꽃은 홀로 피어라』『가본 적 없는 길에 서서』『내 몸에 집을 짓는다』『저 분홍빛 손들』『큐피드의 독화살』. 서울신문, 대한일보 기자 역임.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07 |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 김선굉 | kimheejooh | 2011.04.05 | 790 |
| 106 | 붉은 추억// 정겸 | kimheejooh | 2011.04.05 | 517 |
| 105 | 양귀비//조용미 | kimheejooh | 2011.04.03 | 351 |
| 104 | 하늘 벤치에서 //조정권 | kimheejooh | 2011.04.03 | 374 |
| 103 | 슬픔은 물 속 깊이 //사가와 아키 | kimheejooh | 2011.03.31 | 305 |
| 102 | 묵집에서// 장석남 | kimheejooh | 2011.03.30 | 9246 |
| 101 | 얼음 이파리 (손 택수 ) | kimheejooh | 2011.03.22 | 418 |
| 100 | 웃는 소(홍승주) | kimheejooh | 2011.02.02 | 376 |
| 99 | 산벚나무의 시간/ 김명리 | kimheejooh | 2010.12.02 | 405 |
| 98 | 서랍이 있는 풍경 외 1편// 정수경 | kimheejooh | 2010.12.02 | 481 |
| » | 원반 던지기 외 1편// 최금녀 | kimheejooh | 2010.12.02 | 567 |
| 96 | 늙은 세일즈맨 // 백 상웅 | kimheejooh | 2010.12.02 | 352 |
| 95 | 사랑이 올 때/ 신 현림 | kimheejooh | 2010.12.02 | 314 |
| 94 | 12월/ 황지우 | kimheejooh | 2010.12.02 | 258 |
| 93 |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 승자 | kimheejooh | 2010.11.29 | 262 |
| 92 | 찬란/ 이병률 | kimheejooh | 2010.11.29 | 343 |
| 91 | 뻐꾸기// 김 성춘 | kimheejooh | 2010.11.29 | 353 |
| 90 | 몰라/ 고증식 | kimheejooh | 2010.09.29 | 299 |
| 89 | 그리운 우물/ 박옥위 | kimheejooh | 2010.09.29 | 343 |
| 88 | 유등/정호승 | 김희주 | 2010.09.28 | 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