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조용미
2011.04.03 10:44
양귀비 - 조용미(1962~ )
불씨가 하얗게 숨을 쉬고 있는,
아직
불이 나지 않은 집
이제 막
불이 붙으려 하는 집
창틈으로 내다보이는
흰 양귀비가
가득 숨 쉬고 있는 마당
단 하루만 타올랐다 꺼지는 불
양귀비,
빛을 내뿜고 있는
아편꽃이 피어 있는 마당 안으로
누가
걸어들어왔다
불이 붙기 시작하고 있는
적요한 마당 안의
흰 양귀비
아래 너울거리는 붉은 꽃들
단 하루의
양귀비, 양귀비
활활 빛을 내뿜고 있는 흰 꽃에 바쳐지는,
불타고 있는
빈집
내뿜는 빛 속에 붉은빛과 흰 양귀비의 색채미 선연하다. 양귀비를 숨은 욕망, 정념 같은 것의 표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빈집 마당의 적요라는 무대에서 흰 양귀비꽃이 일으키는 불놀이는 존재의 춤을 닮았다. 흰 양귀비가 붉은 꽃으로 불타고 너울거리다가 다시 흰 양귀비로 돌아오는 걸 창틈으로 지켜보고 있는 자는 정밀하고 높고 깊어진 자신의 존재상태를 감각하는 자이다. 이런 존재의 춤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누가/걸어들어”와야 하는데 시 한가운데서 양귀비가 죽 양귀비이다가 아편꽃으로 펄떡 이름을 갈 때가 누가 걸어 들어온 때이다. 이때부터 양귀비는 불붙기 시작하고, 활활 붉은 꽃 너울대다가 다시 흰 양귀비로 돌아오는 과정을 겪는다. 이런 존재의 춤을 위해 빈집은 적요로 불타며 저를 들어 받치는 것. 시인으로서는 시 자체를 체험하는 지복의 시간. 시 이후 쓰이는 퇴색한 언어의 시는 시 자체였던 그것을 다 그리지 못한다. <이진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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