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 김선굉

2011.04.05 18:18

kimheejooh 조회 수:790 추천:64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김선굉(경북 영양 태생, 1952년生)





  낙동강 긴 언덕을 따라 개망초꽃 여러 억만 송이

  푸르게 흐르는 강물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고 작은 꽃들이 키를 다투며 마구 피어나서

  바람에 몸 흔들며 푸른 하늘을 받들고 있다.

  백의(白衣)의 억조창생이 한 데 모여 사는 것 같다.

  한 채의 장엄한 은하가 흐르는 것 같기도 하고,

  흰 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 같기도 하다.

  모여서 아름다운 것 가운데 이만한 것 잘 없으리라.

  이따금 강바람 솟구쳐 언덕을 불어갈 때마다,

  꽃들은 소스라치듯 세차게 몸 흔들며 아우성쳤다.

  바람은 낱낱이 꽃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며,

  호명된 꽃들은 저요, 저요, 환호하는 것이었다.

  저 지천의 개망초꽃들에게 낱낱이 이름이 있었던가.

  바람은 거듭 꽃들의 이름을 부르며 불어가고

  꽃들은 자지러지며 하얗게 아우성치는 것이었다.

  그 놀라운 광경에 넋을 빼앗긴 내 입에서

  무슨 넋두리처럼 이런 탄식이 흘러나왔다.

  ㅡ詩人은 좆도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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